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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에 대해 말하고 싶은 몇 가지 것들
작성자 : galsup
  수정 | 삭제
입력 : 2003-10-22 13:26:52 (7년이상전),  조회 : 648
(* 2003년도 8월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회지에 실렸던 참나무 어린이집 소개글입니다. 참나무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참나무에 대해 말하고 싶은 몇 가지 것들

위성남_참나무 어린이집 전 이사장
galsup@empal.com

9월 28일은 참나무 어린이집 창립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몇 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작년 봄에 이곳 마포에서 어린이집을 만든다고 하니 주변에서 갖가지 협박성(?) 격려부터 먼저 하더군요.
"어린이집을 만드신다고요. 대단하시군요. 쉽지 않을텐데..."
"한 번 해 보세요. 장난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겁을 잔뜩 집어먹었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준비된 조합원이 누가 있겠습니까? 마음이야 사람만 있으면 금방 만들 것 같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일이란 게 만만하지가 않지요.

참나무 어린이집을 소개하기 위해 무슨 장면들을 보여주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갖가지 프로그램과 아이들의 모습, 아마들 활동 뭐 이런 것일텐데 그것 만으론 부족하다 싶더군요. 왜냐하면 그러한 모습은 여느 어린이집이나 마찬가지 일 테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그냥 참나무 어린이집의 역사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년 3월말에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초동모임을 가졌습니다. 4가구가 모였드랬지요. 이 4가구가 어떻게 모였느냐 여기서부터 설명을 해야겠군요. 이곳 마포(정확히 마포구 서교동, 성산동, 망원동, 합정동, 연남동 일대)에는 '우리 어린이집'과 '날으는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방과후로는 '도토리'와 '풀잎새'가 있고요. 또 '마포두레 생활협동조합'이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무려 5개가 있는 지역 공동체의 뿌리가 깊은 곳입니다. 저희까지 합치면 이제 6개 됩니다. 대단하다구요? 대단한 것만큼 일도 많습니다.
위의 초동모임 4가구도 실은 '우리 어린이집' 대기자들이었습니다. 지역의 도움을 많이 받은 셈이지요. 그러나 주변의 도움이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어린이집을 만드는 일은 스스로 해야합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뭔가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조심스럽고 긴장된 일입니다.

어찌어찌 하여 9월 개원을 할 때의 가구는 약 15가구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가구로 어린이집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출자금을 모두 합쳐봐야 전세금도 안나옵니다. 특히 성산동, 서교동이 얼마나 비쌉니까? 조건이 이러해도 어린이집은 만들어야 하겠기에 초기 조합원들은 드높은 결단을 했습니다. 과출자를 한 것입니다. 작년 7월경일 겁니다. 하루는 엄마들 몇 명이서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뭔가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새벽녘에 고주망태가 되어서 집에 들어옵디다. 뭐 과출자를 해서라도 기필코 어린이집을 만들자고 했다더군요. 과연 술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그 뒤로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터전을 계약한 후부터는 아빠들의 위력이 본격 발휘됐습니다. 거의 2개월 동안 주말마다 터전 공사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요된 막걸리는 세어 보진 않았지만 거의 100여 통은 될 겁니다. 아마도 이 막걸리 통이 참나무의 뿌리가 되지 않았을까 어줍잖게 생각해 봅니다.

9월 말 어린이집을 개원한 이후, 모두가 짐직하시겠지만 터전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전쟁터였습니다. 교사도 처음이고, 조합원도 처음이고, 아이들도 처음인 상황이라 무슨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망막하더군요. 거의 날마다 일이 터지고, 이사회를 1주일에 한번씩 해도 처리해야 할 일이 쌓였습니다. 조합원 교육을 한 달에 2번씩, 청소 당번은 한 달에 대략 3번 정도. 거기다가 지역의 갖가지 행사에도 참석해야 하고. 이 모든 일이 처음 부딪치는 문제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꿈만 같습니다.

올 해 들어선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우리 지역의 아이들이 거의 매일처럼 나들이를 다니는 작은 산이 하나 있습니다. 성미산이 그곳인데, 이 성미산 꼭대기에다가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에서 물탱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겁니다. 주민들의 동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말이죠. 1월 말, 그날은 정말로 추운 날이었습니다. 아마 영하 15~20도 정도 되었을 겁니다. 과장이 심하다구요? 진짭니다. 설날을 이틀 앞둔 날이기도 했습니다. 상수도 사업본부에서 성미산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 약 2,000여 그루를 무참히 잘라 버렸습니다. 나무를 자르는 시간은 불과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성미산을 지키기 위한 엄마, 아빠들의 눈물어린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곧바로 성미산 꼭대기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철야로 말이죠. 지역의 어린이집 아마들이 당번을 정해서 참여했습니다. '주경야농'이라 해야 되나요. 그러다 3월 13일엔 믿어지지 않은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글쎄 상수도 사업본부와 공사업체에서 '깡패' 용역들을 동원한 겁니다. 성미산을 힘으로 쳐들어와서 잘라놓은 나무를 끌어내리겠다는 거지요. 그때 장면은 아마 TV나 신문에서 보셨을 겁니다. 용역 깡패들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찢기고 멍이 들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어린이집에 모인 엄마, 아빠들은 모두 생면부지의 관계들입니다. 조합에 가입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지요. 그런 사람들이 아이들을 위한 산 하나를 지키겠다고 나셨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시위란걸 해본 사람도 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산에서 철야를 했습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산을 지켜야겠다는 명분과 당위성은 있지만 직장 생활 속에서 시간을 내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설득과 호소, 은근한 협박(?). 엥! 이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군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모두가 대단한 투사처럼 여겨집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짐작하시겠지요.

