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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8일 주방아마 일지 (포도)
  수정 | 삭제
입력 : 2014-08-11 15:19:00 (7년이상전),  수정 : 2014-08-11 15:57:22 (7년이상전),  조회 : 567
8월8일 금요일 주방아마를 했습니다.
주방 아마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ㅎㅎ
처음 주방 아마를 해 본 후 힘들어서 못하겠다 생각했는데,
감히 꽃잎 자리를 넘보는 그 당돌한 도전의 매력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또 다시 칼을 들게 되었어요.ㅋㅋ

다행히도 저는 무난한 수준(?)의 메뉴가 당첨되었네요. (감자조림, 소세지아채볶음, 김치, 황태국, 차조밥)
메뉴도 걱정되지만 워낙 많은 양을 조리해야 하는 점과 그날 터전 식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주방아마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합니다.

그 날의 기억이 흐릿해지기 전에 얼른 아마 일지를 정리해 봅니다.

주방아마는 9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정운이와 아침 일찍 서둘러 늦지 않게 도착했습니다.
정운이도 당실방 1등으로 등원하겠다며 좋아했어요. 아빠와 쿨하게 인사하고 각자의 위치로 ㅎㅎ
이틀 전 쯤 미리 꽃잎에게 브리핑 듣고, 당일 아침 홍시로부터 간단한 사전 교육 후 복장을 갖췄습니다.
위생 앞치마 두르고, 머리 두건은 홍시가 차마 강요하지 않겠다 하시어…ㅎㅎ
꽃잎이 미리 분량에 맞춰 준비해 두신 쌀을 씻고 30분 정도 불린 후 전기밥통 취사 버튼 스타트!
사실 밥이 제일 긴장됩니다. 반찬이나 국은 중간에 간보거나 조절할 수 있지만,
밥은 온전히 내 손 등과 전기밥통에 의존해야 하니…

쌀 불리는 동안 국 재료 준비를 합니다. 황태국 육수는 꽃잎께서 미리 전날 준비해 주셨어요.
육수내는 것도 일인데, 이렇게 미리 준비해 주시니 너무 감사했지요.^^
살이 이미 발라져 있는 황태포를 좀더 잘게 찢고, 살속에 있는 가시들도 제거하고
물에 살짝 불려 부드럽게 한 뒤, 국냄비에 들기름으로 달달 볶기 시작, 준비된 육수를 붓고,
무우 흰부분만 잘라 네모로 작게 작게 썬 것을 투하. 양이 많아 정말 끓기까지 오래걸리더군요.
그 사이 반찬 준비 다 하고 국이 끓은 후 다진 마늘, 국간장,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간이라는 게 봐도 봐도 모르잖아요. 홍시를 포함해 주변 사람에게 계속 테스트 테스트.
저는 개인적으로 파를 썰어 넣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싫어할 수도 있고, 꽃잎도 파는
안 써도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주방 아마를 해보니 우리 터전 주방에서는 맛내기 위해 뭔가 많이 넣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의 재료만
심플하게 조리를 하네요. 좋은 재료 그 자체로 훌륭한 맛을 내는 것,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
꽃잎의 공력이 참 대단합니다.

다음은 반찬 준비. 먼저 소세지 야채 볶음.
새끼 손가락 크기의 비엔나 소세지 네 봉지를 뜯으니 산더미 같은 소세지들.
노랑 빨강 파프리카 작게 썰고, 양파 채썰고. (조리시 모든 재료는 옹도방 아가들을 고려하여 최대한 작게)
소세지는 칼집 세개를 넣는데 너무 시간이 걸려 한번에 네개씩 세로로 열맞춰 쓰윽~ 넣어주는 신공을. ㅎㅎ

우리 어린이집은 저염식 식단이라는 꽃잎의 지시에 따라 칼집 넣은 소세지 채망에 넣고
끓는 물 한번 주욱 부어주어 염분과 기름기 등 제거해 주면 소시지 야채 볶음 재료 준비 끝.

