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이번에 재영이랑 일본과 중국 여행을 다녀보니까
우리 재영이가 엄청 컸다는 것을 알겠더라.
집에서 같이 생활할때는 어리광 피우는 때가 많아서 잘 몰랐는데 낯선 곳에 가보니까
우리 재영이가 엄청 컸구나 하는 걸 알겠더라고...
그리고 그 힘든 일정을 소화하는데 엄마한테 다 맞춰서 짜증 한번 안내고
힘들다고도 안하고 공연 볼때는 공연에 집중해서 내용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보는 것을 보면서
우리 재영이가 내면의 힘이 참 큰 아이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달았단다.
그래서 엄마는 이번 여행길이 두배로 즐거웠어...
다른 나라의 문화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만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모습의 재영이를 만나는 즐거움도 컸단다.
그래서 이번 생일 축하글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싶구나.
항주에서 북경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 호텔방에서 재영이가 생각에 잠겨 있어서 엄마가 무슨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이번 여행에 대해 생각해. 일본에 가서 스컬리를 만난 것도 금방인 거 같고 중국에 온것도 금방인거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낼 북경으로 가서 하룻밤 자고 나면 집으로 가잖아... 집에 가는게 좋기도 하고
좀 더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하다"고 했지?
그렇게 설레임으로 시작했다가 아쉬움으로 남는게 여행이란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 하루의 생활도 나중에 나이들어 생각해보면 여행이란 걸 깨닫게 된단다.
아침에 눈을 뜨고 오늘은 무슨일이 일어날까? 또 내일은?
설레이지만 지나고 나면 더 충실하게 더 즐겁게 살지 못한게 아쉬운 거지...
이제 재영이가 세상을 만난지 10년이 되는 거지...
앞으로 내년에는 11살, 후년엔 12살 두자리 숫자 생일이 시작되는 첫해란다.
뭐 10살이라는 숫자가 특별한 의미를 갖기야 하겠냐마는 엄마가 살아보니까
열살, 스무살, 서른살, 마흔살 이렇게 10년 단위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긴 하더라...
그래서 이번에 긴 여행을 경험하면서 가졌던 설레임과 아쉬움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또 가족들과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어.
그러니 이제부터는 더 즐겁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더 열심히 살아보라는 이야기도...
재영아 열살 생일 진짜 축하해...
그리고 정말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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