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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도톨방 아마일지
작성자 : 초인
  수정 | 삭제
입력 : 2012-09-06 13:49:45 (7년이상전),  수정 : 2012-09-06 15:40:08 (7년이상전),  조회 : 221
7월 16일 월요일 / 도톨방

사전아마 이후 처음 해보는 아마!
시작 전부터 기대와 부담이 섞인 ‘기담’이 전신을 휘감습니다.
마침 맡은 방도 루나가 있는 도톨방이라 루나에게 전날부터 얘기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도 얘기해 둡니다.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넌 한 알의 도톨이일 뿐이고 난 초인이라구~!’

하지만 그 기대는 9시 30분의 체조 시간부터 여지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초인은 한 명의 어엿한 선생이 되고 싶지만, 루나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마치 헤어지자고 말하는, 9년 사귄 애인에게 매달리는, 드라마 주인공의 그 처절한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난처합니다.

그 순간, 구세주 물따라의 등장!
괜찮으니 루나를 챙겨주라고 하십니다. (그녀는 제가 좋아하는 터전 3대 여인 중의 한 분이십니다.)

체조 시간이 끝나고 월요일에 있는 차 모둠 시간.
단미의 마술 같은 노래가 애들의 눈을 여우눈으로 만들고 애들의 코를 돼지코로 만드나 싶더니, 애들의 입마저 붕어입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놀랍습니다!

애들은 붕어처럼 되어버린 입으로 단미에게 뽀뽀를 해줍니다.
미처 붕어입이 되지 못한 전 아쉽게도 뽀뽀를 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어진 놀이시간,
아이들은 정말 자연스럽게 물따라(원장님 별명에 이런 철학이 숨어있다니...)가듯 여러 놀이를 하네요.

소울이는 무역에 관심이 있는지 시장놀이를 하며 이것저것 주고 뺏고(사고팔지 않아요)
지태는 ‘시장’경제를 생각하며 옆에서 호떡을 구워 건넵니다. 단미가 준 돈을 지갑에 넣기도 잘하고요.
정후는 공유(연예인)와 똑 닮은 표정의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를 타더니, 마시라고 주네요.
지운이는 요리사가 되어 요리를 잔뜩 만들더니, 이선균이 공효진에게 먹이듯 정후와 선재에게 먹입니다.
선재를 특별히 좋아하는 모기는, 선재에게만 4방이나 되는 상처를 남기고 도망가버렸어요. 단미가 정성스레 약을 발라 주었지요.
그때 도연이가 우리 아빠는 파리를 잘 잡는다고 자랑을 합니다.(이제 여름의 특기는 파리 잡기입니다.)
그러니 진원이는 옆에서 우리 아빠는 파리를 못 잡는다고 자랑(?)을 합니다. 엄마만 파리를 잘 잡는다고 하네요. (진원이네의 권력구조를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지후는 벽돌을 다 꺼내고 벽장에 숨겨달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협력하여 벽돌을 쌓아 지후를 벽장에 가둡니다. 지금도 밀폐된 공간을 좋아하는 초인도 그 안락함과 포근함을 알기에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벽장이 너무 작습니다.
해민이는 책 읽어 달라고 살갑게 다가옵니다. 책 읽어 주기가 제일 쉽습니다. 고마워 해민~

정말 문자 그대로 정신없이! 놀다 보니 낮 밥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평소에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앉아 먹는 자리가 정해져 있는 듯, 도톨이들은 단미의 이끎대로 자기 자리에 한 알씩 박힙니다.(단미의 배려로 제 옆에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도톨이들 위주로 앉혀졌습니다.)

그동안 정말 먹고 싶었던~!
터전 밥을 드디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감격이 몰려옵니다.
닭 무침, 우렁이 무침, 김치, 버섯국, 참외. 우왕~!

맛.있.다

도연이는 밥 먹는 내내 단미와 데이트를 하는 것 같습니다. 부럽네요.
소울이의 soul 있는 '매워~‘ 연기는 정말 일품입니다.

드디어 가장 중요한 자는 시간!
더운 날씨 때문인지 단미는 도톨이들 바지를 차례로 벗기고 속옷 차림으로 만들어 자리에 한 알씩 눕힙니다.
당연하지만, 초인은 바지를 벗지 않았습니다. 선생이니까요~! 초인은 도톨이가 아닙니다~!

