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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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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에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솔방울.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 키우겠다는 부모들이 모여 얼마간의 출자금을 내고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곳엔 16가구 17명의 개구쟁이들이 흙과 바람과 햇볕 속에서 즐거운 배움터를 꾸려가고 있다.

솔방울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제도권 유아교육기관이나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대신 부모들이 조합을 설립해 직접 아이들을 키워가는 공동체다.

참여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중산층 맞벌이 부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려다 교육방식과 급식상태, 생활환경, 과밀학급 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찾아낸 대안이다.

당연히 자녀를 맡기기만 하는 보육시설이 아니다. 보육의 전 과정에 부모가 주체로 참여하며 아이와 아이, 아이와 교사, 부모와 교사, 부모와 부모 등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토론하고 문제를 풀어간다.

교사들은 봉숭아 별사탕 리본 같은 별명으로 불린다. 아이들과는 서로 반말을 한다.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서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교사들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는다.

보통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처럼 지식이나 인지능력을 키우기 위한 학습과정이 따로 없는 것도 특징. 교사들은 그저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산과 들, 과수원, 박물관 등으로 나들이하며 다양한 세계를 접하게 하고 스스로 창의력과 탐구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이다.

별사탕 정윤희(28)씨는 "오전 프로그램은 모두 야외교육"이라며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깨우치고 자연친화학습을 통해 어린이로서의 감성을 길러간다"고 했다.

솔방울에선 교사의 말에 모든 어린이들이 입을 맞춘 듯 예 아니오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교사들도 이를 유도하지 않는다. 학부모 정이나(36.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씨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또래 아이들이 한글, 영어 등을 배워가고 있는 것과 달리 아이에게 모든 걸 맡기다보니 학습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토론과 자율 속에서 저희들끼리 질서를 잡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운영방식도 눈에 띈다. 여기선 교사가 아닌 조합원 부모들이 이사장과 이사를 맡아 교육.회계.조직 등 모든 문제를 책임지고 참여한다.

부모들은 최소한 한 부문에 참여해야 한다. 한달에 한번씩 청소 등 봉사도 해야 하고 교사들과 함께 토론해 구체적인 교육프로그램도 짜야 한다. 아이들을 보내놓고 교육비만 꼬박꼬박 내면 된다는 탁아시설 쯤으로 생각하는 부모들에게는 결코 맞지 않는 구조다.

나상현 이사장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교육보다는 자유롭고 창의력을 키울수 있는 교육, 콘크리트 벽에 갖힌 공간보다는 흙이 있는 열린 공간을 추구한다"면서 "저 혼자 크는 아이가 아니라 함께 자라는 아이들을 만들어가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대구에는 솔방울(588-0686)처럼 공동육아와 공동체 생활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조합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곳이 두 군데 더 있다. 1994년 설립된 시지동 씩씩한 어린이 집(791-6879)과 지난해 문을 연 칠곡 노마의 집(322-4719)이다.

대구매일신문    최두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