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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형이 어머니,
작성자 : 지산모
  수정 | 삭제
입력 : 2003-11-19 00:49:33 (7년이상전),  조회 : 356
글을 읽고 보니 규형이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터전 행사에 참여 못해 참 답답했겠다싶은 생각이 듭니다.

공식행사에 참여못해 그저 벌금만 내는 것으로 끝난다면 어쩌면 홀가분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렇지만 터전 행사 일정과 개인 일정이 맞부딪힌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내내 마음에 부담이 되다가 결국 참여를 못하고 난 후엔 조합원들의 눈치가 보이고 미안하고, 한번 두번 그런 경우가 반복되다보면 왠지 조합이 내게서 멀어져 있는 것 같고 다른 조합원들을 만나도 마음이 안편하고,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배려해주지 못하는 조합이 야속해지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마땅히 그 마음을 털어놓을 곳은 없고 ... 저는 5년간 조합 생활을 하면서 공식행사에 참여하지 못했을 때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공동육아 협동조합 씩씩한 어린이집, 우리 터전이 다른 어린이집과 다른 점은 아이키우기를 둘러싸고 생각이 비슷한 조합원들이 모여 서로 협동하여 운영해 나간다는 점일 것입니다. 어떤 상업적인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수 조합원들이 모두 주인이고 그 주인들이 함께 의논하여 조합의 모든 세부사항들을 결정내리고 그 결정들을 실행해 나가는 곳이겠지요. 우리 조합이 세워진 9년전 부터 이 터전을 드나들었던 수많은 조합원들의 숱한 회의의 결과가 지금 우리 정관이고 내부규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알기로도 벌금에 대한 규정은 여러차례 논란이 되었습니다. 벌금이 부당하다 안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혹 이런 저런 행사에 참여안하는 대신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유포되지 않을까를 우려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렇지만 조합에 들어선 이상 적어도 벌금만 내고 마음편해질 조합원들도 없겠거니와 다함께 꾸려가는 조합인데 최소한 벌금이라도 내어야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우세했었지요. 저는 별다른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조합의 공식행사에 참여안하고 벌금으로만 벌충하려는 조합원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벌금건에 대해서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더라도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벌금얘기가 길어져 죄송합니다. 저는 규형이네가 단순히 벌금문제로 이런 글을 쓰시지는 않았으리라 생각이 되어서요. 규형이네가 터전에 들어온 지 10개월이 되었군요. 터전 이전후 워낙 신규조합원들이 많아 요즘은 10개월이면 고참이다 생각하는 분위기이지만, 저는 규형엄마의 글에서 규형이네가 이제껏 여러가지 개인 사정으로 조합원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았고 또 그런 만큼 터전이 돌아가는 분위기에 아직 낯설어 하고 계시는구나 하고 느껴졌습니다. 저도 터전에 들어와 10개월이 되기 까지, 당시 저는 지산동에 홀로 떨어져 살고 있을 때라 거의 만촌동에 몰려 살고 있던 기존 조합원들과도 친하질 못하고 그렇다고 조합의 행사에 적극 참여도 안하고 있던 때라 터전이 돌아가는 형편에 대해 도무지 파악이 안되더군요. 그런 상태에서 조합 가입 10개월만에 얼떨결에 교육이사를 맡게 되었지요.조합 운영의 중심부라는 이사회에 들어가고 보니 비로소 이 조합이 어떻게 운영되는 지 파악이 되더군요. 당시 아이가 아직 어릴 때라 교육평가회나 이사회를 할 때면 방해가 되기 때문에 터전에 들러 아이를 찾아 낯가림이 심해 울며 안떨어지려는 아이를 친정에 강제로 밀어넣고 밤 10시든 12시든 회의를 마치고 나면 다시 아이를 찾아 집으로 데려가곤 했었지요. 회의가 없는 날에도 이사들끼리, 혹은 조합원들과 조합의 긴급한 이런 저런 문제에 대해 전화로 의논하다보면 어느새 아이는 저녁도 못 얻어먹고 잠들어 있곤 했었지요. 그러다보니 이 공동육아 협동조합이라는 곳이 만만하게 아이를 키울 곳이 못되는구나 실감이 되더군요. 교사문제, 아마문제, 터전 청소, 각종 행사 등 터전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조합원들의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임이 마구 깨달아 지더군요. (요즘 이사회 풍경을 보면 수정민, 지환, 세현, 은교네 모두 조합에 들어선 지 얼마되지 않아 중요한 일들을 맡고 육아와 조합일 사이에서 정신없어 하시는 게 보입니다. 심지어 이사장의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을 못 찾아 두 아이를 업고 달고 이사회를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그렇지만 저는 이런 경험을 통해 이 집들도 터전을 알아가고 미처 안보이던 터전내 여러 관계들을 종잡을 수 있게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

당시 적응 안되어 있던 제 모습과 규형이네의 현재 모습에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앞으로 지원이가 클 때 까지 2년간 더 많이 힘드실 거라고 하셨지만, 저는 무리를 해서라도 규형이네가 조합 일에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터전은 관여할 수록 더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굳이 이런 글을 통하지 않고도 서로의 형편을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겠지요. 글로만 쓰다보니 혹 의도했던 것과 달리 전해질까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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