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는 사람의 성격을 묘사하는 단어인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네이버에 찾아보니 착하다는 뜻은 '마음이 곱고 바르다' 라고 되어있다. 마음이 곱다라는 말은 수긍이 되지만 '바르다'라는 표현에 걸리는 게 있다.
대체로 착하다 라는 표현은 어린이들에게 자주 쓰는데 이건 종종 어린이와 어른의 관계에서 어린이가 취하는 태도를 보고 나서 어른들이 하는 일종의 평가이다. 문제는 어린이와 어른 사이에 힘의 불균형 때문에 어린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고(피취, 인간 만남 그리고 창조) '착하다'라고 하는 것은 그 다양한 전략 중 하나일 뿐이다.
어린이들은 착한 태도와 말씨를 방패삼아 어른들의 불합리한 힘의 사용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 하거나 아니면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착한 행동으로 더 받으려 하는 것 같다.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어려서 그랬다. 유난히 겁이 많고 순했던 나는 착한 행동을 하면서 혼이 나는 상황을 최소한으로 줄여가면서 살았다. 착하게 살려는 나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나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부러워 하는 말 잘 듣는 아들로 컸다. 내가 공부 까지 월등히 잘 했다면 아마도 '엄친아' 소리를 들었을거다. 공부는 열심히 했으나 대단히 잘한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공부까지 잘했다면 아마도 나는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부러움 선망과 칭찬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 성격을 간단히 묘사 하자면 나는, 착하진 않고, 내향적이며 수줍은 사람이다. 나는 착하게 행동하는 전략을 더 이상 쓰지 않는다. 물론 아주 어린시절 부터 쓰던 전략이어서 아직 소소한 언행에 남아있을지 모르나 굵직한 결정과 행동을 할 때 나는 결코 착하지 않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규범에 맞추어 내 삶을 포기하는 그런 극단적인 행동은 이제 하지 않는다. 여러차례 상담을 받으면서 이만큼 건강해진 것 같다.
한 사람의 성격을 묘사할 때 '착하다'라는 말은 그래서 그닥 좋은 표현이 아니고 누군가로 부터 '착하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리 좋아할 만한 일도 아닐지 모른다. 착하게 살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착한 사람들로만 가득 했더라면 저 광장의 촛불의 물결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아픈 것은 아파하고 분노해야 하는 것은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
심리치유그룹 한다스
김태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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