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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Team ZEST 인도 IDEC 참가기(5) - 익숙해지기 그리고 무반덱과의 만남
작성자 : 파도(한상윤)
  수정 | 삭제
입력 : 2018-11-22 17:32:19 (5년전),  수정 : 2018-11-23 02:12:07 (5년전),  조회 : 327
11월 17일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여행을 떠나 적응하는데 3일 정도는 걸린다. 우리도 그런 것 같다. 인도에 온지 3일째, 많은 것들이 익숙해지고 있다. 우선 음식. 밍밍한 카레와 시큼하기만 한 요구르트가 이제 조금씩 입에 맞는다.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밥도 이제 그러려니 하고 먹게 되었다. 아이들도 조금씩 적응을 하는 것 같다. 사람과 소통하고 친해지는 것은 나보다 훨씬 빠른데, 평생(?) 살아온 문화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오히려 나보다 늦는 면이 있다. 고추장 한 숟갈, 김치 한 조각만 먹어봤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매일 하는데, 그 와중에 오늘 아침 빵이 맛있네 저녁 치킨이 맛있네 하며 나름 접점을 찾아간다.

인도 사람들은 손으로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지만 그저 옛날 풍습일 뿐, 요즘도 그렇게 하는지는 몰랐다. 근데 정말로 대부분 손으로 먹는다...나이드신 분들은 슬쩍 보면 정말 손으로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고 맛깔나게 밥을 먹는지. 접시에 남은 잔반도 익숙한 손놀림으로 슥슥 모아 가볍게 집어 먹는다. 한국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면 역시 미개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당해 보인다. 왠지 포크나 수저를 써서 밥을 먹는 것이 좀스러워 보인다고 해야 할까. 로다는 손으로 밥을 먹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시도를 하지 못했다. 가기 전에 한 번은 해보고 싶다.

오기 전에 물 조심을 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나 혼자 여행이 아니고 어쨌든 여러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여행이다 보니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 도착했을 때는 곳곳에 놓여있는 정수기 물도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저 물은 괜찮은 물인 건지? 아이들도 별다른 수단이 없으니 먹긴 먹지만 물 맛이 이상하다는 둥 냄새가 난다는 둥 불안감이 떠날 줄 물랐다.
3일쯤 지나니까 물에 대한 걱정 따위는 잊었다. 정수기 물로 꼭 양치를 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왠지 먹는 걸로 장난치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그냥 수돗물로 양치를 하고 먹을 물만 정수기에서 받아 썼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우리가 당연한 듯 쓰는 모든 것들이 이 곳에서는 무척이나 소중한 공유자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우리도 그렇지만 체감하지 못할 뿐.

아침식사를 하면서 옆에 앉은 분들이 먼저 인사를 걸어와 주었다. 고마웠다. 자기 소개를 하는데 태국의 무반덱 스쿨이란다! 십수년 전에 한국에서 세계의 대안교육을 배운답시고 한참 띄웠던, 그러다 최근에는 근황조차 찾기 힘들어 망했나 싶던 그 학교. 이렇게 우연하게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침 기회다 싶어 소개를 하고 우리 다음 일정이 태국인데 방문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Of course!’
이렇게 쉽게? 이름이 알려진 학교일수록 방문객도 많아서 나름대로의 룰이 있을텐데. 아무리 아이덱에서 만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렇게 흔쾌히 승낙해 주다니. 뜻밖의 환대에 급 설레어졌다. 식사 후 마침 오전에 무반덱 소개를 하는 session이 있었고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으로 남의 발표를 들었다. 일단 내년에 열릴 우크라이나 아이덱에 대한 홍보가 잠깐 있었고(이미 가기로 맘 먹었지만 더 가고 싶어졌다) 이어 무반덱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무반덱의 삶을 보여주는 아주 잘 만들어진 영상을 보았다. 미화된 면이 있을 것이고(우리 학교도 영상으로 보면 아름답지 않던가...) 그 안에서 여러 문제와 갈등이 있겠지만, 서머힐의 철학을 그대로 받아 구현하려 하는 것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중요시 여기는 교사들의 모습을 보며 어떤 곳인지 더욱 가 보고 싶어졌다.

오전에 아이들이 삼두매 그리기 체험 부스를 열었다. 늘 그렇듯 상황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만 늘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니 그것이 감사할 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관심을 표하는데, 삼두매도 삼두매지만 오히려 한글과 한자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가 보니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그림 그려달라, 글씨 써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었다. 그건 그것 나름대로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한글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자기 이름을 한글로 써달라는 사람이 많았다. 소통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작은 몸짓으로 다른 사람에게 큰 기쁨을 줄 수도 있다. 한글 몇 글자 써 주었는데 그걸 받아 보면서 신기해하고 경이로워하는 그 눈빛을 보는 기쁨이란.

