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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생활의 발견"
  수정 | 삭제
입력 : 2014-07-16 02:47:41 (7년이상전),  수정 : 2014-07-16 02:52:54 (7년이상전),  조회 : 624
불과 일주일 지나서 일지를 쓴다고 조마조마해 하는 너굴뽕을 보며, 마음의 가책이 되어 글을 씁니다. 반면 아마를 하자마자 일지로 마무리한 너구리의 글을 보며, '저렇게 쓸 거면 나도 바로 올릴걸.... 괜히 끌었네'하며 자책하며 글을 씁니다. ^^

벌써 한달 전이네요. 6월 12일. 아마일정이 잘 조정되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금지된 소근방 아마를 하게 됐어요. 성백이한테 전부터 몇 번이고 이렇게 말해놨습니다. "아빠가 아마할 때는 다른 아이들이랑 똑같이 대할 테니까, 이해해줘~" 그때마다 성백이는 "응~"
잘 기억하고 있던 성백이는 터전 문턱을 넘자마자 바로 "뜬구름"하고 부릅니다.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또 한편으로는 재미로 "뜬구름~" "뜬구름~" 아들이 부르는 "뜬구름" 소리가 어쩐지 코믹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더이다. 종일 "뜬구름"이라고 하더니, 이제 집에서도 간간이 뜬구름이라고 부르네요. 하긴 성백이는 다른 아이들이 "뚱뚱구름", "들뜬구름", 등등의 유사호칭을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포석이 있었을 겁니다. 더구나 살금방 일부 불순세력이 '*태 산신령'이라고 부르는 게 혹여라도 소근방으로 유포되는 것을 막기위함이기도 하겠지요.

각설하고, 아마 때마다, 너무 더워서, 미세먼지 때문에 기타 등등의 이유로 바깥 나들이가 무산되고,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무진 애를 먹었더랬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비둘기산 나들이를 갔습니다. 원래 우리 터전의 입지가 여러 모로 아쉬워서, 마당이 있고 한강이 가까운 곳으로 옮기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근데 비둘기산에서 한나절을 놀고나니 생각이 조금 바뀌대요. 운동기구 있는데서부터 꼭대기까지, 다른 어린이집 아이들까지 함께 어울려 빨빨거리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여기가 무릉도원이로다. 바로 얼마 전 살금방 아마할 때 일분일초가 (지옥은 좀 심하고) 연옥같았던 오전시간이(앞의 5.27 아마일지 참조), 이번에는 천국에 온 듯 너울너울 놀다보니 어느새 아쉬운 하산시간.... 마을 뒷산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보물인지 새삼 실감했어요. 산에 일단 도착하자 아이들은 저를 겹겹이 둘러싸고 서로 경쟁적으로 여기저기 만지고 찌르고 부비고.... 나는 마치 빵 나눠주는 예수님이나 인민에게 사랑받는 수령님이라도 된 듯이 황홀경에 빠져서 허우적 허우적... 주지육림인들 이리 행복하련가. 아,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한이라면 한이네요.
잠시 뒤 아이들은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너무나도 신명나게 잘들 놉니다. 무슨 커다란 벌레를 찾은 아이들이 벌레를 포위하고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고, 산에 만들어 놓은 개집만한 구조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서로 쫓고 쫓기며 빨빨거리고 뛰어 다닙니다.
[소근방 아마니까] 소근방 아이들로 넘어갈 것 같으면, 발견의 재미에 빠진 현우는 계속해서 손을 이끌고 이게 뭐다 저게 뭐다 하며 설명하기 바쁘고, 현우를 보살피며 따라 다니는 어람이는 뜬구름 손을 꼭 잡고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뜬구름을 빼앗길까 겁이 난 은유는 어람이를 견제하려고 계속 개입하고, 뭔 일인가 궁금한 준열이까지 따라 붙어서 우리 5인조는 비둘기산 여기저기를 유람합니다. 얼굴이 웃음을 한가득 새겨넣은 리우는 신이 나서 언니 오빠를 따라서 씽씽 뛰어 다니고, 영채, 성백은 성이따라 계속해서 졸졸졸 뛰어 다닙니다. 마치 흥부네 식구의 목만 나오는 옷 입혀 놓은 것처럼 어떻게 저렇게 줄지어 뛰어 다니는지 신기한 지경입니다. 비둘기산에는 우리 터전만이 아니라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와서 서로 막 섞여서 그야말로 통합보육을 실현합니다.

