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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Team ZEST 인도 IDEC 참가기(3) - 드디어 인도. 선입견으로 점철된 그 이름
작성자 : 파도(한상윤)
  수정 | 삭제
입력 : 2018-11-22 17:08:09 (5년전),  수정 : 2018-11-23 02:10:42 (5년전),  조회 : 280
11월 15일

생각보다는 빨리 벵갈루루에 도착했다. 에어아시아 엑스와 그냥 에어아시아는 같은 이름 다른 서비스이다. 낑기는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간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뜻이지, 오는 과정이 순탄했다는 것은 아니다.

밤 11시에 인도 땅을 밟았다. 그리고 그 뒤에 공항을 빠져나오기까지 총 2시간이 소요되었다. 특별하게 중간에 무슨 사건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 11명이 모두 도착비자를 발급받는 데 시간이 그만큼 소요되었을 뿐. 한 명 한 명 서류 확인하고 본인 확인하고 비용 지불하고 나서 도장을 찍어주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그 직원들...인도에 와서 처음 만난 사람이었는데, 여지껏 만난 공항의 어떤 직원보다도 친절하고 따뜻했다. 비록 도착비자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일은 좀 서투르다만.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농담도 건네 가면서 피곤함과 기다림에 지친 우리들의 긴장감을 풀어 주었다. 심지어 초콜릿을 주었는데...음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초콜릿이란 말이다...원래 맛은 이런거야 하며 나의 무지를 깨우치는 듯한 맛이랄까. 버터향이 가득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그 오묘함이란.

두시간만에 정든(?) 벵갈루루 공항을 탈출하여 IDEC 관계자가 알려준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비행기 타고 오는 동안 여러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메시지가 다급하고 복잡해져서 해석이 힘들었다...로다가 여기저기 수소문하다가 어찌어찌 자신이 우리를 태우고 가기로 한 택시기사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사람을 만났다. 이사람 맞나? 공항에서의 택시 호객과 사기에 가까운 바가지에 대해 악명을 익히 들어왔던 바라, 덜컥 겁부터 났다. 전화 한 통이면 될 일인데 그게 불가능하니 참으로 불안함이 그득하였다. IDEC관계자는 전화를 할 수 없으니 실시간으로 메일을 보내온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메일 확인하랴 그거 번역하랴 기사에게 어설프게 물어보다 포기하랴...거의 절반쯤 왔을 때쯤 드디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이 택시들이 우리가 타야 할 그 택시임이 확인되었다. 그때의 안도감이란. 환전도 못 해서 수중에 가진건 카드와 달러밖에 없는데. 아니 그 전에 이상한 곳으로 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모든 인간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절감한 뒤 택시는 우리를 드디어 아이덱이 열리는 ECC(Ecumenical Christian Center)에 내려주었다. 첫 인상은 정갈한 대학 캠퍼스나 수련원 느낌. 벵갈루루 시내도 그렇고 인도에 갖고 있었던 나의 편견보다는 깔끔했는데, 이곳은 인도가 아닌 한국의 어느 곳 같은 느낌이다. 차이가 있다면 바닥에 간혹 눈에 띄는 길이가 20cm쯤 되는 웜(일종의 노래기?)들. 아이들이 처음 보고 흠칫하긴 하는데, 워낙 공격성이 없어 보여 곧 관심에서 멀어졌다. 오후에 숙소에 한 번 그것이 기어들어와서 존재감을 뿜뿜하긴 했지만...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 한국은 이미 해가 떴을 시간이다. 생체리듬상 밤을 꼬박 샌 꼴. 우리도 우리지만 아이덱을 주최하는 스탭들도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모든 수속은 뒤로 하고 일단 방을 배정받아 들어갔다. 겉에서 보던 비주얼보다 방의 상태는 별로다. 그리고 혼성 도미토리라는 것에 아이들의 불만이 많다. 특히 여학생들. 내가 코를 갈수록 심하게 골기에 1인실을 신청했는데, 시설이 그저 그런 것은 같지만 아무래도 여유롭다. 학생들과 로다에게 미안했다. 해서 잠잘 때를 제외하고 낮에는 아이들에게 개방하여 샤워도 하고 손빨래도 하라고 했다.

