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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바라반 봄 들살이
작성자 : 별똥
  수정 | 삭제
입력 : 2017-06-02 17:34:39 (6년전),  수정 : 2017-06-02 17:46:13 (6년전),  조회 : 357

 

<아이들 이야기>

521(일요일) 날씨 : 덥고 추워

제목 : 들살이의 첫 날

오늘은 들살이의 첫 날이다. 9시 중동역에 모여서 30분 지하철을 타고 동인천역에 도착해서 20분 버스를 타고 인천 연안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11시에 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시간 가서 12시에 덕적도에 도착했다. 덕적도에서 점심을 먹고 또 1시간 배를 타도 굴업도에 도착했다. 숙소가 럭셔리한 줄 알았는데 섬 민박집이여서 좀 옛날스러웠다. 바다 근처로 산책을 갔다. 내려와서 씻고 들살이 일지를 쓰고 별똥이 일지를 다 쓰면 내일 일정을 알려줄 것이다. 오늘은 좀 피곤한 하루였다.

521(일요일) 날씨 : 맑고 상쾌하다

제목 : 돌고래

오늘 굴업도에 가는 길에 배에서 돌고래를 봤다. 입이 길고 피부가 매끈하고 묘기를 부리는 걸 봐서 돌고래가 확실했다. 나는 사실 돌고래를 돌고래 쇼에서 보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너무 신기했다. 그 돌고래를 보고 저 돌고래를 타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521() 날씨 : 맑고 상쾌

제목 : 무섭고 신기한 일

오늘 배를 타다가 돌고래를 봤다! 너무 신기했다. 나는 돌고래를 생애 처음 봤다! 신기했다. 그리고 사슴도 봤다. 신기했다. 근데 사슴이 보면 멈춰야 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일몰 보러 갔다 올 때 너무 무서웠다.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무서워!

522(월요일) 날씨 : 덥고 춥고 시원해

제목 :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마니또 발표하는 날

오늘은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마니또를 발표하는 날이다. 그래서 캠프파이어를 하고 마니또를 발표했는데, 하진, 민우, 별똥, 서연, 서진, 하경, 정우(), 채원, 정휴, 유송, 현서였다. 기간이 너무 길고 그래서 입이 좀 근질근질했다. 하경이는 계속 나에게 먹는 것을 선물로 줬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 빨리 내일이 됐으면 좋겠다.

522일 월요일 날씨 : 어제보다 더워

제목 : 들살이 둘째 날

오늘은 연평산을 갔다. 사슴을 보았다. 똥이 너무 많았다. 냄새가 지독했다. 연평산 정상에서 보았을 때 경치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내려와서 캐치볼, 피구, 축구를 했다. 축구할 때 1:0으로 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내가 골을 넣었다. 기분이 좋았다. 또 바다에도 들어갔다. 시원했다. 그리고 캠프파이어를 했다. 그러면서 마니또 발표도 했다. 마니또를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물고기를 보러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우리 아빠 안다면서 말했다. 깜짝 놀랐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재미있었다.

2017523()

제목 : 탓어요~

오늘 목과 팔이 쓰렸다. 그래서 보니까 빨개져 있었다. 그래서 약을 발랐다. 약이 약간 하늘색이었다. 좀 많이 발랐다. 그래서 조금 괜찮아 진 것 같다. 항상 보면 빨개져 있지만 그래도 내 살이니까는 사랑한다. 다들 그럴걸요?

2017523일 화요일 날씨 : 더워

제목 : 개머리언덕

오늘 개머리언덕 탐방을 갔다. 언덕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았는데 생각보다 높고 길었다. 그래도 시원했다. 바닷바람이라 좀 추웠다. 돌을 던졌는데 바다까지 잘 나갔다. 돌아올 때 숨박꼭질을 했는데 비가 와서 많이 못했다. 나는 사슴도 봤는데 10~15마리 까지 무리지어 있었다.

524() 날씨 : 바람이 많이 분다 춥다

제목 : 황홀한 별들

오늘 그니까 방금 엄청나게 많고 밝은 별을 보았는데 너무 예쁘고 황홀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예쁘고 밝은 별들은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내가 봤을 때 별이 푸른 빛을 띄고 있었는데 민우형은 별똥별까지 봤다고 했다. 지금까지 들살이에서 힘들기는 했지만 도시에서 절대 볼 수 없던 것들을 많이 본 것 같다.

