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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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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04 11:36:16 (7년이상전),  조회 : 309
어젯밤에 터전에 고구마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밤반호박반을 주문하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밤고구마 수확량이 부족해 원준네 것 말고는 밤고구마를 넣지 못했습니다. 호박고구마로만 가져왔습니다. 민준네, 희원네, 민채네, 양해해주세요.

고구마에 대해서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맑은샘에 제가 올린 글 아래에 덧붙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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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그냥 고구마가 아닙니다.


개천절 아침 7시, 고구마 원정대는 과천동 469번지에 모여 학교터를 바라보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희주어머니가 준비해주신 사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천안으로 향했습니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건축위원회 회의도 한데다 잠도 편히 못 주무시고 허겁지겁 나오셨으니 아침도 거른 채였습니다. 힘도 많이 써야 하니 그래서 가는 길에 배도 든든히 채웠습니다.

새벽 5시부터 나오셨다는 저의 아버지는 고구마 밭을 덮고 있던 잡초와 비닐을 벌써 제거해놓으셨습니다. 가족들 먹이려 대충 지으셨다는 고구마를 일면식도 없는 분들에게 돈을 받고 판다고 하니 영 마음에 걸리신다며 저에게 계속 말씀하셨지요. 크기가 작고 볼품 없어 보인다고요. 저는 그동안 먹어왔던 그 고구마라면 사람들도 아주 좋아하실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바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주문량의 대부분이 호박고구마였습니다. 밤고구마와는 달리 호박고구마는 열매가 모여 있지 않고 땅 속 깊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습니다. 마치 문화재나 유해를 발굴하듯이 조심스럽게 캐어야 하는데 이런 경험이 부족하니까 고구마에 상처를 많이 입혔습니다. 힘을 쓴 것에 비해 나오는 고구마는 적은 매우 비효율적인 작업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부족한 수확량과 본인이 보시기에 부족한 상품성 때문에 옆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는 친한 분께 말씀을 드리고 다섯 고랑을 사셨습니다. 그 분은 비료를 써서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캐도 캐도 진도는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간에 네 차례의 새참과 한 차례의 식사도 했습니다. 막걸리도 참 많이들 마시던데 그 힘으로 일을 열심히 하시나봅니다.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천안에서의 작업은 끝이 났습니다. 출발한 시각은 저녁 7시입니다. 다섯 명은 성준아버지 승합차를 타고 버스전용차로를 막힘 없이 달렸지만 민철아버지의 탑차는 정체구간을 몇 번 통과해야 했지요. 어깨동무 어린이집과 맑은샘학교에 고구마를 내려놓고 집에 들어오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치밀하게 계산하고 준비하지 못해서입니다.

• 수량을 맞추지 못해 50만원의 비용을 더 들여 남의 밭 고구마까지 사서 일하며 주문량을 간신히 채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수익은 많이 없습니다.
• 밤고구마는 부족한 수량과 시간 때문에 2상자 정도 모자랍니다. 호박고구마로 부족한 양을 대신하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밤고구마 상자에는 이름을 썼습니다.
• 서툰 호미질에 상처가 있기도 합니다. 밤고구마 일부는 벌레가 먹은 것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상처가 있는 고구마를 먼저 드시기 바랍니다.
• 옆의 밭은 비료를 사용하였기에 아주 큰 고구마도 더러 있습니다. 싫어하실 분들도 계실까 싶은데요. 맛탕이나 샐러드용으로 드시면 좋을 듯 합니다. 죄송한 마음에 이런 고구마는 11kg을 담았습니다.
• 어깨동무 어린이집에 2박스, 맑은샘학교에 3박스를 어린이 간식용으로 보내드렸습니다.

돈을 받고 판매하는 고구마는 45박스입니다. 그럼 매출은 90만원이 됩니다. 필수 비용인 다섯 고랑 50만원, 기름값과 톨비 12만원, 고구마 박스값 56,000원, 아버지가 6개월 고생하신 돈은 5만원 챙겨드립니다. 나머지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따지지 않겠습니다. 터전 수익으로는 174,000원, 돈이 모두 걷히는대로 입금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오신 분들 대부분 본인들의 고구마도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순수하게 봉사활동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하셨는데 말입니다. 노동, 땀, 자연, 정직, 생명 등의 가치를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학교는 수익도 별로 없고, 구매하신 분들은 원하던 고구마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소득이 있습니다. 강산이의 맑은샘 입학부터 지금까지 늘 불안과 불만을 갖고 계셨던 우리 부모님. 아마 대안학교에 다니는 손주를 둔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마찬가지시겠지요. 저의 아버지는 어제 맑은샘의 좋은 분들을 대하면서 그러한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하셨을 것입니다. 저 혼자서는 설득이 되지 않았지만 다른 아버지들의 도움으로 맑은샘을 다시 생각하셨을 겁니다.

수빈지빈 아버지, 유정 어머니, 지우정우 아버지, 희주민주 아버지 고맙습니다. 운전까지 수고해주신 성준성범 아버지, 민철아버지 고맙습니다. 오늘 몸은 괜찮으세요? 저는 삭신이 쑤십니다.

구매해주신 분들, 고맙고 죄송합니다. 부디 맛있게 드세요.

아직 입금 안하신 분들, 입금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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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나리 ( 2013-10-04 16:01:50 (7년이상전)) 댓글쓰기
자전거! 감사합니다.정말 애쓰셨네요. 이런 귀한 고구마 인줄이야. 저희도 일하는데 같이 거들었으면 좋았을텐데...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단비 (준섭엄마) ( 2013-10-07 20:24:59 (7년이상전)) 댓글쓰기
많은 분의 땀으로 일군 귀한 고구마네요. 맛있게 먹겠습니다*^^*
엄마비행기(하율엄마) ( 2013-10-07 22:27:58 (7년이상전)) 댓글쓰기
이번 구매기회를 놓쳐서 너무나 아쉬운 일인입니다. 다음에 꼭 구입할수있는 기회를...!!^^
아라치(다함맘) ( 2013-10-08 13:05:14 (7년이상전)) 댓글쓰기
고구마 어제 터전에서 찾아왔습니다~! 12kg인 다함이보다 더 무겁던데요^^;
귀한 고구마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동그라미 ( 2013-10-08 17:32:23 (7년이상전)) 댓글쓰기
어제 받아와서 바로 한냄비 구웠습니다!
맛있습니다!!
강산아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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