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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겠지... (7월 1일 조합원교육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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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2 08:34:42 (6년전),  조회 : 289


황윤옥 하자센터장님을 초청하여 전체조합원 교육을 마친 지가 20일이 더 되었지만 후기가 올라 오질 않고 있네요.

후기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깐디가 가물가물한 기억을 짧게 건져 올려보려고 합니다.
(잠보가 저보고 제발 글 좀 짧게 써달라고 하는데, 그 요구는 깐디의 능력을 넘어서는 상당히 어려운 요구입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강의 막바지에 강사님이 소개해주신 본인의 딸 이야기였어요.

공동육아 어린이집 출신인 딸아이가 점점 자라나면서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말씀해 주셨죠.
주변에서 괴팍한 사람들의 언뜻 이해하기 힘든 특이한 행동들을 대할 때마다 딸아이는 엄마에게 “무슨 이유가 있겠죠.”라며 심드렁한 태도를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학부모들 중에서 괴팍한 사람이 많았던 것이 이런 사고형성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주변에 이상한 어른들이 많은 환경에서 자라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이해하기 힘든 타인의 언행을 접하고도 나의 상식과 윤리적 기준으로 즉각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며 판단을 유보하는 것은, 사실은 대부분의 어른들에게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죠. 이것은 자기성찰과 보편 인간에 대한 섬세한 사색이 없이는 쉽게 터득할 수 없는 심적 태도입니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는 말은 결국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는 말입니다.

나의 인지능력의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는 태도가 전제된 것이죠.

자신이 상대방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당히 권위적이고 독단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이 되기 싶습니다.
그러므로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평화주의자의 태도입니다.

그러나 내가 알게 된 상대방의 이유가 내 가치기준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것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공이 깊은 사람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무슨 사연이 있겠지.”

나와 다른 성장환경 속에서 어른이 된 타인이 나와 다른 사고체계와 가치기준을 가진 것을 탓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겠죠.
그러므로 나의 사고체계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언행을 “무슨 사연이 있겠지.”라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와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타인의 고유함을 인정하며 “괜찮다”라고 받아들여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모른다’와 ‘괜찮다’는 말은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말입니다.

그런데, 자녀가 성장하면서 특히 부모들은 자녀에 대해서 이 두 가지 아름다운 태도를 견지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자녀에 대해서는 “내가 다 안다”, “그건 절대 안된다”라는 단호한 태도를 갖기 쉽죠.
깐디가 요즘 그런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랄 때가 있습니다.

아직 미숙한 사랑은 “그래서 네가 좋아”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성숙한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좋아”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최소한 단 한명만이라도 자신을 존재 그 자체로 수용하고 사랑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합니다. 이유를 묻지 않는, 조건을 달지 않는 사랑이 필요한 것이죠.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해줄 사람은 사실상 부모밖에 없습니다. 부모마저 자신의 사고체계를 벗어난 아이를 냉정히 거부한다면 그 아이는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기반을 잃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번 강사님으로 모신 황윤옥 선생님은 참으로 따뜻하게 딸아이를 잘 키우신 것 같습니다.^^


내 영혼을 정화시키는 두 가지 주문을 되뇌어 봅니다.

“(무슨 이유가 있겠죠.) 저는 모릅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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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예솔아빠 ( 2017-07-24 12:34:32 (6년전)) 댓글쓰기
깐느님~~
장문의 글을 쓰시는 이유가 있으시겠죠.
저는 괜찮습니다, 다 읽을 수 있습니다.
항상 배움을 얻어 갑니다.
깐디-태리아빠 ( 2017-07-25 06:23:19 (6년전)) 댓글쓰기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유령을 위해 깐디의 긴 댓글이 나갑니다~^^

지난 세기에 지구를 다녀간 위대했던 신비사상가들 중에 러시아 태생의 구르지예프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분이 프랑스에서 영적 깨달음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설립하고 제자들을 엄격하게 훈련시킬 때의 이야기예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구도자들이 흔쾌히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이 위대한 스승의 지도에 따라 갖가지 명상과 영적 훈련을 병행하였답니다.

