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카운터

Today : 60
Total : 310,445
루쉰, 하워드진 그리고 리영희
작성자 : 북극곰
  수정 | 삭제
입력 : 2014-03-05 11:07:50 (7년이상전),  수정 : 2014-03-05 14:35:53 (7년이상전),  조회 : 97
----- 10여년전 책읽기에 한창 빠졌을 때, 정리했던 것이네요. 
        그 책들에 담긴 희망의 냄새를 다시 한번 맡아봅니다.



루쉰은 인간의 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생명의 길은 진보의 길이다. 그것은 언제나 무한한 정신의 삼각형의 비탈면을 따라 올라가며, 그 어떤 힘도 그것을 저지하지 못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내린 부조화는 아직도 매우 많으며, 인간 스스로 위축하고 타락하여 퇴보하는 현상도 무척 많다.

생명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생명은 죽음 앞에서도 미소를 짓고 춤을 추며, 명멸하는 인간들을 딛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간다.

길이란 무엇이던가? 원래 길이 없던 곳을 밟고 지나감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던가. 가시덤불을 개척함이 아니던가.

길은 옛날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다.'


<루쉰 산문 모음집 -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중에서



하워드진은 희망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받는 보상은 미래의 승리에 대한 전망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 있다는,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작은 승리를 기뻐하고 가슴아픈 패배를 참아내는 과정에서 얻는 고양된 느낌이다 - 함께 말이다.

......

좋지 않은 시대에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단지 어리석은 낭만주의만은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가 잔혹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공감, 희생, 용기, 우애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이 복잡한 역사에서 우리가 강조하는 쪽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만약 최악의 것들만을 본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파괴할 것이다. 사람들이 훌륭하게 행동한 시대와 장소들 - 이러한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 을 기억한다면, 행동할 수 있는 에너지, 그리고 적어도 이 팽이 같은 세계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가 행동을 한다면, 어떤 거대한 유토피아적 미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미래는 현재들의 무한한 연속이며, 인간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우리를 둘러싼 모든 나쁜 것들에 도전하며 현재를 산다면, 그것 자체로 훌륭한 승리가 될 수 있다.'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 중에서



리영희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들은 거의 하나같이 나의 책을 처음 대했을 때의 충격과 당혹감을 술회했다. 그에 뒤이은 허탈과 공포감 같은 것의 엄습으로 한참동안 사상적 무기력 상태에 빠진 경험을 회고하기도 하였다. 그러고 나서 캄캄하던 하늘에 한줄기 햇살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고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이 나라의 청년으로서 삶의 뜻에 관해 고민하고, 모색하고, 울고, 분개하고, 사색하고, 그리고 결단하였다는, 감동적이지만 가슴 아픈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감사하고 나를 사랑할망정 나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잠에서 깨어난 것을 고마워하는 것이었다.

......

70년대·80년대에 걸쳐서 그들이 흘린 눈물과 참아야 했던 상처에 대해서 나는 마땅히 한 사람이 나누어져야 할 만큼의 도덕적 책임이 있다. 그들의 불행에 대해서 간접적일 뿐 아니라 때로는 직접적인 원인자로서의 죄책감으로 가슴 아파하는 것이다.

......

옮기기에는 너무 쑥스럽지만 그는 나의 때를 밀어준 것을 '큰 영광'이라고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때밀이 값은 '서비스'라면서 받지 않으려고 고집하는 그에게 돈을 들려주는 데는 한참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같이 뜨거운 사랑에 부딪힐 때 나의 가슴에 맺힌 상처는 아물어간다. 그래서 나는 이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나는 '신'이나 '하나님의 정의' 또는 '역사의 심판'이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같은 사람들, 즉 때밀이·지게꾼·노동자·농민·노점상······처럼 땅위에 짓눌려진 인간들에게서 올 것을 확신하면서 글을 쓴다.

이 신념이 일찍이 나의 글의 형식·격조·문체를 결정했던 것이다. 나의 글을 두고 '쉽게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이는 "어떻게 어려운 내용을 그렇게 술술 쉽게 써버리느냐"고 감탄인지 경멸인지 알 수 없는 평을 하는 것을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그럴 것이라고 나도 동의한다.

......

