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커뮤니티 가입하기

카운터

Today : 280
Total : 1,000,539
2018년 Team ZEST 인도 IDEC 참가기(11) - 번외편 :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무반덱, 그리고...마지막 밤
작성자 : 파도(한상윤)
  수정 | 삭제
입력 : 2018-11-28 16:36:22 (5년전),  조회 : 397
11월 23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식사를 했다. 어제 밤에 살림팀 친구들이 편의점에서 장을 봐 놓았다. 내가 무언가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은 참으로 여유롭고 좋다. 비록 편의점에서 산 태국식 찐빵과 콜라지만 평화롭고 행복한 아침식사를 했다.
8시가 되니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한다. 신영이와 아영이는 어제 산 태국식 옷을 입고 나왔다. 저 자유분방하면서도 멋져 보이는 모습이 부럽다. 나이가 들수록 내키는 대로 한다고 다 멋져 보이지 않음을 알기에, 스스로 절제되는 것이 있다. 그 또한 두려움이겠지만.

9시에 예약한 밴이 왔다. 비록 돈을 내고 제공받는 서비스지만, 누군가가 오로지 우리를 위해 움직이고, 무언가를 제공한다는 것에 아이들은 황송해한다. 아직 순진하다면 순진한 거겠지만, 가급적 이 모습을 오래 간직했으면 하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돈으로 맺어진 관계라 하더라도, 나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에게 존중과 감사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모르겠다. 내가 너무 순진해서 그런 건지. 암튼 최소한 갑질이라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12시에 무반덱에 도착했다. 방콕에서 3시간. 첫 인상은 꼭 어디 휴양림 느낌? 유명한 학교답게 방문객 센터?(얼핏 매표소처럼 생긴...)가 있었다. 처음 만난 분에게 우리가 누구고 왜 여기 왔는지를 말하는데 잘 모르는 눈치다. 하긴 산학교도 누가 온다고 했을 때 모든 교사가 다 알고 있지는 않는다. 수업하고 애들 보기 바쁜데 외부 손님까지 신경쓸 겨를 없다.
처음 만난 그분은 나처럼 영어 못하는 교사였나 보다. 영어 할 줄 아는 분을 모시고 왔다. 로다와 몇 마디 주고받더니 다행스럽게도 일단 우리를 식당으로 안내했다. 오기 전에 아이들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신신당부해서 다들 말은 안하고 있었는데 배가 몹시 고픈 상태였다.

주방 옆에 작은 식당이 있었다. 학생들이 밥 먹는 곳은 따로 있단다. 그리고 밥과 찬을 내어 주시는데...수저가 없다! Wow. 접시에 덜어 손으로 먹는단다. 우리가 인도에서 와서 그나마 괜찮았지 한국에서 바로 왔다면 꽤나 당황스러웠을 성 싶다. 인도에서 손으로 먹어보길 잘했다 싶었다. 다행인 건 여기 밥은 한국 밥과 질감이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좀 밥솥에 오래 놔둔 밥 느낌? 암튼 그래서 손으로 집어먹기에 어렵지 않았다. 반찬으로 나온 고기와 팟타이도 집기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도 좀 어색해하며 밥을 먹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여러번 더 갖다가 먹는다. 태국 음식은 정말....진리다.

식사를 하고 아이들 3명이 우리를 안내해서 학교 구경을 시켜 주었다. 무반덱은 정말 휴양림만큼 넓었고 돌아다니는 데 힘이 들 정도였다...안에 이정표가 있는 학교라니. 대학교도 아닌데! 교실과 기숙사, 공방, 농장을 차례대로 돌았고 중간에 야생 코끼리가 산다는 곳까지 가려다가 돌아왔다. 수많은 개와 고양이, 닭들이 돌아다니며 우리를 쳐다보았고 일부는 우리에게 와서 친한 척을 했다. 그리고 다큐에서 보았던 원형 강당과 실외 원형극장, 도서관, 그리고 아름다운 콰이강(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그 콰이강 맞다)까지. 일단 학교의 이념이고 철학이고 다 떠나서 이런 환경이면 사람이 어느 정도는 여유로와지고 착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를 생각해보면...더더욱 그랬다.

