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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바귀가 들려주는 먹작업 수업 이야기....
작성자 : 도토리.
  수정 | 삭제
입력 : 2008-04-21 07:50:06 (7년이상전),  조회 : 281
 

           주말학교의 먹 작업

                                                                             씀바귀(김정숙)


 정신뿐만 아니라 몸까지도 얼게 하는 긴장감은 상상력과 융통성을 빈약하게 만든다.  주말학교의 먹 작업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긴장감을 완화시켜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면지를 이용한 미술놀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이들은 먹 작업을 하기 전에 기분전환용으로 미술놀이를 하였다.

‘이면지를 이용한 미술놀이’는 몸 풀기를 한 다음에 진행했던 작업으로, 주로 그림그릴 때나 연습문제 풀 때만 사용했던 이면지를, 다양한 놀이의 도구로 사용하였다. 

먹 작업에 들어온 주말학교 아이들은 새 학기에 처음 시작되는 수업이라서 그런지, 낯선 환경에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것과 그리고 먹 작업에 대한 경험도 많지 않아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또한 먹 작업을 선택할 때에도 본인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부모의 권유가 더 많았기에  더욱 더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당 바닥에 둥근 모양으로 펼쳐놓은 이면지를 보면서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림 그려요?”라고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에 무엇을 할 지, 몹시 궁금해 하는 아이들 앞에서  이면지를 손에 들고 공중에 날리고 바닥에 뿌렸다.  아이들은 너무나 뜻밖이여서 그런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시범으로 보여줬던 것 이상으로, 이면지를 신나게 날리고 뿌리면서 놀았다.  한참을 그렇게 놀고 있을 때,  이면지 1장을  마구 구겨서  공처럼 만든 다음 준비한 상자에 집어던졌다. 

아이들은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이면지를 손으로 구기다가 발로 짓이기는 아이들, 배에다 대고 꾹꾹 누르는 아이들, 성급한 아이들은 상자에 넣고 싶은 마음에 풀어진 공을 가지고 집어넣을 자세를 하였다.


  미술놀이에 대한 소감을 물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재미있고 즐거웠다,’라고 하였다.  효담이는 ‘종이를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하였으며, 종은이는 ‘종이를 흔들 때 나는 소리가 천둥소리 같았다’면서 소리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인식이는 복사지에 ‘참 웃기고 스트레스가 쬐금 풀린다’라는 글씨를 커다랗게 쓰고,  자령이는 공을 만들어 던질 때 꽤 괜찮았다’고 하였다.   우진이는 ‘집안에서 공부만 하여 답답했는데 무조건 다 던지니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라고 하였으며,  은솔이는  ‘종이를 날릴 때 눈이 내리는 것처럼 기뻤다’고 하였다.  지후는 ‘나는 종이를 똘똘 뭉쳐 던지면서 쏙 상자에 들어갈 때 마음이 쾡 내려앉는 기분 이였다’ 고 하였다. 

던지는 것이 더 좋았던 아이들과 구기는 것에 더 큰 매력을 가졌던 아이들 사이에서 안절부절 했던 아이도 있었다.  은서는 부드러운 손이 이면지 끝에 베여 아쉽게도 작업을 중단해야만 하였고, 다현이는 ‘예전에 종이에 베인 적이 있어 또 그럴까 봐 겁을 먹고 조심스럽게 이면지를 다루었다’고 하였다.

  ‘이면지를 이용한 미술놀이’가 아이들의 마음을 즐겁고 해주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먹 작업을 준비 하였다. 


먹 작업

 문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네 명의 친구가 바로 문방사우다.  화선지, 벼루, 붓, 먹.  화선지는 닥나무에서, 벼루는 자연에서 채취한 자연석이며, 붓은 동물의 털과 대나무를 이용하여 만든다.  먹은 나무를 태울 때 생기는 그으름에 아교를 섞어 만든 것으로,  전통적인 문방사우는 모두 자연에서 나온다.  나무로 만든 문진 과 흙으로 빚은 연적 또한 자연재료를 이용한 것이라, 결국 아이들은 먹 작업을 통해서 자연 재료를 충분히 경험하고 또 먹물도 스스로 만들어 쓰는, 생산자가 된 것이다.

 빠른 속도에 길들여 있는 아이들에게 먹 작업은 고리 답답한 작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먹 작업은 속도감과 농담(짙음과 엷음) 그리고 다양한 선과 공간 여백 등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다른 것보다 넓고 깊어,  변화무쌍한 아이들의 기분을 표현하는데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면서 먹을 갈기 시작하였다.  우선 연적에 담긴 맑은 물을 벼루에 붓고 먹을 갈았다. 물을 조절할 수 있는 연적은 구멍이 두 개밖에 없어 그 중에 한 개를 막아 버리면 물이 나오질 않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먹을 가는 것이 컴퓨터나 게임처럼 쉽지 않다는 것과 먹물이 금방 만들어 지지 않는다.’라는 것을 누누이 얘기해서 그런지 ‘아직도 멀었어요?’란 질문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먹 갈 때의 자세를 교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붓에 자신이 만든 먹물을 묻혀 화선지 위에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했을 때 아이들은 너무나 신나 하였다.  먹물을 계속 떨어뜨리는 아이들, 붓질을 하면서 종이를 새까맣게 만들었던  아이들, 익히 알고 있는 붓글씨를 차분하게 쓰는 아이, 붓을 마구 휘갈겨 낙서하듯이  하는 아이들.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로움을 충분히 즐기려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서예 할 때처럼 조신하게 작업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로움에 너무나 신이 나서 ‘또 하면 안돼요 ?’를 계속 반복 하였다. 

굵은 선과 가는 선을 연습하면서 붓의 효능을 경험하고, 붓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붓질을 엉망진창으로 하게 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분이 너무나 좋고, 속이 후련하며, 스트레스가 풀려 계속 하고 싶다고 하였다.  반면에 붓이 고장 날 것 같아 염려하는 아이와 붓이 불쌍해서 그냥 살짝 했다고 하면서 붓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매정한 사람들이라고 한 아이도 있었다.

 붓을 엉망진창으로 한 다음 또 다시 하고 싶은 대로 그리게 했을 때, 아이들은 처음보다 훨씬 더 밀도 높은 작업을 하였다.  처음 작업할 때에는 재미로만 했는데 마지막 작업에서는 제목을 붙여 보라는 주문 때문인 지 의미를 더 많이 찾았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비눗방울이 생기는가 하면 곰팡이가 피고, 점이 치타 몸에 있는 무늬라는 것을 발견하여 구체적으로 몸을 그리기도 하였다.  계속된 붓질로 화선지에 빵꾸를 냈던  은서는  또 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옆에 있는 아이에게 자신이 했던 행동을 자랑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작업을 마친 다음 자신이 사용했던 문방사우와 기타 여러 재료들을 불평 없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정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을 넉넉하게 만들어 준 재미와 즐거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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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갈이 ( 2008-04-21 19:42:40 (7년이상전)) 댓글쓰기
몸풀기에서 정리까지 했군요^^ 한 편의 드라마인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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