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큰아들 광연아,
초등학생으로는 마지막 생일이구나.
10월은 특별히 아름다운 달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큰 아들이 태어난 달이어서 그랬나 보다.
광연아, 우리 이번에 힘 모아서 해낸 것 있지? 중학교 원서쓰기!
어제 저녁 원서를 마무리하고 한숨 돌리는 널 보며 엄마는 표현할 수 없을만큼 뿌듯하고 네가 자랑스러웠단다. 서툴지만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잘 드러내고, 글씨까지 평소답지않게 어찌나 공들여 예쁘게 쓰던지 옆에서 잔소리를 하면서도 엄마는 내내 흐뭇했어. 진짜 중학교 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더라.
아빠도 엊저녁에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발언을 하셨는데 넌 못 들었지? 학부모 소개서를 엄마 따로 아빠 따로 작성해야 되는 줄 알고 아빠는 며칠 전 일 마치고 혼자 사무실에 남아 끙끙대며 원서를 쓰셨단다. 그때 광연이의 장점에 대해 쓰는데 정신없이 쓰다보니 한 장으로도 모자라 두 장째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도 무척 놀라셨다는구나. 그만큼 아빠는 평소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고 너에 대한 믿음이 대단히 강하다는 걸 원서를 쓰면서 깨달으셨던 거지. 엄마도 그 말을 듣고 감동했단다.
아직 다 펼쳐내지 않은 무궁무진한 네 안의 힘으로 앞으로도 잘 살아나가리라 믿는다. 네가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함께 놀고 공부한 산학교 친구들 모두에게도 뺨에 뽀뽀 한 번씩 쪽쪽쪽 해주고 싶어^^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원서를 쓰는 너를 곁에서 지켜봐주신 아침햇살과 든든한 파도께도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구나.
오늘 아침 학교 가기 전에 생일편지 쓸 때 방귀이야기나 웃기는 말은 제발 쓰지 말아달라고 네가 부탁했었지? 그러마 약속했으니 방귀 얘긴 절대 안 할게.
사랑한다! 광연아, 뿡뿡=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