이렇듯 참나무 어린이집은 터전 생활만으로 모두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그것은 지역 생활과 함께 보여 주어야 합니다. 신입 조합원이 처음에 생소해 하는 점도 바로 이 점입니다. 그러나 어찌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터전 생활에 대해 해야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만약 누군가 '그래, 당신네들의 가장 큰 특징이 뭐야?' 라고 물으신다면 그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그것은 '밤 마실'입니다. 잦은 술자리와 '밤 마실'을 가장 큰 특징으로 삼겠습니다. '마실'이 뭐나구요? 그야 뭐 하원 이후에 애들 데리고 남의 집에 놀러 가는 거지요. 놀러 가서 뭐하냐구요? 뭐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십니다. 귀찮지 않냐구요? 마실은 주로 엄마들이 다니기 때문에 저는 잘 모르겠으나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어떤 날은 마실이 너무 깊어서 새벽에 끝나더군요. 마실은 이제 참나무에서 빼놓은 수 없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입 조합원들도 짧게는 2개월 길게는 3개월이면 참나무 사람이 되더군요.

또 뭐가 있을까? 아빠들의 참여율이 높다는 점을 꼽겠습니다. 신입 조합원 면담을 할 때 저희는 반드시 이사장이나 이사들의 2인 이상이 면담에 참여하게 되어있습니다. 면담 과정도 초벌 면담(이사들 면담), 정식 면담(이사회 면담), 신입 조합원 교육 등의 갖가지 절차를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언제나 강조하는 으뜸은 아빠들의 참여입니다. "공동육아를 하시게 되면 이러이러한 장점보다는 이러이러한 의무가 많습니다."라는 식입니다. 이런 요소가 알게 모르게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조합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선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빠들이 잘 참여하지 않은 가구의 경우 무언의 압박이 따갑습니다. 차라리 터전에 나와서 빗자루질 한번 더 하고, 막걸리 한번 더 마시는 게 속이 편할 겁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사람들은 가끔 이런 마음 속 질문을 합니다. '내가 뭐 하려고 이 짓을 하지?' 그런데 반대로 '내가 이 짓을 안 하면 또 뭘 하지?' 저희는 답이 바로 이 두 가지 상반된 질문 속에 있다고 봅니다. 공동육아는 아이들을 위해서가 절반, 어른을 위해서가 나머지 절반이라고 여깁니다. 언젠가 신영복 선생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우리 교육에서 회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관계성'일 것이다라고 말이죠. 정확한 문구는 생각나지 않지만 '관계성'이라는 말은 정확하게 기억납니다. 아이들끼리의 관계성, 어른들끼리의 관계성, 지역 생활 속에서의 관계성. 이것을 참나무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아마 다른 어른들도 다 같을 겁니다.

그럼 애들은 어떠냐구요? 제가 보기엔 비교적 행복해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진 아이들에게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작은 문제들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문제는 아이들에게서 뿐만 아니라 어른들 사이에서도 발생합니다. 어딜 가면 그런 문제가 발생 안 하겠습니까?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지요. 중요한 점은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그걸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즉 올바른 해결안보다는 해결의 과정이라고 보겠습니다. 이른바 구조합원과 신입조합원 사이, 교사와 조합원 사이, 이사와 평조합원 사이에는 끊임없는 사소한 갈등과 오해와 말들이 오갑니다. 누가 무슨 취지로 어떤 말을 했든지 간에 그것은 구성원 내부의 문제제기이고, 그렇다면 그 문제제기가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소중히 다루는 기본 자세일 겁니다. 대부분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해결되더군요. 때로는 귀찮기도 하고,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나를 낮추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답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뭐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니 참나무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동육아'라는 기본에 충실하고 서로의 관계성에 충실하다 보면 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참나무 아이들은 6살배기들이 2명이고 5살이 9명, 4살이 12명, 3살이 3명입니다. 모두 26명입니다. 6살 아이들은 5살과 통합반입니다. 아직 7살배기가 없어서 교육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적은 모양입니다. 예를 들면 '인지교육(영어니 숫자니 하는 따위들)'에 대한 요구 같은 것 말이지요. 그런데 이곳 지역 차원에서 대안학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나무는 방과후를 독자적으로 만들어야 할 요구가 절실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를 보내던가 아니면 다른 방과후에 보내면 되는 구조가 됩니다.

이번 9월 28일 참나무 창립 기념일엔 '온가족 가을 운동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아빠들은 공차고, 엄마들은 발야구하고,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선생들도 가족과 함께 참여하고. 그 날 비만 안온다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으로 봅니다만. 또 1년에 두 번은 '온가족 모꼬지'를 가고, 5월과 10월에는 동네 마을 축제와 마을 운동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엔 조합원 교육이 있고, 호시탐탐 일거리 만들어서 엄마 아빠들 모이고. 뭐 그렇습니다. 지내다보니 아이들은 뒷전이고 어른들이 더 설친다고도 합디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을 위해서 어른들이 매양 희생만 해야할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들도 즐겨야지요. 이렇게 조합에 행사가 많다보니 아예 조합 정관도 바꾸었습니다. '홍보소위'를 '생활문화소위'로 바꾸어서 대외 홍보활동보다는 조합원들을 챙기는 일에 더 비중을 두었습니다.

이제 참나무에 대해서 하고 싶은 중요한 이야기는 거의 다 한 것 같습니다. 딱 한가지가 빠진 것 같군요. 그것은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저희들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말고는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사실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은 다른 어린이집과 커다란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요. 보다 궁금하신 분은 메일을 주시거나 아니면 참나무 게시판에 글을 남겨 주십시오.

* 참나무 홈페이지 : http://chamnamoo.gongdong.or.kr/
* 전화 : 02-3141-427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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