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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이기는 유전자 이야기 - 오래된 연장통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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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13 17:06:06 (3년전),  수정 : 2020-07-14 10:13:27 (3년전),  조회 : 60

요즘, 코로나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법은 언뜻 모순인 듯 보인다.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으로 회식을 줄이자고 말해놓고, 한편에서는 방모임에서 분과모임에서 소모임에서 에프터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것이다.  또는, 뉴스에 등장한 어느 공동체가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 그 모습을 우리 자신과 연결시키지 않는 것도 일관되지 못한 행동일테다.

이는 잘못된 것일까? 이 이상한 행동을 설명할 수는 없을까? 나는 예전에 읽었던 책 '오래된 연장통'의 몇 부분을 다시 정리해보기로 했다.
'오래된 연장통'은 전중환 교수가 진화심리학을 소개하는 대중과학책이다.


진화론은 개개의 생명체들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하여, 생존에 적합한 유전자들이 선택되어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슷하게, 진화심리학은 인간이 진화하는 동안, 사람의 심리도, 감정도 그렇게 진화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인간의 심리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한데, 현대의 인류가 지금처럼 살기 시작한 지는 정말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주 먼 옛날을 상상해봐야 한다. 

현생 인류는 700만년 전에 침팬지와 갈라졌다. 그 긴 진화의 시간 95퍼센트에 해당하는 동안, 인류는 사바나 초원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서 살았다. 겨우 1만1천년 전에 농사를 시작했으며, 겨우 200년 전에 산업사회를 이루었다. 인류의 신체와 감정은 수렵채집 생활에 맞게 진화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왜 단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까? 혹은 왜 상한 음식의 냄새는 맡기도 싫을까? 진화심리학의 답은 상한 음식의 냄새를 싫어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 유전자를 가진 인류의 후손이 살아 남았다. 마찬가지로 단 음식의 영양가를 섭취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유전자가 살아남았다. 문제는 현대에는 단 음식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렇게 달고 열량 높은 음식에 다시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고, 유전자는 여전히 단 음식을 먹으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가 행복한 감정이다. 기분, 감정은 생존의 부수적인 효과가 아니라, 핵심적 요인 이다.


오래된 연장통에 소개된 이야기들 중에 전염병에 관한 부분들이 여럿 있다. 전염병에 대항해서 살아남기 유리했던 유전자는 어떤 습성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 유전자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배타적인 생활을 선호했다. 관습적으로 먹던 음식을 선호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들끼리만 지내길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을 그룹 안에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기에 유리했다. 결국, 그런 심리들은 전통과 권위를 중요시하는 집단주의 사회를 만들어낸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전염병이 상대적으로 적은 북미와 북유럽 지역이 더 민주적인 사회를 구성해 온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도 한다. 


현대인들이 종종 드러내는 이민족에 대한 감정이 '혐오'라는 점은, 그 감정이 전염병과 관련 있음을 말한다. 상대를 병균처럼 보는 '혐오'가 그것이다. 어쩌면, 전염병과 관련하여 누군가와 대립할 때, 상대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표시하는 것도 그 때문일 지 모른다.


이 원리는 정확히 반대로도 작용한다. 우리는 친한 사람들로부터는 이상할 정도로 전염병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 처럼 행동한다. 나는 그와 친할 뿐이지, 그가 얼마나 위생적인 생활을 하는 지 전혀 모른다. 그럼에도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함께 밥 먹고 술 마시고, 함께 수다 떨고 싶다. 그 이유? 

앞에서 설명한 진화의 과정이 그 답이다. 우리의 유전자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명령하고 있다. 우리 속에 깊숙히 자리잡은 유전자는 친한 사람과만 가까이 지내고,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도록, 특히 전염병이 감지되면 그렇게 행동하라고 우리의 감정에, 심리에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 소설 같은 이야기를 맞는 이야기라고 가정해보자. 

두 가지 정도 더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하나는 우리의 행동이 비합리적인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심리적으로 치우친 판단을 하고 있다. 실제로 위생적으로 생활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임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심리가 우리를 어느 순간 방심하게 한다는 점을 안 이상, 개인 위생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겠다.


또 하나는, 이 유전자가 아직도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유전자의 요구에 따라, 우리끼리 모여서 즐겁게 생활하고,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멀리하는 생활은 실제로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참나무의 방역 기준이 이것이기도 하다. 아마들의 사회 생활을 조심하고, 참나무 안에서 참나무 만의 생활을 만들어가자는 것.

어, 이상하다. 나는 참나무 사람들만 친한 게 아닌데, 회사 사람들도 친하고, 친한 친구들도 많은데... 그럼 모두 하고 회식을 해도 된다는 건가?
진화심리학의 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면서도, 내 유전자가 누군가 밥을 같이 먹기 꺼림칙한 상대를 지목할 때, 그 신호에 귀 기울이면 된다. 유전자가 자기 숙주의 생명을 걸고 허락할 정도로 (실은 이런 의인화는 진화심리학의 태도는 아니다) 친하다고 말하는 사람과만 친하게 지내면,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다.

이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다른 경우와 비교해 보면, 우리에게 꽤 큰 '친함'이 있다. 그 친함이 우리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친함'은 우리의 자산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친함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그동안 함께 해온 공동의 생활 덕분일 게다.  그동안 보내온 시간과 경험들이 우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보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친함'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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