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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이야기들.
작성자 : 캥거루
  수정 | 삭제
입력 : 2013-04-01 11:41:39 (7년이상전),  조회 : 119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들을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에게 읽어주다 보니,
어렸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되네요.

아이들과 중세 시대를 수업하면서 이 동화 플래쉬를 보여주면서 이야기 했더니,
지금의 중학생들의 반응이
"장화신은 고양이라는 책이 따로 있었어요? 슈렉에 나오는 캐릭터 아니었어요?" 라고 해요.
이 아이들은 슈렉 세대인가봐요.

수업 준비하면서 아이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몇 가지 잡담을 끄적여 봅니다.





아버지는 형제에게 재산을 줍니다. 첫째는 방앗간, 둘째는 말, 세째는 고작 고양이.
갈수록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것을 배분한 것인데, 그렇다면 방앗간이란 가장 좋은 유산이었다는 것이지요.
왜 하필 방앗간일까.

중세 시대에는 장원이라는 자연 촌락 단위의 생활을 하는 형태였지요.
그 안에는 방앗간, 제빵소 등의 공동 시설물이 있었는데,
이를 사용할 때 그것을 비롯한 장원의 주인인 영주에게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었다고 해요.
그렇다면 이 아버지는 개인 방앗간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건데, 이걸 고스란히 물려 받으면
영주에게 아쉬운 소리도 안 하고 사용료를 지불하지도 않아도 되는 위치에 놓이겠죠.



풍차는 중세 시대를 상징하는 코드이기도 합니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돌진했다는 것은
중세의 몰락한 기사를 풍자하면서, 중세의 봉건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해석하기도 하더라고요.





장화신은 고양이는 들판에 일하는 농부들에게
이 들판이 "카라바 백작(후작)의 것"이라고 하라고 시키지요.
번역본에서 '백작(후작)'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교과서에서는 '영주'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농부'들은 '농노'라고 이야기 하지요.

중세 시대, 장원의 농민은 대부분 농노였어요.
자신의 영토 뿐 아니라 영주의 토지를 경작해 주어야 했어요.
그 이외에도 노동력을 제공해야 했고요.
고약한 영주를 만났다 하더라도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었으니, 참고 살 수 밖에요.

동화 속에서 이 들판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들은 영주의 농토를 경작해 주고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동화들이 매혹적인 것이 많아서 몇 개 더 찾아보았어요.
'백조 왕자', '피리부는 사나이', '라푼젤' 등의 동화도 숨겨져 있는 코드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중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를 보면,
공주가 물레 바늘에 찔려서 잠들어 버린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것을 성적인 코드로 보는 해석이 있기도 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물레 역시 중세의 상징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동화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주가 찔리게 되는 대상은 어쩌다가 만나게 되는 물건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여야지 현실감이 있겠지요.

산업화가 되기 이전에는 가내수공업이 일반적이었지요.
집집마다 이런 물레가 흔하게 있었을 것입니다.


인도의 독립운동을 했던 간디를 떠올리면 '물레'가 함께 연상되곤합니다.
물레는 비폭력주의를 상징하기도 하지요.
영국은 산업화를 통해 더 이상 물레가 필요없는 공장제 기계 공업을 시작합니다.
간디는 수입 영국 직물을 거부하고 인도의 전통 가내 수공업을 부활시키자는 의미로
물레를 짓곤 했던 것이지요.

어찌되었건, 성 안의 공주가 물레가 찔리게 된다라는 것은
근대 산업화 이전의 가내 수공업이 일반적인 상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수업 준비하면서 만든 내용을 주절주절 써 봤네요.
시대와 상관없이 '민담'이라는 것은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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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 2013-04-01 14:49:17 (7년이상전)) 댓글쓰기
캥거루는 여전히 수업도 참 재미있게 한다.
신규 때 아이들 교실에 동그랗게 모여앉아 쓰레기통 엎어놓고 '유물발굴'하던 역사 시간, 참 인상 깊었는데.
난 바쁘단 핑계로 수업도 대충하고..참 반성하게 되네요.
도토리인나 ( 2013-04-01 15:06:5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쓰레기통 엎어놓고 유물 발굴이라.... 그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별사탕 ( 2013-04-01 20:58:08 (7년이상전)) 댓글쓰기
별사탕 ( 2013-04-01 20:58:18 (7년이상전)) 댓글쓰기
백두산 ( 2013-04-01 23:00:13 (7년이상전)) 댓글쓰기
오늘 수업 만우절 폭동(^^) 때문에 꽝! 났는데, 생활하면서 점점더 여유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긴 숨을 쉬고~ 휴~ 캥거루 수업 이야기 재밌었어요(우리 역사과만 그런가?)
꽃사슴 ( 2013-04-02 14:46:59 (7년이상전)) 댓글쓰기
같은 영화를 봐도 디자이너는 배우들 패션만 보이고 요리사는 음식만 보인다더만
역사샘은 동화를 볼 때 역사가 보이는군요.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거 같네요.
해맑은기린 ( 2013-04-02 14:57:35 (7년이상전)) 댓글쓰기
오호~ 흥미진진^^
맑은과꽃 ( 2013-04-02 15:03:22 (7년이상전)) 댓글쓰기
옛 이야기에 나오는 물건을 통해서 당시 상황을 그려보이는 캥거루의 역사탐방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좋아요^^
원숭이 ( 2013-04-02 17:14:16 (7년이상전)) 댓글쓰기
그럼 얘기가 어떻게 되는거지? 결국 우여곡절 끝에 고양이에게 힘입어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한 막내 아들의 얘기는 당연한 결론이라는 얘기잖아요. 완전 히롱당한 기분이내요.
캥거루 ( 2013-04-03 11:33:09 (7년이상전)) 댓글쓰기
그네] 남녀공학에서도 별수롭게 않게 쓰레기통을 엎었는데, 남고에 와서 쓰레기통을 엎으니까 가래침이 찐덕찐덕 범벅이 되어 있어서, 이곳에서는 이 수업을 할 수 없겠구나 하고 덮었음. 왜 아이들은 가래침을 뱉는걸까.

도토리] 서울대 조유전 교수의 예전에 난지도(지금의 상암동 하늘공원) 쓰레기 매립지에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쓰레기 발굴을 시켰다고 해요. 쓰레기 매립지는 요즘 살고 있는 이들의 모든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니까. 그것을 살짝 따 와서 수업을 했었어요. 그나저나 수도권 매립지에 발암물질이 매립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그제 봤어요. 이제는 쓰레기 뒤지는 것도 무섭겠어요.

별사탕]감
사 ^^

백두산] 네이버 쥬니버 10분 틀어주고 숨통을 돌리는 거죠 뭐. 실상은 10분 좀 덜 떠들고 싶은 마음도 살짝 포함되어 있는 거. 우리는 보니까 요즘은 만우절도 그냥 좀 시큰둥하게 가는 것 같아요.

꽃사슴] 앞으로 꽃사슴을 보면 꽃사슴표 보쌈이 떠오를 듯해요. ㅋ.

기린, 과꽃] 이런 댓글 좋아합니다. 사랑합니다. ㅋ.

원숭이] 세째 아들과 공주님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근데 공주님들은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결혼하는 게 행복했을까?..
별사탕 (2013-04-04 12:23:25 (7년이상전))
이해하는데 오래 걸림. 답글을 이렇게 한 방에 달 수도 있구나.
아무튼 캥거루는 새로워서 좋아요.
음식도 잘하고.
옷도 맵시 있게 입고.
악기도 잘 다루고.
글도 잘 쓰고.
못하는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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