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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Team ZEST 인도 IDEC 참가기(7) - 아이덱 마지막 날(?)
작성자 : 파도(한상윤)
  수정 | 삭제
입력 : 2018-11-23 01:44:44 (5년전),  수정 : 2018-11-23 02:13:48 (5년전),  조회 : 317
11월 19일

시간은 상대적인 것일까? 아이덱에서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처음 인도에 도착해 불안에 떨며 ECC에 도착한 지 벌써 5일째이다. 아이들은 이제 처음 목표했던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기본이고 각자 친해진 사람들, 또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놀고, 이야기를 나눈다. 뭔가 어색하고 이방인임을 의식하며 살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없고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으로 거듭난 듯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제 처음 준비했던 각종 놀이 및 나눔거리들이 굳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한 ‘수단’이 필요없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오늘은 야구를 제외하고는 (그건 소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냥 남자아이들의 일상과도 같은 거랄까...)다른 모든 것들은 판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 음 사실 판을 벌이지 않으면 다른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우리와 소통할 계기가 사라지는 것 같아 내심 뭔가를 열어놓기를 바랬지만...그것을 해야 할 사람은 어차피 아이들이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법. 그것이 민주교육 아니던가.

덕분에 나도 처음으로 널럴해졌다. 아니 사실 아주 일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우선 무반덱 분들과 다시 만나서 태국에서의 방문 일정을 확실하게 픽스했다. 내친 김에 내년에 우리 아이들(내 새끼들)을 데리고 2주에서 한달 정도 방문을 할 수 있겠냐고까지 물었다. 대답은 OK! 무반덱의 사무국장? 정도 되는 듯한 ladawan이라는 분이 계속 우리와 소통을 했는데, 이분이 워낙 No를 하시지 않는다. 항상 좋고, 가능하고, 감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가능한 건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뭐 내 개인적인 방문은 아직 먼 일이다. 그리고 정말로 내게 의지가 있다면 불가능할 것이 뭐 있을까.

올 때 타고 왔던 택시비 지불을 하고 내일 공항으로 갈 택시 예약을 했다. 원래 택시 한 대당 1500루피, 두 대로 왔으니까 3000루피 나올거라 했는데 심야라서 할증이 붙었나보다. 아님 우리를 기다린 시간만큼 요금이 올라갔거나. 암튼 4200루피 나왔다. 다행히도 가는 택시비는 미리 3200루피(약 48000원)에 확정을 지어 놓았다. 거듭 거듭 느끼지만 여기 인도의 스태프들은 정말 친절하다. 며칠 동안 들락거리며 이런 저런 도움을 청하다 보니 이제 나랑 어느 정도 안면이 생겨서 영어 못하는 코리안을 배려해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발음해 준다.^^

오후에는 드디어 시간이 났다! 그래서 세션을 들었다. 우선 일본의 사례 발표. 작년 APDEC을 주관했던 kakesi라는 분이 발표를 했다. 음 사실 작년 이후 1년 동안 일본의 대안교육이 얼마나 변화했고, 어떤 시도를 했는지 궁금했는데 발표 내용은 작년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다...;; 작년 APDEC 때는 메인 발표는 기본 2~300명씩은 꽉꽉 찼었는데. 작년에는 내가 들었던 발표가 현지(일본)인들이 많이 참석했었다면, 올해는 현지(인도)인들은 그닥 관심이 없었던 듯 하다. 그저 처음으로 혼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영어 발표를 들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을까. 확실히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영어가 귀에 쉽게 들린다.

내년 IDEC을 열 예정인 우크라이나의 발표도 들었다. 아 근데 여기는 힘들었다. 일단 피피티나 영상이 좀 있어야 기본 정보를 인식하고 들어갈텐데, 제목화면 하나 달랑 띄워놓고 주구장창 말만 하는거다. 그것도 절반은 우크라이나어로. 영어로 통역을 하긴 하는데 자비없는 속도로 떠든다. 아주 제한적인 내용만 이해했다. 주관하는 학교가 한 네군데쯤? 에너지, 생태, 몬테소리, 홈스쿨링 등등. 내년에 가기 전에 우크라이나어도 조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IDEC 참가자의 절반은 현지인들일 테니.