도서관에 가서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여러 가지 묻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내 질문의 상당 부분은 아이들이 대신해 주었다. 가끔씩(때론 자주) 학생들에게 경탄할 때가 있는데 이 시간이 그러했다. 소통을 원해서였나, 아무튼 정말로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나름 맥을 짚는 질문들을 쉬지 않고 던졌다.
Q. 왜 이 학교를 세웠는가?
A.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과 상의 끝에 이곳에 터를 잡고 학교를 만들었다.
Q. 학생이 몇 명인가?
A. 현재 104명 정도 된다. 4명은 시내의 대학을 다니고 있고 100명은 안에서 생활한다.(무반덱은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돌보기 어려운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교사는 mother, father로 불리우며 실제로 부모의 역할을 수행한다.)
Q. 왜 선생님을 엄마, 아빠라고 부르나?
A. 아이들이 그것(부모의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다.
Q. 수업에 안 들어가도 되나?
A. 아침에 하는 농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신의 선택이다. 나중에 어떤 수업이 듣고 싶으면 그 때 들어가면 된다.
Q. 이 곳에서 지내다가, 사회에 나가면 적응력이 떨어지지 않나?
A. 우리는 학생들에게 세상은 이곳과 다르다고 충분히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다양하게 세상과 만날 기회를 제공하려 애쓴다.
Q. 돌봄과 교육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내 질문)
A. 같다. 아이들은 행복해야만 하고 그것을 주기 위해서는 적절한 돌봄과 교육 모두가 필요하다.

시종일관 차분하지만 명확하게 답변하시는 무반덱의 교장 선생님을 보며 적어도 이 분 뭔가 확신이 있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확신 중의 하나는 교육=사랑이라는 것. 서머힐도 그렇고, 서머힐의 철학을 받은 무반덱도 그렇고, 민주교육을 완성하는 결론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나도 그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정말로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교사가 지치지 않고, 사랑으로 교육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반덱의 교사들은 어디서 그 힘을 얻나? 부모들은 아닐 것이고, 학생에게서? 아니면 교사 공동체 내에서? 그도 아니면 자기 신념인가? 부모의 역할과 교사의 역할을 모두 한다는 것이 어떻게 해야 가능한 것인가? 아쉽게도 그 이야기를 들을 시간은 없었고, 짧은 만남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내년에 내가 만약 이곳에 다시 온다면, 꼭 이 의문을 해소하고 싶다. 말이나 글로 답은 들을 수 있겠지만, 직접 이곳에서 학생과 교사의 삶을 느껴보고 싶다.

헤어지기 전, 우리가 준비한 선물(!)을 기증했다. 아이덱에 가서 썼던 테니스공과 공기, 그리고 더불어숲에서 구입했던 여드름 밤과 모기기피제, 자운고까지. 그리고 산식당을 하며 번 돈의 일부인 100달러를 기부했다. 무반덱은 100% 외부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곳이기에, 비록 짧은 방문이지만 무언가 기부를 하고 싶었다.(밥값이라고 할까) 내친 김에 공기는 아이들에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잘 따라 하는 친구도 있고 몇 번 하다가 자기 식대로 노는 친구도 있고...모습이 참 제각각이다. 이어 테니스공을 쥐어 주었더니 자기들끼리 던지고 난리가 났다. 아마도 저 공으로 인해 회의 몇 번은 하지 않을까 싶다...그 와중에 새나는 한 아이에게 장명루를 만들어주고 있다. 떠날 시간이라 다들 밴에 올라타서 갈 준비를 하는데, 마지막까지 그걸 만들어서 손에 묶어주고 달려온다. 사랑이란 저런 걸까?