다음은 감자 조림 준비.
필러로 껍질 벗긴 감자와 당근, 양파는 작게 깍둑썰기로 썰어놓고,
감자는 물에 살짝 담가 전분기 제거후 건져낸 후 조림장 준비.
냉장고를 열어보니 양조간장이 없고, 생협에서 파는 액상 스프 (해물 맛간장)이 보이네요.
그래서 액상스프와 국간장, 물, 매실청, 참기름, 다진 마늘, 마스코바도 설탕 요렇게 조림장을
넉넉히 만들었습니다. 썰어 놓은 감자조림 재료들을 큰 볶음 팬에 넣고 현미유에 잠시 볶은 후,
조림장을 붓고 뚜껑 닫고 푸욱 끓이기! 잘 되겠지 뭐! 하는 대범함으로 기다리기.

이제 소세지 야채 볶음 만들기. 넓은 팬에 기름 두르고 야채 먼저 볶다 소세지 넣고 양념은
다진 마늘, 액상 스프, 케첩 약간. 마지막에 조청 몇 큰 술 넣어주고 마무리는 참기름과 깨뿌리기.
이 때쯤 거의 졸여진 감자 조림에도 조청 넣고 뒤적뒤적, 마무리는 참기름과 통깨 팍팍!!
양이 워낙 많아 맛있게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나름 손 빠르게 움직였다 생각하는데도 시간이 벌써 11시를 넘어서고.

이때 반가운 손님이 찾아옵니다. 작년 살금방이였던 지안이, 정민이가 지안 엄마 써니와 함께
방문했습니다. 동생들 주려고 생협 쭈쭈바 한가득 안고서 (아이들 오예~ 난리가 났습니다.)
써니는 꽃잎이 아닌 저를 보고선 발길을 돌리지 않으셨답니다. ㅎㅎ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가장 바쁜 시간인 점심 시간 30분 전 절묘한 타이밍에
오셔서 도움을 주시다니. 고마워요 써니~ (무한 감동!!)

사실 음식 조리 말고도, 방별 식기 준비며 국, 밥, 배분 등 세팅 작업도 의외로 많거든요.
요리할 땐 여유있다가도 갑자기 정신없어질 때가 바로 이 때인 것 같아요.
혼자 였으면 정말 정신없었을 텐데, 써니가 김치도 썰어주시고, 식사 준비를 도와주셔서
정말 한결 수월했습니다. 홍시와 방별 선생님들도 이때 척척 손을 맞춰 주시고요.
깜짝 손님 지안, 정민이도 오랫만에 동생들과 함께 점심 먹고 동생들을 위해 준비한
쭈쭈바를 함께 먹었습니다. 동생들은 반씩 썰어주고, 형아들은 꼭지만 따주고…
쭈쭈바 배분하고 내려와 보니 이제 부터 설겆이 전쟁.
너무 감사하게도 설겆이까지 도와주신 써니. (이 은혜를 어찌 ㅠㅠ)

폭풍 설겆이 후, 갖는 주방 아마의 꿀휴식!!
보통 아이들이 잠들어 조용해 질 무렵 주방도 설겆이와 정리가 끝이 납니다.
커피 한잔과 준비한 노트북 꺼내 업무 확인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해 봅니다.

오늘의 간식은 딸기쨈 바른 토스트와 두유였습니다. 야호~! 꽃잎 감사합니다.
정말 가장 간편한 간식 중 하나 아닐까 하는데요. 간식 배식 시간은 대략 4시10분
옹도방부터 시작된다하여, 여유 좀 부리다가 3:30 쯤 냉동실에 있는 쌀식빵 꺼내어
봉지 열어 놓고 해동. 딸기쨈과 큰 수저 하나로 준비 끝.
근데 이 많은 빵을 어떻게 구울까 고민 고민. 토스터도 없고 있다해도 식빵 4봉지를
다 구우려면 시간도 걸리고 너무 식을것 같아 주방 안 이리 저리 눈을 굴리다,
전 부칠 때 사용하는 커다란 전기 프라이팬 발견. (할렐루야~!!)

