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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무엇이 학습만화로 학습하게 하는가?|
작성자 : 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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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30 00:21:00 (7년이상전),  조회 : 124

 

 

 

 

학습만화가 대세이기는 대세인가보다. 학습만화 전문 출판사로 부상한 몇몇 출판사는 물론 대형 출판사에서 분가한 신규브랜드, 군소출판사, 전집류 출판사, 학습 참고서 출판사까지 거의 모든 출판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마다 블루오션을 기대하고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거의 피바다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기획이 밑바탕에 깔린 작품들은 대박은 아니어도 손해는 보지 않고 있고, 손쉬운 기획은 겉모습만 반지르르한 것을 금방 들키고 만다. 


학습만화는 기본적으로 '학습'이라는 용어가 가장 차별화된 전략이다. 돌아가신 만화가 고우영 선생은 늘 만화는 당의정이라고 말했다. 웃음과 재미가 지식을 전달해 준다는 뜻이리라. 선생이 보여준 고전만화의 해박한 지식(특히 <십팔사략>은 중국사의 완벽 다이제스트판이다!)은 늘 웃음과 재미의 당의정으로 씌워져있었다. 역설적이지만, 학습만화는 학습’이라는 당의정으로 포장되어있는 만화다. ‘학습’이 당의정이다. 학습이라는 단 맛이 만화라는 쓴 맛을 가리고 있다. 부모들은 ‘학습’이라는 두 단어를 믿고 안심하고 만화를 구매해 준다. 그리고 아이들은 별 재미없어도 만화라고 하면 좋아한다.

 

 

 

 

부모들을 향한 당의정, 학습

2006년 현재 ‘학습’은 마법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서로 전혀 다른 만화에 ‘학습’이라는 마법을 씌우고 겉모습을 통일하면 ‘학습만화’가 되어버린다. 도대체 뭘 배운다는 말인가? 물론 겉표지에 ‘학습만화’라고 표기하지는 않지만 겉모습에서 소위 코믹스판형과 구분되어진다. 영화나 드라마를 각색한 만화도 학습만화이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옮겨도 학습만화다. 심지어 귀신 이야기나 우스개를 담은 만화도 학습만화다. 온통 ‘학습’판이다. 도대체 무엇이 학습하게 한다는 말인가? 

 

현재 통용되는 학습만화라는 용어는 내용 중심에서 겉모습 중심으로 용어가 정착된 느낌이다.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컬러로 되어있고, 4×6배판의 판형으로 출판되어 서점에서 팔리는 만화를 뜻한다. 특별히 교양이나 지식, 정보 등의 요소를 담지 않아도,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서점에서 팔리면 바로 학습만화다.”(박인하, ‘교양, 학습만화 전성시대의 그늘’, <출판저널> 2005년 8월호) 용어의 원뜻을 살펴보면, 학습만화라고 하면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게 만드는 만화를 뜻한다. 그런데 꼭 학습만화가 아니더라도 배우고 익히는데 문제가 없다. 내 딸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고작 10살짜리 아이인데, 자기 아빠의 유년시절에 대해 꽤나 정통하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빠 어린 시절에는”이라고 말을 꺼낼라치면, 오히려 자기가 먼저 그 시절에 전화기를 여러 대 연결해 쓰는 ‘뿌락찌’가 있었고, 방학 때면 탐구생활을 해야 했다는 말을 한다. 나는 궁금해서 “어디서 봤니?”라고 물어보면, “안녕?! 자두야!!”에서 봤다고 말한다. 집에 있는 수많은 만화책 중 딸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안녕?! 자두야!!?>(이빈), <개그짱 과학짱 명탐정 판즈>(류기운) 두 권이다. 이 두 종류는 심심하면 꺼내 보는 책들이다. 반복독서가 가능한 이유는 재미있고,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이다. 딸 아이는 <안녕?! 자두야!!>를 통해 80년대 어린이들의 일상을 배웠고, <개그짱 과학짱 명탐정 판즈>를 통해 동물들의 습성을 배웠다. 나는 개도 나이를 먹어 죽을 때 사람처럼 늙고 힘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개를 기르다>(다니구치 지로)를 통해 배웠고, 아토피 아이들이 당하는 고통과 치료를 위한 투쟁을 <아빠, 가려워>(김충희)를 통해 배웠다. 만화에 담겨 이야기와 함께 전달되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우리로 학습하게 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하게 하라!

지난 5월, 과학도서를 인증하는 심사를 한 적이 있다. 무려 2박스의 과학 학습만화가 배달되어왔다. 나는 최종 소비자격인 딸과 함께 2박스의 만화를 읽어나갔다. 내가 보기에 고급스러운 장정으로 잘 만들어진 만화에 대해 딸의 평가는 박했다. 딸 아이 의견의 핵심은 “아빠, 모험이 나와야 재미있어요!”다. 과학만화이건, 역사만화이건 '모험'이 나와야된다. 이를 조금 세련된 표현으로 고치면 ‘스토리텔링'이 명확해야 된다는 말이다. 당연하게도 학습만화라 하더라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학습만화에서 스토리텔링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로 박사님(아빠나 삼촌들이다)과 소년, 소녀가 어디론가 지식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며 쭉 지식이 전달된다. 왜 여행을 떠나야하는가에 대한 특별한 욕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욕망을 가로막는 금지가 있는 것도 아니며, 갈등도 찾아보기 힘들다. 여행 자체에 흥미가 떨어지니 전달하는 지식도 별로다. 아니면 차라리 전달하는 지식을 주인공으로 삼아 만화를 끌어가야하는데 그러지도 못한다. 