점심 먹고 오후에 드디어 비빔밥을 하러 아이들과 주방에 들어갔다. 밖에서 보는 식당과 안에서 보는 주방은 사뭇 달랐다. 진짜 인도인의 살림을 보는 느낌이랄까. 당연히 우리 학교같은 주방을 생각했을 아이들도 살짝 당황한 듯 했다. 일단 뭐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하나하나 거기 계신 분들에게 물어야 하는데...이분들 영어가 안 된다! 진짜 로컬 힌두어만 쓰시는 분들인 거다. 어차피 영어나 힌두어나 말 안 통하긴 마찬가지긴 한데...영어는 그래도 뭔가 문장이나 단어를 조합하려고 시도라도 하지만 힌두어는 아예 인간의 언어로 소통이 불가능한 거다. 각종 의성어 의태어와 바디랭귀지를 섞어 가며 어찌어찌 의사소통을 했다. (하다 보니 차라리 이게 더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야채를 썰어야 하는데 일단 칼이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한국에서 쓰는 것 같은 식칼은 언감생심. 무디고 얇은 날은 걸핏하면 옆으로 삑사리를 낸다. 여기에 도마는...처음에 다들 이것이 도마인지 몰랐다. 이건 그냥 나무토막인데. 거기에 각종 음식물의 잔해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그 비주얼이란. 컬쳐쇼크라는 것이 이런 거겠지. 어쨌든 그 열악한 상황에서 겨우 야채를 썰고 계란후라이를 시도했다. 납작한 후라이팬 따위는 역시나 없고 오목한 솥뚜껑 뒤집은 듯한 웍이 있었다. 거기에 계란후라이 60개 하다간 날이 샐 것 같아 스크램블로 메뉴를 바꾸었다.
밥은? 불면 날아갈듯한 그 밥을 어떻게 하는 건지 확실히 알았다. 얘네 밥을 압력을 가해 찌지 않고 그냥 물 넣고 끓인다! 한참 저으면서 끓이면 적당히 익으면서 물에 말아놓은 밥이 된다. 그걸 그대로 소쿠리 같은 곳에 갖다 부으면 물은 빠져나가고 밥만 남는 형태. 보아하니 밥의 풍미와 식감은 덜해도 밥 하기는 쉬운 것 같았다. 이건 뭐 물 맞출 필요도 없고 시간 잴 필요도 없고...그냥 죽 끓이듯 끓이다가 대충 물 빼면 되는 거니까.

힘들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저녁에 배식을 하였다. 큰 밥솥 두 개에 밥을 나눠 넣고 한쪽은 계란 넣은 밥, 한쪽은 넣지 않은 비건식으로 하였다.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볐을 때의 그 내음은...정말 그리운 고향의 느낌이 났다. 다만 문제는...싱거웠다. 고추장이 적은 거다. 딱 한 팩만 더 사와서 넣었어도 정말 맛있었을 텐데. 하긴 그 와중에 매워서 연신 물을 들이키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제스트 유니폼을 입고 사람들이 올 때마다 설명해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간지가 넘쳤다. 어느새 영어를 제법 유창하게 한다. 그리고 영어가 막혀도 태도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이 아이들이 한국에서 그렇게 무기력하고 에너지 없어 보이던 그 아이들 맞나 싶었다. 내 스스로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판을 깔아주는 역할만 해도 아이들은 쑥쑥 성장한다.
아이덱은 굉장히 스페셜한 판이라서 매번 아이들이 참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안전하면서도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또 없을까? 정말이지 이곳에서 하루가 다르게 움추렸던 영혼이 활짝 펼쳐지는 아이들을 보면 이런 장이 자주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지경이다. 정말, 뭔가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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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 ( 2018-11-22 22:53:54 (5년전)) 댓글쓰기
'판을 깔아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고 무심하게 말씀하시지만 거기에 얼마나 많은 공부와 인내와 체력과 애정이 필요하던가요. ㅠㅠ
감동의 아이덱 참가기 잘 읽었습니다.(이후 또 이어질 것 같지만..)
몰랐던 인도문화를 엿보는 것도 흥미진진했구요.
밥 짓는 인도의 요리법에서는 '바로 이거야! 밥물 맞출 필요도 없고 신박해!' 라고 생각했다가 아, 우리에겐 전기밥솥이라는 이기가 있지..하며 다시 한국의 부엌으로 돌아왔습니다..담에 야외에서 급하게 밥을 지을 일이 있으면 써먹어야 겠다고 생각하며. ㅎㅎ
이어질 인도->방콕->한국 여행기를 기대하겠습니다.(반짝반짝)
가랑비♡ ( 2018-12-01 19:42:38 (5년전)) 댓글쓰기
사진에 보이는 저 나무토막이 도마인가??ㅎㅎ 애들 표정이 하루하루 달라지는거 같네ㅋㅋ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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