다행히 아이들 모두 만족스럽게 놀았는지 비교적 일찍 잠이 듭니다.
역시 자는 아이들은 천사임이 분명합니다.
자는 아이 10명을 쳐다보고 있자니, 흐뭇함과 동시에 스스로 대견하단 생각에 가슴에서 뭔가가 울컥 올라옵니다.

누군가에게 잠시 안겨 위로받고 싶은 욕구가 솟구칩니다.
미리내가 떠오릅니다.
오전 시간 내내 멘탈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열심히 미리내를 생각했습니다.

단미가 준 달콤한 커피를 마시며 함께 날적이를 적습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같이 경험해 보니 터전 선생님들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오후 시간은 고모님이 만들어주신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시작됩니다.
채소가 잔뜩 들어간 전은 정말 입에서 살살 녹더군요.
제가 만일 또 아마를 하게 된다면, 고모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으로 달려갈 듯합니다.

아이들도 그 맛을 아는지, 잠이 깊이 든 아이들도 간식 먹자는 소리에 비몽사몽 일어나 입에 전을 물더군요. ㅎㅎ
간식을 다 먹고 마당으로 나가 모래 놀이를 시작합니다. 다들 한 자리씩 잡고 앉아 열심히 모래를 가지고 놉니다.
깔끔 떠는 초인은 손에 모래가 묻는 것이 꺼려집니다. 하지만 이미 모래밭 가장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아이들과 섞여 노는 단미를 보고 용기를 냅니다.

터널을 만들기로 합니다. 모래를 가득 쌓아 올리고 팡팡 다진 다음 밑을 파 내려갑니다.
아이들도 사방을 차지하고 앉아 밑으로 파 내려갑니다. 터널이 완성되어 가는 만큼 초인도 모래 터널 놀이 속에 빠져들어 갑니다.
잠시 뒤 아이들 손이 잡히고 터널이 완성됩니다.
아이들을 즐겁게 해준 것 같아 또, 혼자 뿌듯합니다.

그렇게 모래 놀이를 하고 있는 사이 구세주 같은 아마님들이 한분 두분 아이들을 데리러 오십니다.
일찍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눈물이 핑 돌려고 하는 걸 간신히 참습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아이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나도 아마 대신 도톨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절대 선생님에게 뽀뽀할 수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제 ‘첫 평일 아마’의 기분을 잘 표현한,
미리내에게 보낸 카톡입니다.

‘여보야... 구해줘~!’



다시 아마를 하게 된다면,
또다시 무너져가는 멘탈을 바로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될 테지만,
막상 끝나고 나면, 또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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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자리 ( 2012-09-06 14:59:14 (7년이상전)) 댓글쓰기
모두들 하고 싶어하는 도톨방 아마!! 전 아마 내년이나 도톨방 아마를 할 수 있겠죠..ㅜ.ㅜ
그런데 왠지 초인은 나무방 아마는 그림이 안그려지네요~ ^^;
캥거루 ( 2012-09-06 16:48:35 (7년이상전)) 댓글쓰기
라온이가 삼춘~하는 그날까지 화이팅~~~
미리내 ( 2012-09-06 20:28:59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마일지 쓰기 싫다고 안쓴다더니 평일아마를 다시하는 불행을 겪고싶지 않았나 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미 ( 2012-09-07 07:59:3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초인~~~그날 너무 너무 수고 많이 하셨어요^^* 그리 어렵게 하지 않으셨다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 날적이에 그려온 그림을 보고~~~도틀이들은 초인과 함께 한 시간 아주 행복했을거에요 감사합니다
또치 ( 2012-09-07 12:35:04 (7년이상전)) 댓글쓰기
다음에는 붕어입술 연습해서 꼭 아쉬움을 떨쳐버리시기를... 혼자 애들을 재우는 진땀나는 경험을 했어야 하는데... 사실, 아들이 그리 쉽게 잠들지는 않는다오. 선생님들은 마법사야. 수고 많으셨어요. 초인~ ^^
늘바람 ( 2012-09-21 00:37:16 (7년이상전)) 댓글쓰기
초인은 늘 웃는 얼굴이라...^^ 아마도 즐거워 보였어요. 고생하셨어요. 지후가 초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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