방콕으로 돌아오는 길은 서울로 올라오는 길처럼 막힌다. 그래도 기사 아저씨는 어찌어찌 세시간만에 다시 우리를 숙소로 데려다 주었다. 저녁 8시. 방콕에서의 남은 시간은 12시간.
마지막 만찬을 즐기러 숙소 옆의 음식점으로 갔다. 메인 메뉴보다도 아이들은 오랜만에 맛보는 케첩을 더욱 탐닉한다. 내일 이시간, 저들은 한국에서 대체 무엇을 먹을까.

소감을 나누었다. 재밌었다. 좋았다 등의 의례적인 말 외에도, 다들 무언가 마음 속에 각인된 어떤 것들이 생겼나보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는 모두 각자의 몫이지만, 나로서는 뭔가 느낀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보람과 만족이 느껴졌다. 성장은 나선형이기에 돌아가면 또 원래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서로 다투기도 하면서 연말을 맞겠지만, 그렇다고 이 시간이 없던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여행이 끝났다.
 





























































이름


비밀번호
곰식이 ( 2018-11-29 11:02:42 (5년전)) 댓글쓰기
"다들 무언가 마음 속에 각인된 어떤 것들이 생겼나보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는 모두 각자의 몫이지만"
필력 짱!!!
강가 ( 2018-11-29 23:36:57 (5년전)) 댓글쓰기
이야 이거 정말 엄청나네요! 이렇게 좋은 글을 공짜로 읽었다니.

아이들 참 예뻐요. 파도랑 로다도 예뻐요! 애썼어요~

열린마음과 사랑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뭔가!
로다 ( 2018-11-30 22:44:02 (5년전)) 댓글쓰기
어찌어찌 우리 모두 잘 다녀왔군~ 고생많았어!
지슬 ( 2018-12-01 14:34:34 (5년전)) 댓글쓰기
글 읽는내내 눈물과 감동이였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와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그 시간이 없던 시간은 아니였으니
사는내내 마음속에 빛나는 추억과 경험을 안고 살겠구나 싶어 마음이 벅차네요
파도, 로다 너무너무 수고 많으셨고 고맙습니다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010
20211119 김장 사진 로다 2021-12-12 1585
2009
SBS반 아이들과 함께한 영화 <그레타 툰베리> 로다 2021-07-03 1650
2008
콩나물신문) 재밌는 추억을 만들고 가는 산학교 겨울계절살이 로다 2020-02-05 1862
2007
콩나물신문) 한 해 농사의 마무리, 김장 [1] 열매 2019-12-07 1798
2006
콩나물 신문 - ‘Hòa Bình(호아빈)’ : 베트남에서 배운 ‘평화’ 아미 2019-12-03 431
2005
20191129 김장하는 날! 로다 2019-12-02 462
2004
11월 29일 금요일 중등의 연극나들이 <빛나는> 로다 2019-12-02 364
2003
산학교의 가을 [1] 노을 2019-11-22 419
2002
나무동구반 목공 이야기_톱질을 칼질 처럼 잘한다. [3] 노을 2019-11-19 421
2001
요리동아리 이야기 [3] 노을 2019-11-19 408
2000
나무동구반 대림미술관 나들이 [2] 노을 2019-11-13 374
1999
2019년 11월 7일 장애인식개선교육연극 <언제나 맑음>을 본 후! 로다 2019-11-11 379
1998
2019 아홉송이반 가을들살이3 [1] 말랑말랑 2019-11-04 409
1997
2019 아홉송이반 가을들살이2 [1] 말랑말랑 2019-11-04 387
1996
2019 아홉송이반 가을들살이 [2] 말랑말랑 2019-11-04 406
1995
2019 3학년 가을들살이 5일차 열매 2019-11-01 391
1994
2019 3학년 가을들살이 4일차 열매 2019-11-01 373
1993
Re: 2019 3학년 가을들살이 4일차 열매 2019-11-07 352
1992
2019 3학년 가을들살이 3일차 열매 2019-11-01 382
1991
Re: 2019 3학년 가을들살이 3일차 열매 2019-11-07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