2017524일 수요일

제목 : (작은)해산물 캐기

오늘 오전에는 고둥을 잡았고, 오후에는 조개, 게를 잡았다. 별똥이랑 정휴가 갯벌로 오지 말고 돌아서 오라고 했다. 나랑 가랑비, 정우는 돌아서 가고 다른 애들은 갯벌로 갔다. 엄청 빠졌다. 우리는 돌아갔는데도 빠졌다. 호미로 땅을 파서 조개를 캤다. 나는 많이 못 캤다. 정휴가 게를 많이 잡았다. 갯벌 느낌이 이상했다.

524일 수요일 날씨 : 덥다

제목 : 해산물 캐기(조개, 고둥, )

오늘 오전에 아침을 먹고 토끼섬에 갔다. 토끼섬에 굴껍질이 많았다. 그리고 고둥과 게도 많았다. 그래서 고둥과 게를 잡아 모았다. 근데 게를 잡다 손을 물렸다. 좀 아팠다. 근데 정휴가 그 게를 잡아줬다. 글고 고둥을 많이 잡아서 숙소로 가지고 갔다. 오후에는 목기미 해수욕장에 가서 조개를 캤다. 갯벌이라서 너무 빠졌다. 근데 너무 재밌었다. 오늘 너무 재밌었다.

2017525() 날씨 : 바람 불어

제목 : 날기

오늘 바람을 타고 날았다. 기적이었다. 5초 동안 공중에 떠 있었다. 그리고 몸 각도를 60도로 굽혀도 강풍 때문에 안 쓰러졌다. 기분이 낙하산 타는 기분이었다. 거기서 낙하산을 타면 진짜 뒤로 날아갈 거다. 인생 처음으로 난 것이었다. 태풍 같았다. 나하고 정휴하고 쓸려서 바위에 박으며 날아갔다. 재미있었다.

2017525() “추워

제목 : 바람 휘잉

오늘 개머리 언덕에 일몰 보러갔다. 별똥이 바람이 많이 불거라고 했다. 그래서 옷을 1벌 더 입었다. 하지만 개머리 언덕에 가서도 엄청 추웠다. 바람이 귓가를 휘~~잉 불었다. 처음에는 시원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엄청 추웠다. 원래 추위 잘 안타는데 추웠다.

2017526() “더워

제목 : 들살이 끝

들살이 끝이다. 우리 산만바라반은 배를 타고 다시 인천 여객선터미널로 갔다. 배 순서는 굴업도에서 덕적도로, 덕적도에서 인천 여객선터미널, 그리고 집 순서로 도착했다. 들살이가 끝나니까 살도 조금 빠진 거 같고... 그래도 들살이는 잊을 수 없는추억이다. 특히 산만바라반 1학기 들살이! 마지막 배를 탈 때는 파도가 많이 쳐서 배멀미를 했다. 이 배멀미도 잊을 수 없는 추억, 아니 기억이다. 들살이 끝났으니까 맛있는 거 먹으러가고 4일 동안 푸~~욱 쉴 거다!(아이 좋아라!)

 

<교사들 이야기>

가랑비, 이번에는 진짜 우리랑 가?”

5학년 아이들의 탄성과 함께 오랜만에 초등 고학년과 함께 들살이를 간다. 그동안 초등 저학년, 초등 통합반, 중등까지 다양한 아이들과 함께 갔었지만, 스무 명도 안 되는 인원-교사까지 딱 12명이라는 오붓한 일행으로 가기는 또 처음이다.

일요일에 인천 연안 여객터미널에서 고속 페리를 타고 덕적도로 가는 길, 곁에 앉은 여자 아이들끼리 재잘재잘 이야기꽃이 피었다.

별똥이 아빠고, 가랑비가 엄마고, 정우오빠가 제일 첫째야. 그리고 제일 막내는 하진이~.”

그럼 나는 몇째야?”

너는 다섯짼가??”

결혼의 기역자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졸지에 생때같은 자식이 열 명이나 생겼다. 이렇게 탄생한 <산만바라반 열 두 식구>가 굴업도로 향한다. 한창 배 멀미와 씨름하며 축 늘어져있는데, 저 멀리서 돌고래다!’하고 환호성이 터졌다. 꿈이냐 생시냐 하며 나와 보니 저 멀리 아이들이 가리키는 바다에 돌고래가 보인다. 그것도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여기 저기 떼로 보인다. 그때만큼은 멀미를 하던 나도,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보고 눈물이 나온 아이들도, 신나게 떠들다가 선장님한테 혼난 아이들도 모두 눈빛에 생기가 가득하다.

굴업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민박집 주인아저씨가 미리 나와 계신다. 아저씨의 트럭을 타고 숙소로 가는데,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린다. 이 반짝이는 바다가, 나뭇잎 사이로 빛나는 햇살이, 길가에 매어져 있는 흑염소의 매에-’하는 울음소리까지도 이번 들살이도 신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더해주었다.

