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어린이집 + 산마루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우물쭈물하다가 제출시한 마지막 날 이럴 줄 알았습니다.)
아린이 아빠 설리(SULLEY)입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단독주택에서 살았었습니다. 큰 외삼촌이 서울로 직장을 옮기시면서 고맙게도 그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집에 딸려있던 진돗개 '진순이'랑 같이 지내게 되었죠.
진돗개 순종은 못 생긴 편인데, 일단 눈이 작아서 귀엽다 예쁘다는 느낌은 덜하죠. 진순이는 순종은 아니었어요. 눈이 크고 동그란 게 예쁘고 귀여웠습니다. 진돗개가 충성심이 강해서 주인을 갈아타지 않는다고 하던데 진순이는 우리 가족에 금새 녹아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야자 마치고 독서실도 다녀오면 늦은 밤이라 조용한데, 진순이는 제 발소리를 알아채고 멀리서부터 낑낑 거렸죠. 집에 들어가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한참을 발발거리다가 진순이가 지칠 무렵 옆 철계단에 앉아서 쉬다가 집안으로 들어가고 했었습니다. 서울로 유학오게 되고 떨어져 있다가 무지개다리 건너보내면서 이별하게 되었는데요, 공부에 지쳐 헐떡이던 시절에 진순이가 없었다면 기댈 곳이 없어서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공동육아 홈페이지에서 본 깨금발 어린이 집의 이야기가 진순이와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깨금발 어린이집에 있던 애완동물은 '잎싹이'라는 닭이었다고 합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때문에 지어진 이름 같은데, 그 작품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엔 애들이 어리지 않나 싶었습니다만 같이 지내는 닭의 이름으로는 너무 잘 어울렸어요. 닭이란 동물이 머리 나쁜 동물의 대명사이긴 하지만 너무 일찍 잡는 탓에 그렇다고 하고, 오래 키우면 사람도 곧잘 따르고 한다니까 애들의 좋은 친구가 되었겠죠. 그러다가 잎싹이가 세상을 떠나게 되요. 애들이 잎싹이를 떠나보내면서 메세지를 남겼는 데 그 중 하나가 '물에 빠뜨려서 미안해'라니 생각보다 잎싹이가 힘들게 살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떠나보낸 잎싹이의 비어있는 집이 아이들에게 같이 지낸다는 것은 단순하게 공간을 내어주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거에요.

잎싹이가 떠나서 허전해진 어린이집에 염소 친구들이 찾아 옵니다. 먼나들이 가서 보게 된 염소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아이들과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서 키우기 시작해요. 이름은 '달'이와 '별'이. 염소를 키우기 시작하기로 결정하는 것부터 이름을 짓는 것까지 아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염소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들에 대해서 나누고 도와주고 함께 하게 되죠. 어린이집 언덕에서 살고 있는 달이와 별이를 보러 등원하자마자 언덕배기를 올라갑니다. 올라가면서 염소가 좋아하는 풀들에 대해 서로 얘기를 교환해요. 이렇게 달이와 별이랑 함께 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누군가의 친구가 된다는 것 등에 대해 스스로 느낀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아린이에게 들려주자 아린이도 '우리도 개미를 키워!'라면서 자랑합니다. 먹이로 산수유도 줬다고 하고 이렇게 계속 키우다 보면 여왕이 되지 않을까 라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엄청나게 탐독했던 아빠를 벙찌게 하는 소리를 합니다. 그래도 이런 얘기를 두 눈 반짝이며 하는 아린이를 보면 다른 생명체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든 도움이 된다는 느낌입니다. 깨금발 어린이집처럼 염소는 아니더라도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동물을 같이 키워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번 조합원 교육은 꼭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