발표를 다 듣고 신영이의 발표 장소로 갔다. 이미 어느 정도 세팅은 마무리되었고 사운드도 이번에는 빵빵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문제는 피피티에 삽입된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거다. 다행히 문제를 찾아서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재생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는데, 갑자기 단체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계속해서. 급기야 자리가 모자라서 바닥에도 앉고 서로 자리를 좁혀 앉아야 할 정도로 만석이었다. 인도 아이들이 많았지만 성인들도 많이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릴 법도 했지만 신영이는 천천히 침착하게 영어로 발표를 했다. 한국의 몰카 현황과 페미니즘 운동의 현 주소에 대해. 사람들 모두 열심히 들었고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질문이 이어졌다. 전날부터 우리 발표의 질의응답 시간을 위해 영어 잘 하는 금산간디 학생을 섭외했었고(고은이 동기란다^^) 정말 열심히 통역을 해 주어 잘 마칠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실질적인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다음 날 저녁이 공식적인 아이덱 폐막식(?)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음날 중간에 떠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실상의 마지막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댄스 파티를 열기로 했나보다. 아이들도 그 소식을 듣고 참석하고 싶어했다. 첫날 개막식만 해도 쭈뼛거리며 몸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던 친구들인데 참 금방 변했다. 이것도 아이덱의 힘이겠지...문제는 우리가 하루나누기를 해야 할 시간과 겹치는 거다.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얘기를 해야 하는데...예의 또 그 안좋은 습관이 나온다. 회피하고,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 그러다 보니 얘기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안 나누는 것도 아닌, 뭔가 굉장히 애매모호한 상태로 어물쩡 결정해 버리는 모습이 또 나왔다. 그냥 오늘은 마지막 밤이니까 즐기기 위해 하루나누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좀 어이가 없었다. 아이덱에서의 마지막 소감을 나누는 자리를 갖지 말자고 하는, 무척이나 중요한 결정을 이렇게 일방적이고 즉흥적으로 해도 되는 건가? 오늘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있고 그 다음 과정에 대한 생각은 없다. 그리고 뭔가 즐기고 싶은 명확한 계획이 있는 친구들은 서너명. 나머지는 딱히 생각이 없거나 아직 하루이야기를 다 쓰지 못해서, 그리고 그냥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이 귀찮아서 하지 말자는 의견이었다.

아이들은 나선형 성장을 한다고 처음 산학교에 와서 들었다. 배우고 경험한 만큼 위로 쭉쭉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도 겪고 퇴행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한다고. 아이덱이라는 판이 아이들의 틀을 깨고 마음의 성장판을 자극시킨 것은 맞지만, 오랜 동안 쌓여진 나쁜 습(習)은 일순간에 고쳐지지 않는다. 그 습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시도의 정점이 이동학습인데. 아직까지는 부모도 아이들도 그 시도에 대해 잘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 아이들의 목표는 소통이었다. 그리고 그 소통-아주 기본적인-이 생각보다 열린 사람들과 우리를 환대하는 분위기에 힘입어 쉽게 달성되었다. 아마 거기서부터 많은 에너지를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가 아닐까? 소통을 단순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소통할지가 중요한 거다. 거기서부터 진짜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것인데, 아직은 아니다. 내가 너무 이상적인 모습을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모르겠다. 나는 이 친구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소통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렇기에 이런 모습에 대해 지적을 해야겠다. 분위기 싸해지고 뒤에서 불평을 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잘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그것을 지적해 주는 것 또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로다와도 이 느낌을 공유했고 내일 마지막이지만 같이 이야기하기로 했다.

뭐 덕분에 시간이 또 남았다. 한국에서 오신 교사들이 마지막 날이라 모여서 술 한잔을 하고 있었고 나더러 오라고 했는데 일정상 어렵겠다 싶었다. 어쨌든 그분들은 딸린 애기들이 없고(있긴 있는데...고등학생은 확실히 손이 덜 가는 것 같다) 나는 애기들 아홉명이 있다. 하루 나누기 하면서 소감도 말하고 하다 보면 술자리 파할 때까지 마치기는 어렵겠다 싶었는데...고생하는 교사에게 술자리를 마련해 주려는 아이들의 빅픽쳐였을까.

술자리에 갔다. 제천간디 이병곤 교장선생님, 금산간디 태영철 교장선생님과 작년 APDEC에서 뵈었던 늘푸른 자연학교 선생님 두 분, 그리고 금산 레드스쿨 선생님 등 여럿이 있었다. 너무 늦게 결합해서 얘기를 길게 나누지는 못했지만(음주를 길게 하지 못한 것이 더 아쉽긴 했다) 이 분들은 뭔가 계획이 있으셨다. 내년부터 국제 교류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하는. 아까 페미니즘 발표를 할 때 그 계획에 동참하고자 하는 나라들이 모였고 한국, 대만, 네팔,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이스라엘이 모였다. 내가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그림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솔깃했다. 아이덱 와서 아이들이 활짝 피는 모습을 보며 이런 장이 자주 있기를 바라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미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다. 반가웠다. 일단 단체 페북을 만들어서 소통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나도 거기 초대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SNS를 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사실 페북 계정 만들어만 놓고 정신사나워서 안 하는데. 해야 하나 보다. 뭐 중요한 건 소통의 ‘내용’일테니.

내일이면 아이덱이 끝난다. 그리고 인도를 떠난다. 모든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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