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광연이의 열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하늘의 신이었던 환인의 뜻을 받아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에 내려와 인간세상을 다스린 날을 기념하는 '개천절’ 아침에 경주에서 태어난 아이. 너의 태몽은 무척이나 다양하고 화려했단다. 엄마는 집안에 쌀이 가득 쌓이는 꿈을 꾸고 바로 뱃속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걸 알았지. 외할아버지께 아기가 생겼다는 말씀을 처음 전해 드렸을 때 외할아버지는 며칠 전 커다란 용이 하늘을 나는 꿈을 꾸셨다며 ‘고 녀석, 큰 인물이 될 거다!’라며 기뻐하셨지. 그 외에도 태몽에 얽힌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아껴서 하나씩 들려주마. 그렇게 태어난 아빠 엄마의 첫 아들은 자주 아프지도 않고, 큰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 주었단다. 너는 아장아장 걷기도 전에 엄마와 늘 다니던 동네 놀이터에서 얼마나 열심히 기어다니고 놀았던지 신발이 다 떨어지고, 겨울엔 손이 부르트도록 바깥에서 놀기를 좋아했단다. 동생이 태어나고 네 살이 되었을 때는 역곡에 있는 할머니 집 앞 마당에서 무당벌레나 공벌레, 심지어 지렁이까지 손으로 잡아서 헤죽헤죽 웃으며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엄마를 놀라게 하는 날도 아주 많았단다. 그렇게 밖에서 뛰어다니길 좋아하고 벌레를 잡고 열매 줍기를 좋아하는 네가 열 살이 된 지금도 그때 그 모습대로 자연과 함께 건강하게 자라주어 아빠엄마는 항상 고맙고 행복하단다. 요즘 우리 광연이 모습은 어떨까. 밥 먹으면서도, 잠자리에 든 어두운 방에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해 아빠 엄마에게 자주 혼이 나기도 하는 책벌레이기도 하고, 동생이 괴롭혀도 열 번에 일곱 번은 너그럽게 참아주고 잘 돌봐주는 의젓한 형이기도 하지. 또 축구를 좋아해서 골키퍼를 하면 순발력이 좋아 잽싸게 몸을 날리는 멋진 소년이기도 하고, 늘 가방이나 자기 물건을 깜빡깜빡 잊고 다니는 깜빡쟁이이기도 하지. 또 먹는 걸 좋아해서, 눈만 뜨면 혼자서 과일을 꺼내 먹고, 생고구마를 깎아 어적어적 맛나게 씹어먹기도 하고, 밥 한그릇 뚝딱 비우고 나서도 오이를 씻어 통째 먹으며 학교길로 나서는 독특한 식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며, 씻기를 무지 싫어하고, 정리정돈을 잘 안하는 말썽쟁이면서도, 엄마 심부름을 군말없이 척척하는 자상한 아들이기도 하지. 너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몇날 며칠 밤을 꼴딱 새며 읊어대도 모자랄 정도로 광연이 너는 엄마아빠의 기억과 마음속에 커다랗고 특별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단다. 요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부쩍부쩍 키워가는 너를 보면서 너와 함께 지내는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단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게 행복하게 자라주렴. 사랑한다.
광연이의 엄마와 아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