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아!
너는 모두 보았겠지?
그 옛날 네 살짜리 학준이가 아장아장 솔방울 터전으로 엄마 손잡고 올라오던 것부터 올초 소미, 서우, 연서가 네가 살던 집 옆 계단을 지나 올라오던 모습을. 네 살들이 다섯 살, 여섯 살 지나 어느덧 일곱 살이 되어 터전을 주름잡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았을 거야. 네 눈에 마음에 모두 담고 가고 있겠지 복실아!
한 평생 솔방울을 잘 지켜주어서 고맙다. 우리도 너를 늘 기억할게. 신입조합원 아마들 모두 모이는 날은 1년에 한번 가장 큰 나들이였지? 해마다 이른 봄이면 너와 함께 솔방울산을 오르던 기억을 모두 가슴에 품고 있단다. 올봄만 해도 그래, 복슬복슬한 너는 뭐 그리 답답한지 잡은 끈도 마다하고 놔달라 놔달라 했지. 산 꼭대기에서 가시 덤불로 마구 쏘다니다가 돌아온 네 몸에 잔뜩 묻은 가시를 떼어주던 그 날 기억하니? 덥수룩한 머리털을 위로 꼭 묶고 아이들과 사진 찍던 날 나도 생생히 기억한단다.
작년까지는 참 잘 뛰어다녔지. 이따금 선생님들이 널 풀어놓으면 온 동네 어딜 다니는지 한참 놀다가 돌아오곤 했지. 친구들도 만나고 고양이도 쫓고 그랬지? 산책 나온 강아지들, 고양이들 모두 솔방울 앞을 지날라 치면 우리 복실이 서슬에 늘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는데 올봄부터는 너도 참 기력이 떨어졌더라.
복실아!
너는 다 봤겠지?
꼬마들이 이따금 서로 다투다 울고불고 하는 것을. 그리고 엄마 아빠들도 시시때때로 돌아서고 다투고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 또한. 그러다가 사람들이 어느 날 안 보이고 또 나타났다가 어느덧 오랫동안 안 보이고 그러다 졸업하고 또 새 사람들이 들어오는 솔방울의 역사를 모두 보았겠지. 함께 모여 김장도 하고 담장도 쌓고 밤새 모닥불 피워놓고 왁자하게 떠드는 모습까지 모두 너는 지켜보거나 듣고 있었을 거야.
그런 네가 하늘나라로 가고 없는 지금, 우리 마음 한구석은 너와 나눈 시간만큼, 그 쓰다듬음만큼, 함께 산책하고 어루만지던 정만큼 비어 있어 참 허전해. 슬프고 허전한 마음 추스르며 정신없이 일하고 또 일상을 살다가 오늘 너의 남은 몸을 솔방울산에 뿌려주려고 모였어.
고맙다 복실아! 지난 십수 년 동안 변함없이 우리 곁을, 솔방울을 지켜준 너의 모든 몸짓, 소리, 복슬복슬한 머리와 등, 따뜻하고 정다운 너의 마음과 발걸음 모두 기억할게. 떠나기 전에 너 많이 아프고 힘들어한 모습까지, 마음 아프지만 간직할게.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나서 한번 진한 우정을 나눠보자꾸나. 사랑한다 복실이, 편히 쉬어.
2017년 9월 2일 솔방울 어린이집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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