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모, 문영모, 아침 그리고 저 이렇게 공동육아 묵은디기들 넷이 모여 앉으니 따로 민들레를 읽고 그럴 필요가 없더군요. 터전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누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해바라기로 넘어오니 씩씩한보다 해바라기가 편하다, 왜 그럴까?, 씩씩한에서는 아이에 대한 감정노동이 더 심했다, 씩씩한 선생님들의 노동 강도가 심한 것 같다, 왜 씩씩한 선생님들은 그 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다 찬종찬홍모께서 두 아이를 데리고 나타나셨습니다.
오늘도 아빠는 공뺀을 갔다, 아빠의 일정이 너무 많다, 월요일 공뺀, 화요일 공뺀을 위한 기타 레슨, 목요일 축구공... (수요일은 사감이라고 하셨던가?)
그래서 소모임과 방모임이 겹쳤을 경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소모임들이 매주 있다보니 방모임과 겹치지 않을 수 없는데 소모임을 통해 터전생활에 재미가 붙은 아빠들도 있고 소모임 덕분에 올해 터전 분위기가 신명나진 면도 있어 태클을 걸고 싶진 않지만 방모임과 겹칠 때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방모임에 오니 회의가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엄마들이 힘들다
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아마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그것도 얘기를 통해 쉽게 조율이 될 것 같습니다. 아빠들이 방모임날은 하루 쉬신다든가 소모임날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한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거 너무 엄마, 아빠의 대립구도로 흘러가나요?
어쨌든 연차가 오래된 조합원들끼리 만나니 개인적인 하소연에 조합 전체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더군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세상에서 중심 잡기>라는 이번 호 민들레 얘기로 넘어갔습니다.
각 가정마다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허용 정도가 다 달랐지만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집은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야 공동육아에서 좀 놀아본 아이들이라 대체로는 사이버 세계에서 노는 것에 무작정 빠져들 것 같지 않다는 믿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은 많았습니다. 만화에 대해서도 부모들은 못 보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한 근거가 없었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실 도시 아이들의 감수성에 만화가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이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가 어쩌면 무리로부터 떨어져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결돼 있고 싶은 마음 때문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다들 외로워서 그런가.
그래서 통제를 해야한다와 통제가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이 별로 좁혀지지 않았고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가 되었습니다. 미디어학과 교수이면서 아이가 휴대폰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개방적이신 찬우부의 생각을 좀 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이 있을 때 추진해볼까 합니다.)
공식적인 민들레 모임이 끝나고 나서 간만에 만난 사람끼리 회포를 풀고 있으니 긴급 홍보소위 모임을 끝낸 루다모께서 오셨습니다. 그래서 또 터전 생활이나 육아에 대한 수다가 끝없이 이어지다가 봄밤이 짧음을 아쉬워하며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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