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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Team ZEST 인도 IDEC 참가기(1) -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작성자 : 파도(한상윤)
  수정 | 삭제
입력 : 2018-11-22 16:37:35 (5년전),  조회 : 429
Team ZEST는 중등 7,8학년 통합반입니다.
올해 3월부터 결성되어 인도에서 열리는 IDEC(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에 참가를 목표로
소란 공간을 빌려 채식카페 산식당을 5개월간 운영했었고
11월 13일에 출국해서 IDEC 행사를 잘 마치고
이 글을 올리는 현재 태국의 방콕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IDEC에서 느꼈던 환희와 감동, 여러 생각들을
조금이라도 산학교 식구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주관적인 입장에서 쓴 내용이지만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월 13일
근 6개월만의 여행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학생들과 함께 교육 목적으로 떠나온 ‘출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기 전의 그 설레임과 기대, 그리고 뭔가를 빼먹은 듯한 불안감까지, 나의 사적인 여행과 1도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기대감이 충만하다고 해야 할까.

출발 전 최대의 관심사는 짐의 무게였다. 저렴한 항공권을 끊다 보니 여정 내내 에어아시아를 이용하게 되었고, 값이 싼 만큼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도 적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결제가 끝나고 제정신이 돌아온 다음이었다. 사실 미리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도 다른 항공사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하게 여기가 더 쌌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부지런히 마우스 품을 팔았다면 더 싼 가격에 겟할수 있었는데. 여행 초짜는 몸도 마음도 고생이지만 지갑도 고생이다.

아무튼 덕분에 기내 수하물 7kg이라는, 각자에게 부여된 일종의 미션을 모두들 수행하여야 했다. 7kg. 정말 생존에 필요한 우선 순위를 정하고 짐을 쌀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본의 아니게 나의 물욕과 집착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철학적인 수치였다.

12시에 송내역에서 학생들과 만났다. 다들 표정이 여유롭다. 처음 해외여행을 나가보는 친구들도 있어 긴장을 좀 탈 줄 알았는데. 비행기 탈 땐 꼭 신발을 벗고 타야 된다는 둥, 기내식 먹으려면 미리 수저를 가져와야 한다는 둥 서로 여유로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간다.

1시 반 공항 도착. 사전에 웹 체크인을 한 건 신의 한 수. 줄 안서고 바로 수하물을 부치고 탑승권을 받을 수 있었다. 아 물론 그 전에 모든 짐들을 펼쳐놓고 서로 짐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기내수하물 7kg과 위탁수하물 20kg를 맞추기 위해 갖은 쌩쇼를 벌인건 안비밀.
해외에서 쓸 유심을 찾고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니 벌써 3시. 부랴부랴 출국수속을 하고 3시 반에 겨우 탑승구에 도착해 비행기에 올랐다! 갖은 개고생을 해서 겨우 짐 무게를 모두 7kg으로 맞춰 왔는데...체크는 커녕 거들떠도 안 보더라. ㅠ

출발하기도 전에 내 자리 바로 뒤에서 국적 불명의 어린 아기가 악다구니를 쓴다. 음...잊고 있던 육아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보아하니 아빠가 아기를 데리고 가는 것 같은데 내내 서서 욕을 본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 어른이 되어 타인에게 선행을 베풀 일종의 의무가 있는 것 같다. 기억에는 없지만 누구나 저 아기처럼 부모에게, 타인에게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며 자라왔을 테니.
말레이시아는 은근 멀다. 6시간 반은 내 인생에 가장 긴 여정이다. 심지어 버스도 기차도, 일본에서 탔던 신칸센도 그렇게 오래 타 본적은 없었는데.
아기의 샤우팅을 한시간 감상. 아기가 지쳐 조용해지면서 한시간 수면. 노트북 꺼내 파일정리 30분. 기내식 30분. 그래도 아직 절반도 오지 않았다. 학생들은 현명하게도 영화나 게임을 다운받아 와서 무료한 시간을 요령껏 즐기고 있다. 영화 길어야 3시간인 건 함정...

