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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날,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두 권의 책
작성자 : 푸른숲
  수정 | 삭제
입력 : 2017-05-05 23:55:59 (5년전),  수정 : 2017-05-06 14:19:35 (5년전),  조회 : 198
어린이 날,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두 권의 책



- 폴 아자르, <책·어린이·어른>
- 즈느비에브 파트, <행복한 책 읽기>



어린이 날이다.
이 날은 모두가 어린이가 되는 날이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다. 그걸 다시 떠올리는 날이다.



"예수께서 한 어린 아이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마태복음 18장 2~4절)



예수의 말씀을 떠올린다면 어린이 날은 구원의 날이기도 하다. 어린이가 되지 않으면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으니 말이다. 어쩌면 어린이에게 '미성숙'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그가 우리의 구원을 가로막는 '사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탄은 권력욕, 명예욕, 물욕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3가지 탐욕의 상징이다.



폴 아자르는 책이야말로 어른의 세계와 어린이의 세계가 조우할 수 있는 통로라고 말한다. 물론 이 세상에는 어린이와 어른의 소통을 가로막는 잘못된 책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상황은 처음부터 악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그들에게 필요한 책을 주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싫어하는 책을 제공해왔다. 어린이들의 영혼을 맑게 하는 이야기 대신에 답답하고 제대로 소화할 수도 없는 지식이나 터무니없고 권위적인 도덕이 담긴 책을 나눠 주었다." (14쪽)



그렇다면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 아자르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나는 예술의 본질에 충실한 책을 사랑한다. 그것이 어떤 책인가 하면 직관에 호소하고 사물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힘을 어린이들에게 주는 책, 어린이들도 읽자마자 이해할 수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책, 어린이들의 영혼에 깊은 감동을 주어 평생 가슴 속에 추억으로 간직되는 책, 그런 책 말이다.
나는 또 어린이들이 즐겨 머릿속에 그리는 것을 그대로 담은 책을 사랑한다. 온 세상 삼라만상 속에서 특히 어린이들의 취향에 맞추어 선택된 것, 어린이들을 해방시키고 기쁘게 하며 행복하게 하는 이미지, 눈깜짝할 사이에 어린이들한테 덤벼들어 그들을 현실 세계의 굴레로 얽매어 버리지 못하도록 지켜 주는 신비의 세계, 그런 것을 어린이들에게 주는 책을 나는 사랑한다.
어린이들에게 감상이 아니라 감수성을 자각시켜 주는 책, 인간다운 고귀한 감정을 어린이들의 마음에 불어넣는 책, 동식물의 생명뿐 아니라 삼라만상의 생명을 모두 중시하는 마음을 심어 주는 책, 천지의 만물과 그 만물의 영장인 인간 속에 있는 신비스러운 것을 헛되이 하거나 소홀히 하는 마음을 결코 어린이들에게 심어 주지 않는 책, 그런 책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놀이라는 것이 대단히 소중하고 중요한 일임을 인식하고 있는 책, 지성과 이성을 단련하는 것은 반드시 당장에 이익을 낳거나 실제 생활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목적으로 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분별하고 있는 책, 그런 책을 나는 사랑한다.
나는 지식을 주는 책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 책이 무엇이든 쉽게 깨닫게 해주는 것처럼 가장하고는 감쪽같이 어린이들을 유인해서 즐거운 시간을 낚아채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것은 말도 안 된다. 또 실제로 엄청나게 수고하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는 것이 많으므로 그런 방법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하겠다. 나는 어설프게 다른 것으로 가장한 문법이나 수학이 아니라 솜씨 좋고 적당하게 지식을 가르치려는 의도로 쓰여진 책을 사랑한다. 어린 영혼의 싹을 짓뭉개 버리는 주입식 책이 아니라, 영혼 속에 지식의 씨앗을 뿌리고 건강하게 기르려는 그런 책을 사랑한다. 지식을 과대 평가하고 만물의 척도로 삼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책, 즉 지식의 한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 책을 사랑한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책은, 모든 인식 가운데 가장 어렵지만 가장 필요한 것으로, 곧 인간의 심성에 대한 인식을 어린이들에게 심어 주는 책이다.(중략)
끝으로 내가 사랑하는 책은 높은 도덕성을 지닌 책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도덕성은 가난한 사람에게 동전 두 닢을 주었다고 해서 자신을 자비로운 사람으로 여기는 그런 째째한 근성의 도덕이 아니다. 거짓 눈물을 흘린다든가 이웃 사랑을 모르는 경건주의, 부르주아적 위선 같은 한 시대 한 민족에 한정된 특수한 결점을 어떻게 해서든 장점인 양 가장하는 것도 아니다. 또 마음으로부터의 공감이나 개인의 노력 등은 완전히 무시하고, 앞 뒤 가리지 않고 강한 의지를 아랫사람에게 강요하는 그런 난폭한 도덕성도 아니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진리, 인간의 영혼을 생기있고 분발하게 하는 진리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책을 나는 사랑한다. 이기적이지 않고 성실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을 받을 것이고, 설령 다른 사람이 보답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득이 될 만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책, 선망이나 시샘이나 탐욕이 얼마나 추하고 저열한 것인지 보여주는 책, 욕설을 하거나 거짓말만 하는 사람이 결국에는 입을 열고 뭔가 말할 때마다 살무사나 두꺼비가 튀어나오게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나는 사랑한다. 요컨데 나는 진리와 정의에 대한 신뢰를 북돋는 역할을 하는 책을 사랑한다." (59~62쪽)