어떤 장소건 첫 기억이 가장 강렬한 법이다. 럭셔리한 샤워장이 함께하는 멋진 숙소가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을 자아낸다. 20년전 내가 외할머니 댁에서 보았을 법 한 수돗가와 샤워 시설은 아이들에게 향수를 느끼기에는 너무나 예전의 것인가 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들은 쉽사리 적응한다. 매일 씻을 때마다 투덜거리면서도 금세 ‘3분만 나오는 뜨거운 물을 아껴 쓰면서 씻고, ‘조심하지 않으면 발이 다 젖는 수돗가에서도 아이들은 설거지를 잘했다.

첫 날 저녁, 밥을 먹고 나서 어스름해질 무렵에 개머리 언덕을 오르기로 하였다. 처음 오르는 언덕은 가파르고 작은 돌이 많아 미끄러지기가 십상이다. 언덕을 오르다보니 숨이 턱 끝까지 차는데, 몸이 가벼운 아이들은 폴짝폴짝 잘도 올라간다. 숨을 크게 몰아쉬며 저 멀리 사라지는 아이들의 등을 바지런히 쫓아가니 이미 해가 꼴까닥 졌다. 어둠이 찾아온 언덕에 별똥과 아이들이 서있는 모습이 한 편의 그림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하늘빛에 감탄만 나왔다.

굴업도에서의 매일은 늘 감탄이 나왔다. 첫 날은 개머리 언덕에서 본 저녁 하늘과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의 홍수에 빠져들고, 둘째 날 연평산에 올라서는 발아래 펼쳐진 바다에 마음을 빼앗겼다. 덕물산의 바위 위와 개머리언덕에서 온몸으로 맞은 거센 바닷바람과, 세상의 끝에 서있는 것 같은 섬의 끝에서 바라본 아스라이 저무는 노을도 탄성을 자아냈다.

섬의 아름다운 풍경도 마음에 남지만은, 아이들의 하루하루도 나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방도 쓸고 닦는 모습에 한 번 놀라고, 잠자기 전에 다음날 입을 옷을 꺼내놓으면서 쓴 물건은 빠짐없이 챙기는 꼼꼼함에 두 번 놀랐다. 남자 방은 우리방보다 깨끗하다며 게으름 피우지 말자는 현서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형은 집이 생각날 땐 어떻게 해?”

계속 집 생각을 하면 더 생각이 나니깐 그럴 때는 하면 제일 재밌는 거나 즐거운 걸 생각하면 돼.”

들살이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은 항상 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자는 것, 생소한 공간에서 며칠이나 있는 것, 낯선 것에 대한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은 이러한 긴장감이 너무 힘든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서로의 마음에 대해 너무나 잘 이해한다. 서로가 얼마나 용기내서 왔는지를 아는 만큼, 마음이 힘들어 눈물이 나는 아이들에게 같이 힘내자.’, ‘잘하고 있어.’하고 마음을 도닥여준다.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다가도 형, 누나, 동생, 친구들이 건네는 말 한마디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고생하는 만큼 다들 마음도 훌쩍 자라난다.

매일 아침 바닷가를 산책할 때면 발을 간질였던 차가운 물결, 매일 웃고 떠들며 가랑비하고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 아이들의 고운 마음만큼 반짝였던 굴업도. 그곳에서 지낸 6일을 또 하나의 추억 상자에 넣는다.

 

521일 일요일, 굴업도 들살이 첫째 날

파스텔 톤의 맑고 개운한 하늘빛이다. 배를 처음 타는 아이들은 기대만큼 걱정도 있었을 텐데, 다행히 멀미를 하거나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없었다. 시원한 바닷바람도 갈매기도, 돌고래까지 아이들을 환영해 주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굴업도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보더콜리들, 염소들, 사슴들이 차례로 아이들 앞에 나타나 인사를 건넸다. 숙소에 짐을 푼 아이들은, 숙소 앞 바다에 나가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맘껏 즐겼다. 조개껍데기를 줍고 돌맹이 던지기를 하며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빨리 물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발을 담궈도 되냐며 연신 물었다. 저녁 식사 후 일몰을 보기 위해 개머리 언덕으로 올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금 늦어서 해가 지는 건 볼 수 없었지만, 화려하게 물든 하늘빛을 감상하고 소원도 빌 수 있었다. 배를 타자마자 울기와 멈추기를 반복하던 정우도 스스로 마음을 진정시킬 정도로 훌쩍 컸다. 기분 좋은 첫 날이다.