그런데, 이 공동체 안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는 괴팍한 성격의 노인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은 전혀 생각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편의만을 위해 공동체의 규칙을 밥먹듯이 어기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이었죠. 일찌감치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힌 이 노인을 신성한 영적 공동체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구르지예프에게 제자들이 찾아 와 그 노인을 추방해달라고 건의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구르지예프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그 괴팍한 노인에 대해 아무런 경고조치나 처벌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노인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 이상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짐을 꾸리는 제자들마저 생겨났지요. 그래도 구르지예프는 그 이기적인 노인을 그냥 놔둡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노인이 이제 공동체 생활이 지겨워졌다면서 갑작스럽게 짐을 챙겨서 스스로 떠나 버렸습니다. 구르지예프의 다른 제자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이 고약한 노인의 떠남을 축하하는 분위기에 들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외출에서 돌아온 구르지예프는 그 괴팍스런 노인이 떠나 버린 것을 알고는 황급히 차를 몰아 그 노인을 뒤쫓아 갑니다. 그리고 얼마 뒤 그 노인을 태우고 다시 공동체로 돌아오지요. 이제야 공동체의 평화가 찾아왔다고 믿었던 다른 제자들은 그야말로 멘붕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물론 그와는 상관없이 그 노인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예전의 그 이기적인 민폐 생활을 계속해 나갑니다.

얼마 후 스승의 이해하기 어려운 일처리 때문에 좌절감에 빠져있던 한 제자가 우연히 그 노인으로부터 한가지 비밀을 듣고는 경악하게 됩니다. 그 노인이 공동체로 다시 돌아오는 댓가로 스승이 매달 상당한 액수의 돈을 그 노인에게 지급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였지요.

이럴 수가....
울화통이 터진 그 제자는 사생결단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구르지예프를 찾아가 이 황당한 일처리에 대해 따져 묻습니다. 그리고 그의 항의를 묵묵히 듣고 있던 구르지예프가 말합니다.

“자네가 그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내가 얘기하겠네만 자네도 그 비밀을 지켜주길 바라네.
여기에 머무는 많은 제자들은 영적으로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비싼 돈을 지불하며 힘든 수행을 감내하고 있지.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일거야.
스승인 나는 제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철저하고 냉정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네. 그러려면 먼저 마음의 극한 상태를 경험하도록 유도해야 하지. 극도의 분노와 짜증,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이 찾아올 때, 우리는 깨달음과 성숙의 기회에 다가가게 된다네. 그 순간에 습관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그 마음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마음에 속지 않는 게 중요한 훈련이라네.
우리 공동체에서 이 노인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보게나. 내가 돈을 지불하며 그 노인을 붙잡아두는 이유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

돌아가신 성철스님이 언젠가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지요. 원수가 가장 큰 스승이라고...
나를 화나게 하고 답답하게 하는 사람이 우리 공동체 안에 있다면, 매달 거액의 사례금을 지불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속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이라도 한 끼 사 주는 게 맞을 겁니다. ^^

다른 공동체가 아니라 가정에서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평생동안 우리의 영적 성장을 위해 무료봉사하고 있는 괴팍한 배우자를 모시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훌륭한 스승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매일 아침 108배를 올린다고 해도 그 은혜를 다 갚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로 인해 화가 나거나 답답하신가요? 그러면 이제 감사한 마음으로 그 순간에 깨어있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쉽지 않다’는 말은 결국 ‘가능하다’는 말이며, ‘누군가는 해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유령-예솔아빠 ( 2017-07-25 07:45:01 (6년전)) 댓글쓰기
전에 집에 오셨을 때 하셨던 이야기 중에서
내 주위의 화약을 털어내야 싸우지 않는다는 말씀...
쉽지 않겠지만 가능 하도록 노력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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