정말 커서 한번에 15장은 너끈이 구울 수 있겠더라구요.
바닥에 자리 잡고 앉아 앞 뒤로 노릇하게 구운 식빵 도마 두 개 위에 도열시키고 쨈 바르고
위에 다시 구운 식빵으로 샌드위치.
토스트는 아무래도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을 거 같아 순식간에 LTE급으로다 속도를 냈어요. ㅋㅋ
완성된 토스트 샌드위치를 윗방은 절반, 아랫방은 1/4 사이즈로 커팅하고 서빙 시작.
두유는 각방 선생님들이 가져가셔서 배분하셨어요.
너무 속도를 내다 보니 딸기쨈이 부실하게 발린 것도 있네요. ㅎㅎ (미안 애들아~)

심플한 간식 덕에 설겆이 할 그릇은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점심 설겆이 후 물기 마른 그릇,
조리 도구, 수저, 젖가락 등 모든 도구들 원위치 시키는 게 꽤 일이네요.
스탠 컵 건조기에 넣고, 행주 삶아 널고, 바닥 한번 걸레로 훔치고,
꽉찬 음식 쓰레기 봉투 버리고 나니, 야~~ 끝났다!!!
5시 주방 아마 퇴근 시간을 사수해 보려 안간힘을 써봤지만 그래도 종료 시간 5시30분.
제 생각에 5시까지 정리는 정말 빠뜻할 거 같아요.

하지만 저의 아마는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마침 그날 저녁 러닝 타임 1박2일이라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이사회'가 있어 딸기를 보내고 집에서 정운&지운 두 아들을 케어하는 미션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ㅠㅠ
두 아들을 일찍 재우고 방전된 몸을 충천하고 싶었으나, 정운이가 그 날따라 협조를 안해 주네요. ㅠㅠ
몸이 피곤해서 저도 모르게 정운이에게 빨리 놀잇감 정리하고 자라고 짜증을 냈네요. (아들아 미안~~)

저는 요리하는 거 좋아하고 관심도 많아, 주방 아마 뭐~ 그까이꺼 하며 멋모르고 덤볐다가
처음 주방 아마 때 정말 장난 아니구나… 실감하며 설레설레 했었는데, 1년 지나고 두 번째 해보니
처음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네요. 물론 꽃잎, 홍시, 써니…이들의 배려와 도움이 컸지만요.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다음 주방 아마일지는 또 1년 뒤에 써보겠습니다. ㅎㅎㅎ


PS. 전기 밥통 내부 솥 가장자리 부분 코팅이 벗겨져 있는데, 이게 씻을 때 마다 약간 씩 떨어지는것
같아 혹시 밥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데요, 괜한 우려인지 모르겠지만 혹시 솥만이라도 교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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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정운아빠) ( 2014-08-11 15:31:05 (7년이상전)) 댓글쓰기
제가 조리과정까지 찍는 파워블로거가 아닌 관계로 사진이 몇장 없네요. 점심은 당실방과 같이 먹게되어 겨우 몇 장 찍어봤습니다. 주방아마 하면서 보니 아랫방 아이들 밥도 잘먹고 안정되게 잘 생활하는 것 같아 참 이쁘고 기특했어요. ^^
참새(다섯살현우) ( 2014-08-12 14:15:26 (7년이상전)) 댓글쓰기
현우가 아빠는 언제 주방 아마하는지 물어보더라구요..
포도가 주방아마를 한 영향이었군요.. 대단해요~~
부엉이(현종맘) ( 2014-08-13 12:40:46 (7년이상전)) 댓글쓰기
포도에게 상 주라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요청드려야겠습니다. 이 동네의 뿌리깊은 성역할분업과 편견, 차별을 온 몸으로 맞서 이리 통쾌하게 사뿐히 넘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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