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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누기..그냥 지금까지의 결론
작성자 : 나 비
  수정 | 삭제
입력 : 2012-04-22 22:31:01 (7년이상전),  수정 : 2012-04-22 23:22:02 (7년이상전),  조회 : 150
나는 강남에서(소위 대치동 학원가의 셔틀코스 안에 영입되는 일원동에 살았다.) 학창시절을 보냈다. 중앙일보를 애독하시고 비록 TK출신 중의 비주류임에도 새누리당을 사모하는 부모님의 열정 덕(?)에 메가스터디의 전신인 강남대일학원, JLS(정상어학원)을 비롯 대치동 일대 학원가에서 배회했다. 태반이 가지도 못할 외고 준비반에 한 다리쯤 걸치고는 몹쓸 선진도 위주의 학원 주도적 학습을 하면서 학원 끝나는 시간에 빅맥 사먹는 재미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수능을 치르고 원서쓸때 쯤엔 의대진학이 단연 독보적인 성공 지표였다. 수능시험을 보면 서울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문,이과 교차지원이 열려 있었는데 이과도 의대, 문과도 의대, 의대부터 쓰고 나머지 과를 적는 경우가 많았다. 의대갈래 법대갈래 물어보면 특별한 진로의 목표가 없는 다음에야 아마도 대부분 의대를 고르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정서는 공유하고 있었던 듯 싶다. 그때가 IMF직후여서 그런지 서울대 어설픈 과보다는 지방 의대를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회자되었더랬다.  의사가 되거나 고시를 거쳐 각종 번듯한 전문직 잡기, 삼성 입사에 무리없는 대학, 여고였기에 교대에 진학하면 성공적이란 평을 얻을 수 있었는데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면 그때의 나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사교육 중심으로 재편된 교육현장이 97년 IMF이후로 공고화 되었다 하니 나는 그 물결의 선두였던 대치동  학원가에 얹혀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여간 요즘 아이들은 선행학습과 공교육 붕괴, 스펙쌓기에 이은 치열한 취업전쟁이 구조적으로 견고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고 거기서 살아남든 도태되든 여유롭게 책 한권 읽고 뭔가 생각할 여유조차 갖지 못한 성장기를 보낸다.

다만 매우 다행스럽게도 개인적으론 어머니의 나를 향한 매니징이 대안학교에서마저 짤린 동생의 힘찬 날개짓으로 그나마 내가 고3이 되기 전에 수위가 덜해졌다는 것,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바닥을 쳤지만 집값 폭등으로 운 좋게(?) 편승한 강남 하우스푸어의 허상을 절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 용돈 받으려 눈치 보기 싫어서 새벽에 몰래 배달하기 시작한 신문이 한겨레였다는 것, 반항한답시고 공부는 안하면서도 지적 허영은 있어가지고 죽어라 책은 읽었다는 것. 이 정도가 그 환경에서 적어도 내가 새누리당을 찍는 사람으로 크지는 않았구나 하는 만족은 줄 수 있게 한 것 같다.

19대 총선 결과 예상을 깨고 전국을 뒤덮은 붉은 물결을 보며 내린 결론이지만 이 구조가 그리 쉽게 깨질 것 같지는 않다. 공립학교를 보내고 평이하게 옆집엄마 중간 수준으로 아이를 키운다 해도 아이는 나와 비슷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더 악화된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농담처럼 강남좌파로 키우고 싶다고 말해보기도 했지만 사실 그건 ‘조국’ 아저씨가 공부하던 그때 그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란 것도 알고 요즘 세상에서 그럴 수 있으려면 엄마의 매니저 능력이 탁월해야 하는데 그 방면에 딱히 관심도 없다.  그저 나는 아이가 늠름하고 재미나게 살면 좋겠다는 어렵고도 소박한 소망은 품고 산다. 이것은 아이가 민증 나오면 바로 독립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절박함과 같은 말이기도 한데 공립에서는 그것이 참으로 소원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내 품이 너무 많이 든다.  경쟁하여 생존하라는 명제를 자꾸만 반복적으로 습득시키는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부모가 빌딩이 없는데도 독립할 수 있으려면 가난을 견디는 내공이 필수일텐데 아무래도 그건 좌파정신 충만하고 생태적으로 촌스러운 대안이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공립에서 담금질하며 어렵사리 뭔가 모의하며 살 것인가,
대안에서 묻어가며 조금은 손쉽게 위로받고 살 것인가.

거창하게 말하면 이런 것이 바닥에 깔린 생각이고 실은 MB덕에 마음 저울은 이미 기울어 있건만 마지막까지 제한 시간을 다 쓰고 답을 내고픈 연출 욕구 10%, 그래도 교사로서 뭔가를 현장에서 시도해보고픈데 아이까지 볼모로 하려는 객기 10%, 부부교사인데 방과후 아이는 어디에 맡겨야 하는 현실적 고민이 80%의 미결 사유다.


일단은 다음주 자유학교 설명회부터 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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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독한 책이다.  재미나다.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박경철, 신영복 외/ 양철북
교육 통념 깨기 / 민들레 편집실 / 민들레
꼴찌도 행복한 교실/ 박성숙/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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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동산(엄정우빠) ( 2012-04-25 13:23:46 (7년이상전)) 댓글쓰기
고민하는 내용이 정말 공감이 됩니다.
공교육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이나 대안학교에서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이나 모두 쉬운 결정은 아닐 것 같아요.
밖으로 모임에서 얘기 나눴듯이 부모의 중심잡기와 책임있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강산이네야 두분다 내면의 힘이 있는 분들이니 문제없다고 보입니다만.. ^^
밖으로 모임을 통해 더 깊은 이야기 많이 나눌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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