6시간 반보다 20분 일찍 쿠알라룸푸르에 도착! 연착으로 악명이 높은 에어아시아였는데 첫 인상은 아주 만족스럽다. 특히 장거리 노선인 에어아시아 엑스는 좌석도 넓어서 편안하게 올 수 있었다. 강추!
도착해서 수하물을 찾는 곳을 찾지 못해 잠깐 헤매면서 말레이시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 헤매임이 이후 1박 2일간 말레이시아 체류의 컨셉이 된다. 암튼 공항에서 숙소까지 픽업을 신청해 놓았는데 픽업 기사의 메시지가 여러개 와 있다. 음 어쨌든 45년만에 처음으로 도움 없이 영어로 소통을 성공했다. 작지만 위대한 큰 발전이라고 할까.
복잡한 공항을 돌아돌아 기사와 조인. 한 눈에 봐도 나 무슬림이요 라고 얼굴에 써 있는 기사가 우릴 맞는다. 일인당 거의 6천원 꼴의, 나름 거금을 들여 픽업을 신청해서 돈 값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무런 문제 없이 한시간이 채 안 되어 숙소에 정확히 우릴 데려다 주었다. 음 이래서 한국에서 예약하고 가는 것이 편하다...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얼굴을 비추지 않고 메시지로만 체크인 방법을 전달하는 숙소의 호스트. 비밀 지령을 수행하는 스파이처럼 우편함에서 키 박스 2개를 수령, 왜 키가 2개지...?
방이 2실이었다! 뭐라 설명해야 하나? 음 아파트인데 현관문이 큰 철창문이고 그 철창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에 진짜 현관문이 2개가 있다...각각의 키로 열고 들어가면 각기 독립된 공간이 똬악 펼쳐진다! 오 신기했다. 한쪽 방에서 찌든 담배냄새가 배어 있는 것만 빼면...그나저나 동남아식 타일바닥은 참 내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뭔가 집도 아니고 사무실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이랄까.

방을 배정하고 야식을 사러 숙소 앞 마트에 갔다. 예상보다는 정말 별게 없다. 해수욕장 앞에 있는 바가지 씌우는 가게 수준? 내일 먹을 빵과 우유, 그리고 야식으로 먹을 컵라면을 샀다. 뭐가 뭔지 모르니까 싼걸로. 불닭볶음면이 여기도 진출해 있긴 한데 개당 2500원이 넘는다...해외에서 한국음식 돈주고 사먹는 것도 아직은 아까운데, 이 창렬함이란.
숙소로 돌아와 컵라면을 풀었다. 환호하며 스프를 넣고 설레어 기다리다가 흡입을 시작하는 아이들. 근데 몇 입 못 먹고 표정이 변한다. 맵다. 어디서 못된 걸 어설프게 배워서 맛도 없는게 맵기만 하다. 결국 다음날 먹으려 샀던 빵과 우유를 먹어치워 버렸다. 그 와중에 흰 우유는 탈지우유였는데 물 타서 녹인 아이스크림 맛이라며 아이들이 또 먹다 뱉는다.
몸이 피곤하면 마음이 약해진다. 떠나오기 전 몇 달 동안 준비한 것들, 서로 기본적으로 배려를 하던 모습들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옆의 사람이 보이지 않고 자기 힘든 것만 가득 차오른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짜증과 요구,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묻기만 하는 나쁜 습성이 다시 튀어나온다. 여행 첫날부터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본다.
어떤 훈계도, 이야기도 통하지 않는다. 일단 급한 배를 채웠으니 짐을 정리하고 해산하여 자리에 눕게 한다.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확실하게 짚으며 다잡아야겠다.

내일은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인 쌍둥이 타워와 바투 동굴을 보러 가기로 했다. 나 혼자거나 소수라면 여유롭게 생각하고 움직일텐데, 10명이 넘는 인원이 움직이다 보니 가이드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자기 전에 밥 먹을 곳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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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 2018-12-01 19:33:26 (5년전)) 댓글쓰기
첫날부터 고생 한가득이었겠네ㅜㅜ 페북에도 올려줘용 ~ㅎㅎ
팅커벨(은준은성맘) ( 2018-12-01 22:39:05 (5년전)) 댓글쓰기
궁금해서 첫날이야기만 읽으려고 들어왔는데 이야기가 너무 재미져서 드라마 다음회 기다리는 것처럼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어서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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