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와 우리가 만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구나.
결이가 지구 별에 처음 오던 날, 아빠와 엄마는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렸단다.
특히 아빠는 막 가슴이 벅차 오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어.
결이는 두 주먹을 움켜쥐고 세상을 향해, "내가 지구에 왔다." 라고 외치는 것 같았지.
엄마, 아빠는 우주 어딘가에서 온 이 귀한 손님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 지 몰라서
처음엔 참 애를 많이 태웠단다. 어떻게 먹이고, 재우고, 입혀야 하는 지 말이야.
그런데 결이는 하나 하나씩 차근 차근 혼자서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가더라고.
말도 배우고, 걷는 법도 배우고, 먹는 법도 배우고...
엄마, 아빠는 결이가 그렇게 커가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고, 기쁘고, 자랑스럽고 그랬어.
10년 동안 결이를 지켜보니, 결이는 이 지구에 온 특별한 임무가 있는 듯 해.
저 멀리 우주에서 누군가, 지구별에 사는 아빠 이윤철과 엄마 한길자에게
살아가는 기쁨과 보람을 주고, 때로는 엄마, 아빠가 잘 살고 있는 지 반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라고 너를 보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래서 결이는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준이에게 너무나 특별한 존재야.
늘 결이를 엄하게 혼내는 아빠지만, 사실은 아빠는 결이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착해지는 걸 느낀단다.
동생 준이도 잘 챙켜주고, 피아노 연주도 멋지게 해주고, 집안 일도 기쁘게 돕는 결이...
반짝 반짝 별처럼 눈을 빛내며 미소 짓는 결이를 보면 누구도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다.
결아, 우리 가족으로 이 지구에 태어나줘서 너무나 고맙다. 그리고 사랑해.
앞으로 10년은 결이가 이 지구상에 온 다른 특별한 임무가 무얼까 스스로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너의 10번째 생일을 온 우주의 생명체를 대표해서 엄마, 아빠가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구나.
2010년 5월 13일 오전 11시 32분
이한결 지구에 온 지 3천2백7십1일 되는 날
엄마의 마음을 담아서 아빠가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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