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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10.04.20] 성미산 마을이 들썩 들썩 "달려라 달려~"
작성자 : 전나무
  수정 | 삭제
입력 : 2019-05-21 18:56:50 (4년전),  수정 : 2019-08-09 15:51:12 (4년전),  조회 : 90

지난 4월 9일 도시공동체로 유명한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참나무어린이집을 찾아갔다, 먼저 나를 알아보는 아이들 몇몇이 "제제(기자의 애칭)"하면서 반갑게 매달린다. 

내 손에는 천과 작은 실로폰이 들려 있었다. '이야기 할머니'의 전령으로 가져왔다고 하자 아이들은 "전령이 뭐예요?"하고 물었다. 친구들이 공연을 잘 도와줄 수 있는 소리박사인지 알아보러 왔고, 몇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나의 설명이 이어지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깔깔깔 떠들기도 하고 집중하기도 하며 아이들은 여름, 가을, 겨울에 나는 자연의 소리를 입으로 몸으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맴맴" "찌르르" "사각사각" "찍"(모기가 피 빨아먹는 소리)…. 어느새 소리박사가 된 아이들은 2주후에 성미산마을극장에서 보기로 한 연극 <달려라 달려 달달달2>을 기다리며 노래를 불렀다. 

"달려라 달려 달달달~"

어린이 연극의 실험을 시작하다

4월 21일 공연을 앞둔 <달려라 달려 달달달2>의 기획은 2009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어떤 어린이극을 올리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극단 마실 손혜정 대표를 만났다. 

손 대표가 연출하고 출연한 <달려라 달려 달달달>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이야기꾼의 연행과 관객의 참여라는 새로운 방식을 어린이극에 도입한 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라이브음악으로,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그 결과 과천한마당축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국립극장으로부터 우수공연으로 초청을 받아 공연하기도 했다. 이 분이라면 함께 성미산마을극장에 재미난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손 대표 역시 주저하지 않았다. 공연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마을주민들과 함께.

마을 시연회 후  아이들은 악기가 신기하기만하다. 악기를 만지게 해주니, 너나없이 뛰어나와 두드려보는 그 모습이 이쁘다
▲ 마을 시연회 후 아이들은 악기가 신기하기만하다. 악기를 만지게 해주니, 너나없이 뛰어나와 두드려보는 그 모습이 이쁘다
ⓒ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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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손 대표의 고민은 스스로가 아이를 둔 엄마이지만, 어린이공연을 만들다 보면 뭔가 자꾸 교훈을 주려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막상 공연을 하게 되면 보여주는 사람과 보는 사람으로 나뉘는 거 같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어린이극을 만들 수는 없을까? 그 방법을 성미산마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다. 

이 고민들은 2009년 11월 2차례의 '가족과 함께하는 연극놀이'를 시작으로 하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배우 손혜정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용기'와 '인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만난 엄마 아빠는 우리 아이가 그냥 지금만큼만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그들의 아이들 역시 길가의 꽃 하나가, 따뜻한 햇볕이, 그리고 지금의 엄마 아빠가 있음이 행복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공연의 방향은 급회전을 한다.

큰사진보기가족과 함께 했던 연극놀이 2009년 11월 극단마실과 연극놀이로 처음 만났다. 느리와 결이가 만드는 가족의 장면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 가족과 함께 했던 연극놀이 2009년 11월 극단마실과 연극놀이로 처음 만났다. 느리와 결이가 만드는 가족의 장면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 극단 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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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놀이를 마치고 3개월, 손 대표는 다시 새롭게 작품을 만들어갔다.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마을 시연회를 연 것이다. 연출가가 자신의 완성되지 않은 작품을 미리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결심이다. 그런데 심지어 연극을 하는 동료도 아닌 관객이 될 마을주민들에게 보여준다는 건 발가벗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것도 공연을 3주 앞두고.

그 마음이 통해서였을까. 30여명의 교사, 교육전문가, 엄마 그리고 아이들까지 모두들 집중해서 공연을 봤다. 그리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이해하려면 호리병에 호박이 들어가는 걸 실감나게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이야기할머니처럼 박사들도 리듬이 있으면 좋겠어요." 같은 배를 탄 동료가 되어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따뜻하게 다가왔다. '완성되지 않은 공연을 미리 보여주면 오히려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 역시 섣부른 우려였다. 


마을 시연회를 거치고, 손 대표와 극단 마실의 스태프들은 다시 본격적으로 작품을 수정했다. 과감히 드러내고, 새롭게 고치고, 무대소품도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공연을 앞두고 2주일 동안 마을의 어린이집, 공부방을 돌아다니며 200명의 아이들과 만났 공연을 위한 연극놀이를 하였다(서두의 이야기는 그 과정을 쓴 것이다). 이 역시 국내 연극계에서 매우 드문 시도다. 처음에는 연극을 통한 교육적 효과를 계획하고 시작했지만, 사실 난 그 이상의 의미를 보았다. 


아이들은 이미 연극을 보는 기대감에 푹빠져 2주일을 보내고 있다. 길을 걸어가다가 마을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면서 노래를 한다. "달려라 달려 달달달~~" 

들썩이는 극장, 들썩거리는 아이들.,.. 

달려라 달려 달달달 2 4월 21일부터 5월 2일까지 성미산마을극장에서 공연이 올라간다
▲ 달려라 달려 달달달 2 4월 21일부터 5월 2일까지 성미산마을극장에서 공연이 올라간다
ⓒ 성미산마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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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4월 21일(수)부터 5월2일(일)까지 10일간의 성미산마을극장(02-322-0345) 공연이 시작된다. 손 대표와 처음 이야기를 나누고 9개월이 지났다. 어린이극을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 눈높이를 맞춘 어린이극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우리나라에서도 연극과 교육을 연계해보자는 욕심을 하나하나 이뤄나갔다. 하지만 그거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다.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마을 주민들, 아이들이 있어주었다. 보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로~ 그리고 마을에서는 기대에 들뜬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랬다. 마을에 공연 하나 들어오면 엄마에게 매달렸다. 그렇게 어렵게 허락을 받고 그 기대감에 들뜬 마음으로 지냈던 시간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꿈속에서 공연을 보기도 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그 당시 마을은 그렇게 들썩였다. 한편의 연극을 만나기 참 어려웠던 시절 그때 본 '연극 경험'은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은 넘쳐난다. 공연도 놀이도 수많은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우리 시대의 아이들에겐 부족한 게 없다. 그래서일까.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인데, 마을 아이들이 흥분과 기대로 들썩이고 있다. '그래~ 이게 마을에서 연극을 함께 만든다는 게 아닐까' 싶었다. 교육적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더 중요한 것, 그것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새로운 생각이 머리에서 커다란 고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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