폴 아자르는 '지배'가 어른의 특징이라면 '자유'는 어린이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모든 지배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쟁취하려는 마음은 곧 어린이의 마음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으려하기보다는 누군가를 가르치고 훈계하려 들지는 않는지. 우리에게 필요하는 것은 어린이의 마음. 책을 읽는 마음이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무릎을 맞대고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소중한 까닭이다.



얼마 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참여정부에서 복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정치가로서보다는 작가로서 더 명성이 자자한, 그리고 최근에는 한 종편의 정치토크쇼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가 어떤 어린이가 "지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사람이 되고자" 환경미화원이 꿈이라고 했다는 일화를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우스갯소리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환경미화원들이 지속가능한 사회의 위기를 말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아니, 지속가능한 사회를 건설하려는 꿈을 지닌 사람들이 환경미화원이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지구를 깨끗이 만들겠다는 꿈이 아픈 사람을 고쳐주고 억울한 사람을 변호하는 것보다 "깝깝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 팔십 평생을 어린이 도서관 사서로 살아온 사람이 있다. 프랑스 최초의 어린이도서관인 '즐거운 시간' 연수 경험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지금은 프랑스의 문화재가 된 어린이도서관 ‘책을 통한 기쁨’을 설립한 어린이 책 연구자 즈느비에브 파트. '책과 어린이, 그리고 도서관에 관한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그녀의 책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하는 행복한 책 읽기>는 작가, 정치가, 의사가 아닌 도서관 사서의 책 이야기라 더욱 마음이 가는 책이다.



"도서관은 독특한 문화적인 분위기와 심오한 인문학적 환경을 제공하는 가운데 각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길로 접어들도록 고무한다. 또한 도서관은 여러 사람들이 서로 다른 제각각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장려하고 환영하기까지 하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개인의 정체성이 특이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곳이다. 한편 도서관은 우리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견실히 쌓아나가는 법을 배우는 장소이기도 하다. (중략) 도서관은 스스로의 진화가 이루어가느 세계, 자신의 훌륭함이나 혹은 부족한 점들, 그리고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조정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인간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기초를 세워야 한다는 맥락 아래 어린이 도서관을 생각하고 끊이지 않고 또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37~38쪽)



즈느비에브 파트는 이 책의 1부에서 어린이의 즐거운 삶을 담은 공간으로서 도서관을 이야기한다. 이는 그의 인생 초년 시절에 그가 도서관에서 받은 첫인상이기도 하다. 정보의 홍수, 바쁜 부모, 그리고 과밀 학생과 과중한 행정업무에 허덕이는 학교. 이러한 현실에서 아이들은 고달프로 외롭다. 저자가 보기에 도서관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된 삶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책읽기란 곧 관계를 맺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금방 깨닫는다. 이야기와의 관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곧 책 주인공들과의 만남, 책을 읽어 주는 사람과의 만남, 각자 다른 개인적 삶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느끼고 있다는 친밀감으로 다가오는 친구들과의 만남..., 이 점은 우리 어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이나 지혜를 깨쳐 주는 선지자 역할을 한다고 자처하지만 사실 우리 어른들이란 아이와의 관계를 통해 느껴지는 근원적인 기쁨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79쪽)



'그림책 세상에서 참 좋은 책 찾아 읽기'라는 제목이 붙은 2부에서 저자는 도서관 사서만이 가질 수 있는 극도의 섬세한 도서 감식안은 보여준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좋은 책을 고르는 것 못지 않게 번안, 삽화, 판형 등 좋은 책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을 자세히 살피고 있다는 점이다.



3부와 4부에서는 즈느비에브 파트의 일종의 '도서관론'이 펼쳐지고 있다. 3부가 도서관의 일상과 역할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한다면 4부에서는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도서관과 학교와의 관계에 대하여 살피고 있다. 최근에 마을공동체 혹은 마을학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는 구체적인 중간자가 바로 도서관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야기는 끝이 났고, 책도 덮인다. 하지만 가정이나 학교, 도서관에서 누군가와 함께 나눈 이러한 시간과 경험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아이의 삶에 각인된다. 공동의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한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고 거대하고 혼란스럽다 할지라도 책은 하나의 체계적인 세계를 담고 있는 것이이 때문에 우리는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리듬에 따라 함께 읽어나가면 된다.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게 되고 동시에 상대방에게 자신을 발견시키는 일이 즐겁기 때문에 우리는 기꺼이 시간을 내어 함께 읽는다." (87쪽)



우리의 삶이 책이고 우리의 터전이 도서관이다. 지금 아이와 함께 책을 읽자. 이야기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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