쪽잠을 자고 7시 반에 일어났다. 한 세시간이나 잤나? 일단 도착을 했을 뿐, 우리가 앞으로 여기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른다.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알아볼 겸 식사도 하러 식당으로 갔다. 아이들도 생각보다 많이 밥을 먹으러 일어났다. 듣자 하니 피곤했지만 생각보다 열악한 룸 컨디션에 잠을 설쳤나 보다. 물론 배도 고프고...
식당은 또 어디에 있나 고민되는데, 남학생들이 휘적휘적 걸어간다. 뭘 알지도 못하며 저리 걸어가나...했는데 세상에 식당이다! 본능이란 참으로 무섭다. 그렇게 인도에서의 첫 식사를 겟 하였다. 많은 기대감이 있던 것이 사실인데 음, 아이들 대부분 실망을 넘어 절망하는 분위기다. 정통 현지식이다 보니 향이며 맛이며 다 생소하고 입에 맞지 않는 거다. 사실 외국 음식이라 해도 우리나라에서 먹으면 나름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된 맛으로 재탄생되었을 텐데, 한국인의 입맛 따위 고려할 필요 없는 인도인의 식사를 처음부터 적응기 없이 바로 먹었다. 밥은 날아다니고, 커리는 향만 강하고 밍밍하다. 그 외의 메뉴들은 뭐가 뭔지도 모를 것들이 대부분인데 대부분 맵거나 짜다. 배가 많이 고팠을 텐데 먹다 남긴 음식들이 꽤 있었다. 그래도 식후에 마신 밀크티는 대박이었다! 공항에서 맛본 초콜릿도 그렇고, 여기 우유는 뭔가 남다른가 보다. 한국에 가서도 기억날 맛이다.

아이들은 쉬게 하고 로다와 APDEC 오프닝 행사에 참석했다. 대충 어디에서 누가 왔는지 서로 인사하는 자리. 둥글게 앉아서 나라별로 인사하는데 음 아직 한국인들은 오지 않았다! 급히 번역기를 돌려 인사말을 준비해야 하나 했는데 로다가 능숙하게 인사를 했다. 정말이지 돌아가서는 영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내년에 다시 해외 나올 때도 이러면 곤란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단번에 귀가 트이고 입이 열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얼마간 영어에 신경을 쓰고 살았더니 가뭄에 콩 나듯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이 있다. 사실 두려움이 없고 마음이 열리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는 법인데.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 보니 아이들은 이미 두려움 없이 소통하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잔디밭에서 한 무리의 인도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찌나 예쁘고 기분이 좋던지. 서로들 같이 논다는 것 자체가 신나고 흥분되는 듯, 쉴 새 없이 떠들며 이런저런 놀이를 한다. 그래, 아이덱에 애들을 델고 와서 바라던 그림이 이런 거였지. 사실 아이들이 아이덱 와서 강연이나 토론에 참석할 것도 아니고, 자기네들 발표 조금 하고 나머지는 참가자들과 어울리고 노는 건데, 참가자들이 다 아저씨 아줌마면 어쩌지 살짝 걱정했었다. 그런데 보니 인도 아이들이 한 수십명은 참가한 듯 하다. 초딩부터 성인까지 다양하게. 음 적어도 아이덱 기간 동안 놀 사람 없어 걱정할 일은 없겠다. 오후에도 인도 초딩 녀석들이 와서 아이들과 같이 야구를 열심히 하다 갔다. 보아하니 내일은 더 많은 인원을 끌고 오지 않을까 싶다.

점심을 먹으려는데 식권을 달란다. 식권 무엇? 그러고 보니 우리 새벽에 와서 자느라 등록을 하지 못했다. 등록 해야 자료집도 주고 식권도 주고 명찰도 주지. 이런 한마당 행사 한두번 와보는 거 아닌데 정신이 없다보니 잊고 있었다.
사무실로 갔더니 사람들로 인산인해. 이제 사람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일단 참가비 납부 여부부터 확인하는데 확인이 잘 안 되는 눈치였다. 로다가 상황을 이해하려 해도 영문을 모르겠는 상황. 정말 혼자 왔다면 여기서부터 에러가 날 각이었다. 결국 확인이 된 건지 아님 확인 안 됐는데 그냥 냈겠지 하고 통과시킨 건지...암튼 등록을 마치고 식권을 받았다.

