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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쟤야. 쟤 말야, 쟤. 쟤가 바로 ''제제''야.
작성자 : 제제
  수정 | 삭제
입력 : 2002-04-21 19:55:57 (7년이상전),  조회 : 221


쟤, 쟤야.
쟤 말야, 쟤.
쟤가 바로 '제제'야.

그 부천에 있는 산어린이학교 주말학교에 어제 다녀왔데.
근데 거기는 교사를 별명으로 부른다지 뭐니.
그래서 산어린이학교는 별명이 없냐고 물으니까, 학교 별명은 없데.
하여튼 가자마자 자기 별명 가지고 고민을 했다나 뭐라나.
'트랙터'는 발음하기도 어렵고 외래어라고 해서 가다가 빵꾸났고,
'북한강'은 비만 오면 수량이 많아져서 무겁다고 하셨다나?
'강원도'는 또 뭐라 하셨다더라? 속설과는 달리 '힘' 없이 그냥 퇴짜맞았데.
덕분에 고민고민 해가지고 하나 지었는데,
주인공 이름 따라하기라는 오래된 방법을 써서는 정했다더라.

쟤, 쟤가 그래서 '제제'가 됐어.
근데 쟤, 쟤는 아이들이 하두 앵기고 때리고 꼬집고 할퀴고 매달리고 놀리고 해서는 몹시 심신이 피곤했다더라.
쟤, 쟤야 뭐 멍하니 당하고만 있었겠지, 애들한테 대들기나 했겠니?
그래도 다른 산학교 교사들과 자원교사분들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같은 숨을 쉬면서 이런 말 저런 말 나누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대.
그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게 쉬운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

거기서 한 거는 먹작업이라는 거라더라.
뭐, 그 까만 먹을 갈아가지고는 애들하고 같이 막 이것저것 해보는 건데, 모두 네 가지 작업을 했대.
첫째는 '엉망진창으로 망치기(스스로 망가지기)'였고,
둘째가 '손을 마구 떨기(의도된 경끼 일으키기)',
셋째는 '최대로 굵은 선을 마구 긋기(그래 니 × 굵다)'였으며,
마지막은 글쎄 '지 맘대로 그리기(그래 니 × 칼라다)'였다지 뭐니.
하는 것도 참 별스럽지?

근데 말야, 쟤, 쟤가 갑자기 안 쓰던 어려운 말을 막 쓰는 거야.
그 먹작업 한 거 가지고 아이들의 억압과 아픔을 자유와 저항으로 이끌 수 있고,
결국 예술은 '소외된 노동'이 아니라, 르네상스와 프랑스혁명, 조선후기 민중의 각성을 이끌었던 '민주주의'정신이라나 뭐라나.
갑자기 쟤, 쟤가 어려운 말들을 남발하는 거 보니까, 거기가 그리 나쁜 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잠깐 스쳤어.
쟤한테 어울리는 말들은 아니지만 말야.

하여튼 쟤, 쟤는 다음주에도 또 간다더라.
1년 동안 간다고 약정서라는 것도 썼대. 지난주에 말야.
그래서 완전히 굳히기 들어가는구나 했는데(겁도 났었데),
오히려 다음부턴 경건한 맘으로 배우러 가야 한다나?
잘났지 뭐니, 칫.

그럼 다음주에 뵙자고 전해달라네요. 쟤, 쟤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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