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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어요> 즐거워야 하는, 선물하는 공동체 이야기-코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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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23 20:42:18 (3년전),  수정 : 2020-04-24 10:54:32 (3년전),  조회 : 82

낯선 존재들을 향해 열려있으면서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바꾸어가는 공동체.

더불어 무엇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기쁨, 그것이 코뮨을 지속하도록 추동하는 힘.

코뮨에서는 선물이 작동원리여야.

직접적인 만남, 공동활동이 중요.

활동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고, 활력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며, 분위기로 가득 차 있어야.





참나무의 무궁한 영광을 고민하며 잠 못 들고 뒤척이다가 우연히 책 한권을 봤습니다. 너무 어려운 책이라서 눈을 부라리고 봤어요. 여러분들은 읽지 않아도 되도록 제가 정리해보려 합니다.

제목은 ‘코뮨주의 commune-ism’, 저자는 철학자 이진경씨입니다. 이진경씨는 지금 연희동 (저희 집 골목 입구)에서 ‘수유너머’라는 지식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공동체로 살고 있는 것이죠.

저자는 역사에서 공동체를 만드는 시도가 끊임없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실패하면서도 반복되는 것은 공동체가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살아 있는 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거죠. 실패란 어떤 시도를 포기해야하는 지점이 아니라 ‘자 다시 한번!’하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지점이라면서요. ‘실패에도 불구하고 시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끊임없는 '시도 덕분에' 실패가 계속 등장한다고 합니다.

코뮨주의는 정치와 경제의 문제에서도 중요합니다. 특히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자본주의가 침투한 지금 더 그렇습니다. (우리가 뭐 한번 검색하면, 그 데이터가 기업의 마케팅 자료가 되는 것 처럼요.) 이렇게 미세한 영역을 다루기 위해 코뮨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코뮨주의란 자본주의 안에 살면서, 자본주의와 다른 삶의 방식이나 생산방식, 활동방식을 창안하려는 시도를 뜻한다고 합니다.

코뮨주의가 미세한 영역을 다룰 수 있는 이유는 경계를, 울타리를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개체일까요? 하나의 독립된 단위라 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엄청난 수의 바이러스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공동체입니다. 반대로, 회사나 국가, 군대 등 조직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개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경계에 대한 다른 예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국가나 계급이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경계선이 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직접 대면을 하는 이상적인 공동체로는 너무 크고, 우주적인 연대를 꿈꾸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이죠. 울타리를 생각하지 않는 공동체가 코뮨입니다.

저자는 두 가지 공동체를 구분합니다. 하나는 이질적인 요소를 배척하면서 친숙하고 안정적이 되려고 노력하는 공동체이고, 다른 하나는 낯선 존재들을 향해 열려있으면서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바꾸어가는 공동체입니다. 저자는 앞의 것을 일반적인 공동체라 하고, 뒤의 것을 코뮨이라고 부르며, 코뮨을 지향하자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의 코뮨은 항상 이견과 불화로 가득 찬 곳이고, 그런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분열의 위험이 상존하는 집단이 됩니다. 왜냐하면 외부적 요소들에 열려 있는 한, 코뮨은 이질적인 것들이 만나고 섞이는 곳이며 충돌과 불화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자연에는 먹이사슬이 있죠. 그렇게 먹고 먹히면서 서로 간에 기대어 존재하고 공생하는 것입니다. 어디에도 화합과 상생만 있는 공동체는 없습니다. (인간의 몸이 공동체라고 말했죠. 인간의 몸 안에서 몸을 지켜야하는 면역체들이 거꾸로 몸을 공격하는 일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코뮨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 공동활동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어떤 에너지 (저자는 공동성이라고 부릅니다)가 다시 다음의 공동활동을 할 힘이 된다고 합니다.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다시 말하지만, 이 때 공동활동은 차이를 없애고 하나가 되려는 노력이 아닙니다. 차이를 가진 채로 함께 공진하는 것, 마치 리듬을 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다른 요소를 받아들임으로써 다른 리듬으로 변할 수도 있는 그런 리듬입니다.

공동활동은 자발적인 모임이어야 합니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연합하게 할까요? 보통 코뮨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만들어집니다만, 목적은 구성원마다 조금씩 다르고 성과에 대한 만족도 다릅니다. 그래서 코뮨에는 특정한 목적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저자가 연대의 쾌감이라고 부르는 것이) 구성원들로 하여금 종종 어떤 손해나 비용마저 감수하게 만듭니다.

나 아닌 타자들과 함께 어떤 활동을 하고, 타자들과 더불어 무엇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기쁨, 동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 그것이 코뮨을 만들고 지속하도록 추동하는 힘입니다. 저자는 이런 기쁨의 감응을 다니가와 간이라는 학자의 말을 빌어 ‘연대의 쾌감’이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쾌감을 만들어 낼까요? 코뮨의 어원 munus에 선물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자본주의 시장은 교환의 체제이고, 교환에는 가치가 문제가 됩니다. 선물은 가치법칙에 반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자본주의에 반하는 코뮨에서는 선물이 작동원리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 선물은 여러 가지 모습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 터전에 예쁜 그림을 그려놓아서, 누군가 노래를 불러서, 내가 즐거워진다면 그 그림과 노래는 저에게 선물인 거죠. 기쁨의 감응을 야기하는 모든 것이 선물일 수 있습니다.

어떤 대가를 지불했기에 받아 가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은 코뮨이 아니라고 합니다. 심지어 그런 사람들조차 코뮨적 촉발을 통해 무언가를 함께 나누고 무언가를 남에게 주는 삶을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것이 코뮨적 촉발이라는 거죠. 아마도 그것이 코뮨이 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선물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코뮨에서는 직접적인 만남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단순한 만남의 반복만으로도, 신체적 움직임의 리듬을 맞추게 만드는 공동성이라는 에너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공간이 중요합니다. 그 공간은 비어있으면 안됩니다. 활동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고, 활력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며, 분위기로 가득 차 있어야 합니다. 무언지 알 수 없지만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힘이 코뮨을 성공적으로 구성합니다.

공동체를 직접 살고 있는 저자답게, 공간이 썰렁해지지 않도록 각자가 일삼아 나가 앉아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공동활동이 없으면 모여 앉아 술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거죠. 세미나든 강의든 토론회든 모여서 하는 일을 최대한 만들어 내야한다고 하네요. (소독도 하고, 청소도 하고 말이죠. 하원 시간에 1층에 잠시 앉아서 아마들과 수다를 떠는 시간이 그립네요.)

그러면서도 비워놓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비우려하지 않으면 이미 들어차 있는 것의 배타적 영토가 되기 십상이라는 거죠. 비우려는 노력이 없다면, 공간이 아니라 이미 사용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고 만다고 경고합니다.

이진경씨만이 아니라 최근에 제가 읽은 여러 책의 저자들이 비슷한 말을 합니다. 멀리 있는 목표를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것에 대하여, 또 타인을 받아들이며 그 관계를 살아나가는 것에 대하여... 모두가 비슷하게 공동체를 이야기하더라구요.

운영위원장을 해서일까요?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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