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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현이의 생일에 부치는 편지
작성자 : 송이
  수정 | 삭제
입력 : 2005-04-13 18:14:32 (7년이상전),  조회 : 696
아침햇살 선생님
숙제인데 여기다 올렸습니다.

동현이의 11번째 생일 날
흐드러지게 핀 꽃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계절 4월.
14일은 동현이의 11번째 생일날입니다.

큰 아이 세진이가 18개월을 막 넘길 무렵 동현이는 소리도 없이 우리 곁에 왔답니다. 엄마의 몸이 다른 때와 달리 약간 피곤하여 알아보니 임신이었지요.
달리 꾼 꿈도 없었답니다. 태몽이 없으니 약간은 섭섭하기도 해서 말이나 용꿈 등 좋은 태몽이라는 걸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잠자리에 들기도 했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 꿈자리는 뒤숭숭...^^

동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엄마는 뒤늦은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지요. 불러오는 배를 보듬고 시험공부를 하고 만삭의 몸으로 졸업 가운을 입었답니다. 그래서 저의 대학 졸업사진을 보면 불룩한 배를 하고 졸업가운을 입은 엄마, 앙증맞은 아기를 안은 아빠. 참 재미있답니다. 동현이는 엄마는 왜 이렇게 늦게 대학을 졸업했는지 어릴 때는 이해를 못 하다가 조금 커서 사연을 알고부터는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입니다(엄마의 짐작이기는 하지만)

동현이는 임신 6개월 때 의사가 딸이라고 해서 아빠가 무척 서운해한적도 있답니다. 8개월 쯤 돼서 아들이라는 것이 분명해졌지만. 아빠는 자기가 언제 그랬냐고 하지만 분명 서운해했답니다^^

임신기간 중에 엄마는 심한 피부병이 생겨서 약도 쓰지도 못하고 무척 고생했답니다. 너무 심해서 약을 먹지는 못하고 바르기만 했는데 이 약 때문에 걱정도 많았답니다. 다행히도 동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지요.

동현이가 태어나던 날. 예정일이 내일인데 아직 자궁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해서 엄마가 어찌나 열심히 일을 하고 돌아다녔는지 밤 12시가 되니 양수가 터졌답니다. 양수는 터졌는데 아빠는 그 때까지 들어오지도 않고 어린 세진이를 데리고 당황했지요.
그로부터 7시간 후 아침 7시 5분에 동현이가 태어났습니다. 둘째 아이라 큰 진통은 1시간 밖에 하지 않았지만 양수가 미리 터져서 엄마는 참 힘들었답니다. 게다가 의사가 빨리 병원에 오지 않아 아기가 나올 것 같은 걸 애써 참느라고 그게 더 힘들었답니다. 두 돌을 갓 넘긴 누나도 동현이 출산을 지켜보느라 힘들었지요. 진통하는 엄마 옆에서 손가락 빨며 엎드려 있던 딸의 모습이 어찌나 애처로워 보이던지,..,

동현이가 태어나고 잠깐 잠이 든 사이 엄마는 꿈을 꾸었어요. 환한 무지개를 엄마와 아빠가 함께 바라보고 있는 꿈을요. 동현이 앞날이 환하리라는 느낌에 참 마음이 편했답니다.

동현이는 몸무게 3.2kg. 키는 컸는데 몇 센티인지 병원에서 재어주지 않았고 머리카락은 하나도 없고 둥글둥굴한 얼굴, 발등은 피부가 약간 벗겨져 있는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어찌나 울었던지 집으로 갈 때는 목이 다 쉬어있었지요.

동현이는 13개월 동안 엄마젖을 먹었답니다. 우유는 입에도 대지 않았구요. 그래서인지 아직도 엄마 젖을 만지고 잠을 잔답니다. 젖을 때고 나서는 상실감이 어찌나 컸던지 우유는 물론 다른 음식도 먹지를 않았어요.돌까지 동현이는 엄마가 해주는 이유식을 무척 잘 먹었거든요.

동현이 아기 때는 무척 순하고 여린 아이였답니다. 애처로운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불쌍하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요.생선을 안먹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지요. 죽은 생선이 줄줄이 누워있는 생선가게 앞을 지나가지도 못했답니다. 빈혈도 있어서 언제나 조용히..
누나랑 인형놀이하고 누나 치마입고 귀걸이하고 화장하고...여성적인 놀이를 참 좋아했지요. 4살 때 산타선물로 받은 인형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껴안고 잘 정도로 인형을 좋아했구요. 쓰레기통에 버려진 인형을 불쌍하다고 주워오기도 했답니다. 이야기도 잘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했구요. '작은집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지요.지금이랑은 참 다른 모습이지요?

동현이는 3학년 때까지는 무척 말라깽이였답니다. 키만 훌쩍 컸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랐었답니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상상이 안가지요? 저희도 동현이가 이렇게 살이 찔 줄은 몰랐답니다.

12살이 되어서 키도 커지고 살도 찌고 행동도 말도 거칠어지고 만화만 보고(^^)... 그렇지만 정 깊고 사려깊은 동현이. 저는 동현이의 이런 변화가 조금 겁이 나긴 하지만 참 좋습니다. 고물 꼬물 젖을 빨던 동현이가 이렇게 자라다니.. 지금 모습 그대로가 너무 좋습니다. 조금 있으면 동현이도 사춘기를 겪게 되겠지요. 동현이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플 때도 있겠고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저는 믿습니다. 동현이가 멋진 청년, 멋진 사람으로 자랄거라구요.
역사에 관심 많은 동현이. 그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이 많은 것이라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답니다. 동현이가 그 마음을 잘 가꾸어 사람과 사물을 잘 살펴서 그들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동현이는 요즘 참 행복하답니다.
산학교에 일찍 올걸 그랬다고, 2년밖에 안 남아서 너무 아쉬워한답니다.
좋은 친구들을 얻어서 좋고 다정한 선생님들을 만나서 너무 좋은 동현이.

동현이가 씩씩하고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동현아 사랑해. 잘 자라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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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 2005-04-14 10:17:07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하! 오늘 송이가 미역국 먹어야 하는 날이네요... 잔잔하게 감동이 밀려오네요. 잘 읽었습니다.
풍뎅이 ( 2005-04-15 11:03:19 (7년이상전)) 댓글쓰기
눈에 눈물이 절로 맺힙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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