아침을 먹지 않은 애들은 사색이 되어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주린 배와 인도 로컬 음식은 여전히 궁합이 맞지 않았다. 벌써부터 한국에 돌아가면 먹을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녀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거의 밤을 새고 오전에도 인도 아이들과 노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해서 오후에 자유롭게 쉴 친구들은 쉬게 했다. 그리고 4시부터 들살이(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학교의 들살이였다...) 규칙에 대한 회의를 했다. 늘 화두는 핸드폰 사용.
사실 말레이시아부터 남학생들이 틈나는대로 핸드폰 게임만 하는 모습이 거슬렸다. 급기야는 인도 와서도 대놓고 게임만 하고 있는 모습에 한 번 제동을 걸어야겠다 했다. 모여서 얘기를 시작했고 늘 그렇듯 얘기는 다수의 불만 토로와 소수의 항변으로 진행되었다. 그래도 인도까지 와서 핸드폰만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들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어느 정도 잘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이런 해묵은 논의거리를 다룰 때 보면 감정의 골이 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들을 잘 풀어야 하는데. 스스로 능력의 부족함을 느끼는 때 중 하나다.

드디어 아이덱 개막식이 열렸다. 모깃불 연기 자욱한 가운데 오전과 마찬가지로 각국별 인사가 이어졌고, 아이들과 나는 그저 어느 나라가 몇 명이 왔구나 하며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나서 이어진 축하공연. 생전 첨 듣는 형식의 연주인데 뭔가 굉장히 소울이 느껴지는...암튼 그런 독주를 감상하고, 이어 인도 노인네들이 나와서 전통악기 연주를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이지 우리나라 길놀이와 너무 흡사한 거다! 절로 장단이 맞춰지고 어깨가 들썩여졌다. 때마침 같이 할 사람들 나오라는 멘트가 있었고 쭈삣거리는 아이들을 잡아끌고 무대로 나갔다.
신명나는 놀이판. 다들 춤추며 소리치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나도 신이 났다. 다만 그 와중에 우리 애들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멍청히 서 있다. 순간 확 흥이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데...돌이켜보면 나도 저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뭔가 어색하고 부끄럽고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이는.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더더욱 내가 신명나게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놀고 싶었다. 자유롭게. 적어도 교사의 마인드가 열리면 아이들 중 일부라도 거기에 동화된다. 오늘은 충일이가 그랬다. 녀석은 진심으로 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했고 마음껏 발산하고 싶어하는 것이 보였다. 그거면 됐다.

인도에서의 실질적 첫 날. 여독이 풀리지 않고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9시밖에 안 되었는데 다들 피곤해서 영혼이 빠져나가려 한다. 한국은 12시가 넘었을 시간이니 일찍 자는 친구들은 졸릴 법도 하다. 더구나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하루 종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으니.

작년부터 들살이 때마다 자기 목표를 정하게 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계속 실천하고 지키려 노력하도록, 그래서 들살이가 끝날 때쯤엔 스스로 뭔가를 달성한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이번에는 특히 각자 도전하고 시도하지 않으면 뭔가를 얻어가기 힘든 상황이기에 더더욱 목표를 꼭 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서로 어떤 목표를 정했는지 나누었다. 예상대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이 곳에서, 소통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을 뿐이지만 먼저 다가와 주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 뭔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모두에게 기쁨과 설렘으로 와닿은 것 같았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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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 2018-11-26 00:17:02 (5년전)) 댓글쓰기
ㅠㅠ 방금까지는 꺽꺽 웃다가... 왜지? 이 알기어려운감동은... ㅜㅜ
가랑비♡ ( 2018-12-01 19:36:10 (5년전)) 댓글쓰기
로다의 존재가 소중하게 느껴지는데ㅎㅎ 아니 혼자서 어떻게 가려고 그랬던거야~~~!!ㅜㅜ 푸른 하늘과 넓은 들판에서 인도 친구들과 즐기는 야구는 진짜 기억에 많이 남겠다~ 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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