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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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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마당이 있는 단층집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리는 살구나무

큰 그늘 드리우는 은행나무

아이들과 일구는 작은 텃밭

엄마아빠도 아이들도 교사들도

토끼들도 지렁이도 곤충들도 도둑고양이도 지나가던 새들도 다같이

오손도손 밥이랑 간식이랑 나눠 먹으며 수다떨지요

잃어버린 줄 알았던 오래지 않은 시간이 정답게 지줄대는

흙냄새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살아있는 서울같지 않은 서울

시시때때로 펼쳐지는 마당놀이 소꿉살이

철따라 철들어가는 아직은 철부지 아이들의

놀이터 쉼터 배움터


재미난 방과후



< 재미난 방과후 창립 대회사 >

강동공동육아 협동조합 재미난 방과후학교 조합원 모두는 짧게는 몇개월 동안 길게는 여러해 동안 공동육아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 정성과 노력을 모아 왔다. 그 정성과 노력 끝에 이제 명실공히 독립된 조합으로서의 방과후학교를 세워 공동육아를 실천함으로써 이 땅의 왜곡된 아동 교육의 현실을 바로 잡는데 한 몫을 담당하고자 이 자리에서 모였다. 지난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이 공들여 쌓아온 노력이 없이 오늘 이렇게 창립대회를 열 수는 없다.

오늘의 창립대회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육아와 삶의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육아를 넘어 교육의 문제로 조직적 실천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이다. 그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각 개인, 각 가정이 각자 자기의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을 실천해 오는 과정에서 길러온 공동육아의 정신을 이어서 이제는 그 정신으로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에게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인간적 삶의 권리를 찾아 주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 나가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삶을 절대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회 체제로서의 자본주의는 대중의 삶을 환경파괴, 전쟁위협, 핵공포, 폭력의 구조화, 대량실업 등으로 끝없이 피폐시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신자유주의의 바람은 우리 모두에게 정글 속에 혼자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한다. 우리 모두는 IMF로 인한 구조조정의 악몽을 아직도 너무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고 지금도 시시각각 우리의 주변을 감싸고도는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이 미래에는 과연 어떻게 변해있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 것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불안하다. 그다지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아스팔트와 콩크리트 빌딩 숲으로 뒤덮인 도시에서 해방되어 싱그러운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숨쉬며 살 수 있는 세상이 과연 올 것인가? 분명한 것은 전망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문제를, 아니 우리 자신들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 모인 것이다.

무한경쟁을 강제하는 이 땅의 취업상황과 그로 말미암은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은 우리 부모들 스스로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로 가득찬 이 세상에 대하여 지혜롭게 맞서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게 키워야겠다는 열망을 넘어 '세상바꾸기'를 감히 꿈꾼다는 것은 우리에게 비상한 각오를 요구한다. 우리는 공동육아의 정신을 살려나간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각자가 처해 있는 삶의 현장에서 각자가 처해 있는 조건에 맞게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 나가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살아갈 세상을 자신들의 요구에 맞게 만들어 가는 지혜를 배우게 될 것임을 또한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세상바꾸기의 노력이 흩어져 있는 개인들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고 우리의 지난 삶의 체험에서 알게 되었다. 이에 여기 재미난 방과후 학교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세움으로써 이 땅의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아니 삶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조직적, 물질적 토대를 마련하여 힘차게 나아가고자 한다.

2001년 6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