쓰는 사람은 결코 쉽게 쓴 것이 아니라 정직히 말해서 뼈를 깎는 어려움으로 쓴 것이다. 그래서 쉽게 읽혀지는 것이다. 독자가 쉽게 읽도록 하려는 필자의 의식적인 노력과 독자에 대한 사랑 없이는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만은 알아주면 좋겠다.

나는 글로써 사회에 서려는 뜻을 세웠던 그 첫 단계에서 '누구를 위해서 쓸 것인가?'를 모택동과 노신에게서 배웠었다. 유식한 사람, 돈 많은 사람, 지위 높은 사람, 권세 있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들에게 억눌린 사람들의 생각과 눈을 뜨게 하려고 맹세했었다. 혈기왕성했던 '20대말의 그 출발점에서 나는 '글을 통한 혁명' 같은 가능성을 몽상했었다. '그 목적을 위해서 나의 글은 쉽게 써져야 한다', 이 마음으로 30년간의 글쓰기를 일관했다. 적어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의식적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를 자신이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동래 온천탕의 때밀이도 쉽게 씌어진 나의 글을 고마워했다. 고등학생들도 그랬다. 농민도 그랬고 주부들도 그랬다. 어느 정도의 목표가 이루어졌다고 자위하고 있다. 어떤 글이건 글쓰는 이치고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이가 있겠는가? 남이야 짧은 시간에 이룩했을 그 정도로 쓰게 되기까지 나는 30년이 걸렸다는 자탄을 할 뿐이다.'


<자유인 - 30년집필생활에 대한 회상> 중에서



 
이름


비밀번호
치타 ( 2014-03-05 22:44:12 (7년이상전)) 댓글쓰기
캬~. 가슴을 아주 후벼파는구만요.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아빠들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감명받은 이런 부분 함 돌아가면서 시리즈로 올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해맑은 아빠들, 어때요? 옛날(?) 젊었을때(?) 생각도 해볼겸~ ㅋ
맑은과꽃 ( 2014-03-06 07:01:18 (7년이상전)) 댓글쓰기
훼손된 머리와 마음이 다시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감사해요 북극곰, 수첩에 붙여둘게요 또 부탁드립니다^^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543
계양도서관 10주년 ECO 책축제 해요 (4/12 토) 니모 2014-04-06 67
2542
계양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공모 사업 접수 안내 [2] 맑은과꽃 2014-04-01 129
2541
2014 공동육아방과후 학술대회를 안내합니다.(교사교육) 운영자 2014-03-24 58
2540
권한이 없어서 불편합니다..업뎃 부탁요 ㅎ [1] 앵무새 2014-03-19 69
2539
권한이 없다네요...~~ㅜㅜ [1] 바람 2014-03-17 68
2538
환영회 끝나고 못챙긴 그릇 찾아요. [4] 백두산 2014-03-16 83
2537
[번개] 경복궁, 3월 16일(일) [16] 캥거루 2014-03-13 172
2536
Re: 경복궁 후기 [11] 캥거루 2014-03-17 126
2535
홈피 관련 확인 부탁드려요~ 열람이 안 되네요 [7] 담원맘공주 2014-03-10 106
2534
루쉰, 하워드진 그리고 리영희 [2] 북극곰 2014-03-05 97
2533
인간 모집(소모임 아님 인간모임) [4] 불량공룡 2014-02-19 139
2532
Re: 인간 모집(소모임 아님 인간모임) [3] 불량공룡 2014-02-24 128
2531
[통전교육연구소] 통전교육 공부모임 안내 바람이불어오는곳 2014-02-09 87
2530
남의 일이 아니네요. 누리 과정으로 유치원교사들이 전국집회를 합니다. 건빵 2014-01-22 84
2529
한라봉 팝니다~~~ [15] 해맑은바라기 2014-01-15 185
2528
오스카/앵두네 이사갈 예정입니다. [2] 오스카 2014-01-15 137
2527
2014년 신편입생 모집안내입니다. 느티울행복한학교 2014-01-15 52
2526
원자력없는 세상을 위한 초청 강연회가 열립니다.(1월 9일 저녁 8시) 파도(한상윤) 2013-12-24 44
2525
산어린이집 집들이에 초대합니다~ [2] 우성아빠(바다) 2013-12-23 84
2524
안녕하세요~ 해바라기 귤 팝니다~~ [24] 해맑은바라기 2013-12-16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