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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어린이집을 왜 다녀?
작성자 : 오로라
  수정 | 삭제
입력 : 2021-06-11 13:31:45 (2년전),  수정 : 2021-06-11 13:55:38 (2년전),  조회 : 75

이런 질문을 무수히 받으며,
두 아이를 맨발에 보내며 조합 생활을 하고 있는 오로라입니다^^
처음 어린이집에 가입 문의를 하며 작성한 가족 소개서에도 '공동육아를 선택하는 이유?'같은
질문이 있었고 부모님부터 가까운 친구, 그리고 홍보 이사를 하며 맨발에 문을 두드린 많은 분들에게
들어온 질문이지요. 그리고 그 질문은 조합 생활을 하며 저 스스로에게도 종종 합니다.
(네, 주로 조합 생활이 힘들 때 '왜 이거 하고 있지?'되뇌입니다^^;;)
저희가 왜 맨발어린이집을 선택했고, 그래서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이의 첫 사회생활을 앞두고
아이가 충분히 뛰어놀 수 있고, 아이가 오래 지내는 공간과 시간을
선생님과 아이, 그리고 부모인 저희가 편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맨발을 선택하는 데 충분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기억을 떠올려 보니,
제가 가족 소개서를 작성할 당시 '공동육아를 하려는 이유'에는
'남편이 아내의 필터링 없이,
직접 아이들의 어린이집 생활, 친구 관계를 볼 수 있기를 원한다'고 썼네요.
남편과 저는 육아 동지로서 충분히 끈끈했지만,
남편의 의지와 관심으로만 해소되지 않는 육아 참여의 한계는
사회적으로 너무 명확했고,
제가 복직을 하더라도 아이의 등하원과 하원 후 놀이터 코스는
엄마인 제 몫일 확률이 매우 높았지요.
그러다보면 아이들의 친구 관계, 거기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남편에게는 저를 거쳐 전해지는데,
남편 입장에서는 이게 너무 손해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지요.
공동육아라는 장치가 있다면, 인위적으로나마, 의무적으로라도
남편에게 좋은 기회라고, 믿었습니다.
믿는다는 건,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니 결과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하지만 저보다는 조금 더디지만, 남편은 남편대로 조합 생활을 해 나가고 있고
제가 아이의 친구 엄마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터전 일을 하고, 친구를 사귀어 가고 있듯이
남편도 아이의 친구 아빠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터전 일을 하며
아이와 둘이서 할 수 있는 많은 말들도 생겨나고요.
제가 아이 친구의 아빠들을 자주 보고 스스럼없는 것처럼
남편도 아이 친구의 엄마, 아빠들을 자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것,
제가 아이 친구를 보는 것과 별개로 남편이 남편의 시선으로 아이 친구들을 보는 것.
그런 경험들이 저희 부부에게는 값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합 생활이 힘들고 의견이 다르면 싸우기도 하고 조합비도 내면서 청소도 하고
개인이 들여야 할 시간도 많은데 왜 공동육아를 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저 역시도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의견의 차이가 생기고
서로 감정 상하는 일들이 생길 때
그걸 풀어가는 과정에서 지치거나 힘이 들 때
'왜 이걸 하고 있냐?' 자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처음에 맨발을 선택했던 이유를 떠올리고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은 잘 뛰어놀고, 다른 아이들, 선생님들과 편한 관계를 맺으며 지내고 있지요.
그걸 원했는데, 아이가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싶으면
'그래도 할 만하지'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다고 저는 죽어라 힘들고 아이만 잘 지내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잘 지낸다고 해도, 부모인 제가 힘들고 버겁고
또는 조합 생활이 맞지 않는데
3~4년의 긴 세월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요?
3월이 되어 다시 어린이집 적응기처럼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가 고민인 시기에
제 친구가 조심스럽게 ‘너희 CCTV 없잖아...’ 이런 이야기를 꺼내도
‘아, 그런 문제는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선생님과의 신뢰관계는
아이를 키우는 데 큰 버팀목이었고
육아 멘탈을 부여잡기 힘든 순간에는 기댈 아마들이 있었고요.
옹알이하고 똥기저귀 차던 아이가 ‘오로라!’하고 말 걸면
내 아이가 자라는 것과는 또 다른 뭉클함이 생기고요.
제가 지금 맨발에서 느끼는 신뢰나 편안함,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흐뭇함이
공동육아를 해야지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저는 공동육아 이외의 다른 기관 활동을, 저도 아이도 해 본 적이 없기에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도 없지요.
그러나 저희 부부가 가진 처음의 생각으로 선택한 공동육아, 그리고 맨발에
고마움과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분들이 저처럼 맨발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맨발 어린이집의 문을 두드려 주시는 모든 분들,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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