522일 월요일, 굴업도 들살이 둘째 날

하늘이 들살이를 함께 즐기나보다. 오늘도 날씨가 화창한데다, 구름이 살짝 꼈다. 아침부터 큰말해수욕장에서 긴 산책을 하고 호박전을 부쳤다. 그리고 주먹밥을 만들어 연평산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사구도 보고 새끼 돌고래 사체도 만났다. 아이들은 저마다 돌고래 죽음의 이유를 추리했다. 너무 불쌍하다며 슬퍼하는 아이도 있었다. 연평산에서 사슴 두 마리를 만나자마자, 요놈들이 뿌려놓은 똥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사슴 똥을 피해 다닌다며 야단이었다. 도시락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모래썰매타기와 물수제비를 한참 동안 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더웠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고, 모래사장에서 피구와 축구를 하고 물놀이도 했다. 저녁 식사 후 해면에서 솔잎과 솔방울로 불을 피워 마니또발표를 하며 각자 소감을 얘기했다. 긴 시간 마니또를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2학기에 한 번 더 하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참 솔직하게 얘기했다.

523일 화요일, 굴업도 들살이 셋째 날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살짝 말려준다. 아이들은 오늘 날씨마냥 상쾌한 기분으로 옆방에서 재미나게 마피아 놀이를 하고 있다. 오전에 개머리 언덕을 오르면서 야생사슴에 한 번, 눈앞에 펼쳐진 경치에 또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사슴들은 아이들이 가까이에서 지켜봐도 신경을 쓰기는 하지만 도망가지 않았다. 거기에 용기를 얻었는지 사슴을 만져보고 싶다며 더 다가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슴들은 허락하지 않았다. 내려오는 길에 숲 속에서 숨박꼭질을 했다. 마침 내린 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엔 모둠별 장기자랑을 준비해서 웃음꽃이 활짝 폈다. 그리고 1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그 때 이장님이 부르셨다. 오늘 고기잡이를 나가 생선을 잡았는데, 몇 마리 가져가 아이들과 먹으라고 다듬어서 주셨다. 덕분에 아이들과 생선구이로 저녁밥을 배부르게 먹었다. 섬 인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아이들도 너무 맛있다며 맛있다를 연발했다. 더불어 지내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아이들이 조금 더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524일 수요일, 굴업도 들살이 넷째 날

아이들이 날 울렸다. 서로에게 힘들었던 일, 고마웠던 일 얘기를 나누는 시간의 마지막이 내 차례였다. 아이들의 얘기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특히 고마웠던 얘기를 해줄 때, 오히려 얘기를 해주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아이들의 말을 더 귀 기울여 들어야겠다. 아이들은 솔직하고 섬세하고 꾸밈이 없다. 오전에는 토끼섬에서 고둥을 잡고 오후에는 목기미 해수욕장 갯벌에서 조개와 게를 잡았다. 고둥은 삶아서 먹었다. 저녁에는 민박집 아줌마께서 바지락 볶음을 해 주셨다. 너무 맛있어서 하나도 남김없이 먹었다. 바다로 들살이를 오니, 해산물을 제대로 먹게 된다. 낮에 하진이가 숙소 유리문을 깼다. 간식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달려와 전해주었다. 하진이는 잔뜩 겁먹어 있고, 다른 아이들도 놀란 얼굴이었다. 주인아주머니께 이 사실을 전해 드리고 아이들을 혼내달라고 얘기를 드렸다. 그런데 아이들을 혼내시지 않고, 조심해 달라는 얘기만 해 주셨다. 그래서 내가 대신 혼냈다. 참 고마우신 분이다.

525일 목요일, 굴업도 들살이 다섯째 날

바람이 헐떡이며 숨을 거세게 몰아치는 날이다. 하늘은 맑고 푸른데 파도는 연신 흰 포말을 내뿜고, 거센 바람이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만든다. 덕물산 올라가는 길이 바람 때문에 만만찮다. 그다지 높지 않고 길도 험하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바람아 멈추어다오라고 애절하게 소리 질렀다. 정상 부근 바위에 올라 경치 감상을 잠깐 하고, 사진 한 장을 겨우 찍고 바로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 사막 체험을 한 뒤,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손전등을 챙겨들고 일몰을 보기 위해 다시 개머리 언덕으로 올랐다. 그런데 여기는 바람이 더 거셌다. 보통 바람이 아니라 태풍 세기였다. 아이들은 바람에 몸이 날아간다며, 점퍼를 뒤집어 날개를 만들어 바위 위에서 뛰어내렸다. 조금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해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천천히 감상하고 소원을 빌었다. 이렇게 2017년 봄 굴업도 들살이 마지막 날의 밤이 깊어간다. 모두 다치지 않고 건강히 그리고 즐겁게 마쳐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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