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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Team ZEST 인도 IDEC 참가기(6) - 죽을 때까지 이 순간을 기억할 거야
작성자 : 파도(한상윤)
  수정 | 삭제
입력 : 2018-11-23 01:37:37 (5년전),  수정 : 2018-11-23 02:12:43 (5년전),  조회 : 370
11월 18일

오늘 발표를 하는 날이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자신이 이 발표에 부여했던 의미만큼 성취감과 좌절감을 가질 텐데. 일단 발표 전에는 늘 그렇듯 불안 긴장 초조로 인해 정작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어지는 그런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오전에 새나의 영화 발표를 했다. 가져간 노트북과 여기 빔이 서로 연결을 할 수 없어서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정말 절박하게 의사소통을 했다. 어찌어찌 연결하는 잭을 스태프가 구해 와서 연결을 했는데...인식이 안 되는 거다. 부랴부랴 아이덱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가져와서 연결을 하고 영상을 틀었는데...이번에는 소리가 엉망이었다. 앞 부분에 영어 자막을 넣은 것도 흰 화면에 흰 글씨라 잘 보이지 않았는데 소리도 잘 들리지 않으니 사람들 답답했을 거다. 그래도 다행히 뒷 부분은 소리도 조금 크게 나고 자막도 어느 정도 보여서 잘 마무리가 되었다.

오후에 산식당 발표를 했다. 마지막까지 피피티 수정하고, 발표 연습하면서 정말 대회 출전하는 선수처럼 초초하게 기다렸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세팅을 하고 기다리는데...생각보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오전에는 그래도 꽤 왔었는데. 세시 반에 시작하기로 했는데 세시 반에 온 사람은 한두명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새나의 영화와 신영이의 페미니즘은 각자들 포스터를 만들어 붙였는데, 정작 산식당 발표에 대해서는 제대로 홍보를 하지 않은 거다. 그 사실을 우리 모두 놓치고 있었다. 지난 1년간의 과정을 정리 발표하는 중요한 자리였는데. 아이들 중 발표를 담당하는 팀이 챙겨야 할 일이긴 했지만 나 역시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급하게 아이들이 나가서 사람을 모으기는 했지만, 예정보다 늦게, 적은 인원이 모인 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이 안타까웠고 당황스러웠다.

발표는 순조로웠다. 감정이 이입된 내 입장에서야 저녀석 지금 엄청 긴장해서 떨고 있는게 다 보이고 조마조마했지만, 어쨌든 큰 실수는 없이 발표를 했다. 아이덱 스태프의 노트북에 파일을 옮겨서 피피티를 여니 한글 폰트가 바뀌어서 나왔고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쨌든 발표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발표가 끝날 때쯤 보니 그래도 한 15명 정도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들어온 사람은 적었지만 질문은 무척 많았다. 특히 뉴델리에서 온 교사 한 분이 무척 질문을 자세하게 이것저것 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덕분에 발표에 담아내지 못한 여러 이야기들을 좀 더 자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박수와 찬사가 이어졌다. 의례적인 것이 아닌, 진심으로 우리의 이 과정을 칭찬하고 감탄하는 반응들.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아이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급기야 그 교사분은 우리 모두에게 아이덱 티셔츠를 선물하고 싶다면서 우리를 데리고 나가서 정말 모두에게 티셔츠를 사 주었다! 그리고 우리의 발표가 너무나도 좋았는데 조금 적은 사람만이 들어서 아쉽다고, 유튜브에 이 내용을 올려주면 좋겠다는 다른 분도 있었다. 살짝 울컥했다. 정말로 이 사람들에게 고맙고 감사했다.

질문 중에 ‘아이들이 프로젝트 과정에서 지쳐버리면 다시 어떻게 힘을 받게 하나?’라는 질문이 있었다. 힘든 과정도 배움의 일부이고, 여러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면서 지쳐버림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라는 식으로 블라블라 했는데, 내가 완전히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지치고 힘들 때 힘을 받는 원동력은 지지와 격려, 그리고 사랑이다. 여지껏 나는 그것에 참으로 인색한 교사였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학생들에게 정말 정말로 미안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을 충분히 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 곳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수많은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봇물 터지듯 하루가 다르게 멋져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더욱 그렇다.
정말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을 준 것은 바로 이곳, 아이덱에 모인 사람들이다. 타인의 노력에 진심으로 기꺼워하고 열렬히 격려하며 자신의 것 또한 마음껏 발산하고 즐기는. 우리 학생들이 그간 얼마나 열심히 잘 살아왔는지를 그들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성민이가 발표 마무리에 얘기한 소감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죽을 때까지 이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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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 2018-11-23 08:32:38 (5년전)) 댓글쓰기
멋지네요...짱짱!!!
색연필 ( 2018-11-23 10:54:03 (5년전)) 댓글쓰기
'사람이 지치고 힘들 때 힘을 받는 원동력은 지지와 격려, 그리고 사랑이다.'
저도 참 그것에 인색한 부모였던 것 같습니다.ㅠㅠ
그동안 선생님들께 지지와 격려, 사랑을 보내고 싶었지만 단지 쑥스럽고 멋적다는 이유로 등한시하고 넘어갔는지요.
하지만 파도의 말씀대로 사람이 금방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ㅠㅠ(이동수업..아니 이동생활이라도 해야하는 건지)
금방 바뀌지는 않겠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산학교의 모든 선생님들께 지지와 격려 사랑을 보내고 있습니다.(손하트하는 이모티콘
소풍~^^ ( 2018-11-26 00:35:22 (5년전)) 댓글쓰기
멈추지않는눈물이당황이되는... ㅠㅠ 아이들.. 파도.. 로다의 모습이 글에서도 보이고느껴집이다... 웃다울다... 웬일~~~~~
팅커벨(은준은성맘) ( 2018-12-02 09:39:07 (5년전)) 댓글쓰기
감동입니다.. 산식당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진행한다고 했을 때부터 대단하다고 여겼는데 인도에서 마무리되는 일정까지 보니 산학교식구로서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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