아쉬운 오전놀이를 마치고 이제 점심먹으러 내려가려는데, 저 아래 성미어린이집 정도에서 옹글도글이들이 올라오네요. 동생들을 기다려 함께 귀가하기로 결정하고, 길에 모인 아이들은 얼른 오라며 환호성도 지르고, 박수도 치며 옹도글이들을 응원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막을 횡단하다 낙오한 부하인 '자심'을 구하기 위해 땡볕에서 기다리던 로렌스가 지평선 저 끝에서 조그만 점처럼 나타난 부하를 보고 낙타를 달려 환호성을 지르며 상봉하는 아름다운 장면.. 크으.... 동생들을 만나서 대부대가 되어 개선장군인 양 의기양양하게 터전으로 돌아왔어요.
점심은 모두 잘 먹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어쨌든 남기지 않고 모두 해치웠습니다. 구름의 요청대로 처음부터 조금만 떴던 은유는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갖고 다 비워냈고, 준열이도 힘들어 했지만 마무리 짓네요. 다른 아이들도 큰 편차없이 뜬만큼 잘 먹었어요.

아마 때마다 잠자리 이야기를 뭘로 할까 고민하며 불면의 시간을 보냅니다. 이번에도 며칠을 고민하고, 네이버에 물어보고 다음에 물어보고 했어요. 어느 포탈에 '옛날이야기'를 치니까 '고사'가 나옵니다. 하긴 고사는 고사죠. 그래서 그냥 새옹지마 이야기를 하기로 했어요. 아이들 눕혀놓고, 스토리를 계속 꼬고 장황한 묘사에 추임새도 넣어가며 들려주니 제법 통합니다. 말에서 떨어져 다친 다리 덕분에 징집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 가서는 변사 뜬구름이 울컥해서 목이 메였어요. 아주 일상적인 장면이나 흔한 이야기도 잘 들여다보면 무척 감동적일 때가 있죠? 요즘 제 처지와 오버랩돼서 새옹지마라는 이야기가 새삼스럽네요.

자고 나니, 준성이의 생일잔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흰구름이 사회를 보며 진행하는 잔치는 제법 틀이 잡혀있네요. 장내 정리와 자리배치 후, 사회자 경과보고 및 주인공 등장, 떡자르기와 환호, 준비한 선물을 도열하여 상납, 배식받은 떡을 맛있게 먹기, 먹으며 종종 축하한다고 말하기... 등등. 프로페셔널한 아이들의 모습에 새삼 감동합니다. 이때부터는 아이들이 별 얽매임없이 자유롭게 놀았어요. 아이들은 서로 뜬구름의 무릎을 차지하려 경쟁하고, 엉덩이 반쪽씩만 갖다 댄 너 댓명의 아이들과 동화책을 읽었어요. 떡을 너무 많이 먹은 뜬구름이 소화도 시킬 겸 아이들과 몸놀이하다가 조용히 좀 하라고 바람한테 몇 번을 혼났습니다. 아마가 아니라 여덟 번째 아이가 되고 말았네요. ㅜㅜ;; 불과 열흘 정도 사이에 아마를 두 번 하게 됐는데, 지난번은 정말 힘들더니, 이번에는 말그대로 힐링이 되는 아마였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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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굴뽕 ( 2014-07-18 12:44:43 (7년이상전)) 댓글쓰기
뜬구름... 정말 대단하셔요~~ 저도 그렇게 아이들한테 사랑 함 받아보면 좋겠어요~~~^^
뜬구름(성백아범) (2014-07-22 11:48:39 (7년이상전))
사랑받는거..... 어렵지 않아요.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않을뿐. ㅎ
날리(준영맘) ( 2014-07-18 13:40:23 (7년이상전)) 댓글쓰기
주지육림이라... 에라~~! 이 사람아!! ㅋㅋㅋㅋㅋ
쿠키(옹글윤서맘) ( 2014-07-21 21:16:05 (7년이상전)) 댓글쓰기
열흘 사이에 두 번의 아마~~ 이제 가끔은 교사로 등장해도 좋겠어요~^^ 아이들보다 먼저 더 크게 웃었을..뜬구름... 그려집니다. ㅎㅎ
뜬구름(성백아범) (2014-07-23 18:04:45 (7년이상전))
매번 웃고 떠든다고 바람한테 많이 혼났어요.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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