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 아내가 읽을 거리를 챙겨주었다.
치바 시게오가 쓴 글이다. 글의 내용은 최병소 작가에 대한 평론이었다.
아침 공기처럼 들이마셨다.
아들 상화가 태어나기 전에 갤러리 M에서 최병소 선생님의 전시회를 가졌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분의 작품을 가까이서 오래동안 관찰하게 되었다.
먹을 칠해놓은 것처럼 까맣게 태워버린 재처럼, 막막하게 느껴지던 것이
이제는 그렇게 가슴속에서 출렁거릴 수 없는 힘으로 느껴진다.
척박한 땅에서 돋는 한낱 쓸모없을 풀씨라도
이 우주에 떨어져 그 생명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땅은 그 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저절로 알겠지만
땅위에 살면서도 바람처럼 이리저리 쓸려다니는 먼지 같은 삶이야 어찌 알겠는가.
'오늘은 어디가서 빌붙어서 덜 까불리며 덜 고단하며 좀 여유를 가져볼까 뭐 이럴테죠.'
미술이라는 사회 속에서 벼라별 바람이 다 불고, 벼라별 먼지같은 것들이 다 떠다니니
그 사회 속에 깨춤추시는 분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 구토가 난다.
선생의 전시회 때 받은 화분이 벌써 5년이나 되었는데, 그 화분은 아직도 꽃을 계속 피우고 있다.
정말 알 수 없는 이 질기고 기괴한 화분을 볼 때마다 나는 최병소 선생의 '소멸하며 태어나다'라는
전시를 떠 올린다.
우리 세대에 이땅에서 돋는 아주 좋은 씨가 발아하고 있다.
저 까맣게 타버린 재처럼, 숯덩이 같은 그 속에서 뭔가 뾰족히 정신을 내미는 것이 있다.
치바 시게오는 이렇게 말한다.
'그 입구가 거기에 보인다. 그 입구가, 시각을 넘선 곳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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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안간힘, 기다림, 재, 그리움, 시간, 구름 너머... 설명을 듣고 봐서인지 그런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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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화부 (2011-10-17 19:08:19 (7년이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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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참하고 아담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할 예정이랍니다.
그때 함께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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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선모 ( 2011-10-17 22:25:46 (7년이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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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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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화부 (2011-10-18 10:54:46 (7년이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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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함께 연락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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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댁의 아침은 너무나도 문화(?)적인 것 같습니다. 살짝 부러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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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화부 (2011-10-18 13:23:08 (7년이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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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억지로 먹어야 하는 아침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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