전달하는 지식을 효과적으로 스토리텔링안에 녹여낸 만화는 아이새움의 ‘살아남기 시리즈’와 <마법천자문>이다. 무인도, 남극, 동굴 등 극한 상황에 남겨진 주인공들에게는 당연히 살아나야한다는 간절한 욕망이 있다. 자연스레 스토리텔링이 되고, 독자들은 흥미를 갖게 된다. 한자(漢字) 한 자 한 자로 마법을 부리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히게 된다. 주인공이 ‘불어라 바람 풍(風)’이라고 외치면 거대한 바람이 나온다. 아이들은 손오공이 ‘바람 풍’ 마법을 부리는 것을 보며 ‘바람 풍’자를 저절로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를 학습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반면, 예림당의 ‘WHY 시리즈’는 전형적으로 백과사전류의 만화로 스토리텔링을 쉽게 찾기 힘들다. 마치 교과서를 읽는 듯 풍부한 지식이 나열되어있지만, 그 지식이 내 것이 되기에는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는 것은 이런 만화들이다. 똑같은 과학이라도 살아남기 시리즈와는 명백히 구분이 된다. 이는 전략적 선택의 지점이다. 스토리텔링하기 위해서는 지식의 총량이 줄어들게 되고, 지식의 총량을 늘리면 스토리텔링이 줄어들게 된다. 이 미묘한 문제가 기획자들에게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NHK에서 기획한 일본판 학습만화 <지구 대진화>(고바야시 타츠요시)는 고민해 볼만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만화는 오로지 지구의 진화라는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는데 모든 스토리텔링의 역량을 집중하는 만화로 지식 그 자체의 본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만화다. (일본판 학습만화는 주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한 지구 대진화라는 과학적 사실, 이에 대해 김낙호는 “지구가 주인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학습만화라는 장르가 마케팅적 요구에 의해 특정한 모양새로 분리되어있지만, 학습만화가 우리나라 만화 고유의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에 이르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기법이 고민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만화라 불리는 ‘그 만화들’의 범위와 갈래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식정보만화’로 조금 더 엄정하게

 일반 출판물의 경우 주로 허구의 것을 다룬 픽션(fiction)과 실재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nonfiction)으로 나뉜다. 이를 출판만화에 적용하면, 픽션만화와 논픽션만화가 된다. 조금 낯설다. 픽션만화는 허구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이니까 장르만화라고 불러도 된다. 익숙한 용어로는 코믹스 만화다. 보통 일반 도서에서 논픽션은 르뽀와 정보, 지식 등을 다룬 책들을 포괄한다. 만화로 치자면 학습만화다. 학습만화의 다른 이름을 논픽션 만화라고 부를 수 있는데, 어색하다. 지식정보만화라고 부르면 어떨까? 서구에서는 논픽션이라는 용어와 정보책(information book)이라는 용어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 정보는 주로 유용성, 목적성이 꽤나 강하게 작용한다. 면, 지식은 사실에 근거한 어떤 것들이지요. 유용할 수도 있고,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꼭 필요한 지식일 수도 있고, 잡다한 지식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식정보만화라 구분하면, <아빠, 가려워>처럼 특정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목적을 지니지 않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만화도 포함될 수 있다. 


픽션만화(그러니깐 장르만화)와 대응하는 커다란 구분으로 논픽션만화를 지식정보만화라고 부르면, 지식정보만화의 하부 갈래를 조금 더 명확하게 나눌 수 있다. 명확하게 지식이 전달되는 목적을 지닌 만화로 주로 스토리텔링을 통해 수학, 과학, 역사 등의 학습내용을 익히게 만드는 만화를 학습만화라 부를 수 있다. 신조어로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만화라 부르는 것도 적당하다. 이 갈래는 ‘학습’이 명확하게 강조되어야한다. 전달하려는 지식의 목적과 그 방법이 정확해야한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만든 만화들까지 포괄적으로 학습만화라 불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떤 특정한 학습요소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어야하고, 이를 만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전략이 있어야한다. 전달하는 지식의 질도 매우 중요하다. 


 이와 조금 다른 만화로 보편적 지식과 교양을 전달하는 만화를 지식교양만화라 구분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식의 질보다는 지식의 경험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수많은 지식들을 작가의 경험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이다. 조 사코가 팔레스타인과 발칸반도를 취재하고 그 내용을 정리한 르뽀만화 <팔레스타인>, <안전지대 고라즈네>가 모두 이 영역에 속한다. 아트 슈피겔만의 걸작 <쥐>도 마찬가지다. 정우열의 만화 <올드독>도 역시 이 영역에 속한다. 


 학습만화는 출판계의 화두다. 단일 시리즈가 수백만부에서 천만부가 팔리고, 조금만 노력하면 성과가 나기 때문에 많은 출판기획자들이 욕심을 낸다. 인문교양전문출판사인 휴머니스트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만화출판에 뛰어들었고, 올 여름에는 진중권의 스테디셀러 <미학오디세이>의 만화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미학오디세이>는 현태준, 이우일, 김태권이라는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이 독특한 개성으로 원작을 풀어냈다. 학습만화가 진화, 발전되는 중요한 사례다. 학습만화가 대세라고 무조건 학습만화의 기획과 출간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학습만화로 학습하게 하는가, 그 근본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처럼 학습만화가 특정 겉모습만으로 규정된다면, 공산품 만들듯 값싸고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박인하 (만화평론가) /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

 

  

 

 

 

추천 지식정보만화

 

 

 

 

<지구 대진화> 기획 NHK / 그림 고바야시 타츠요시 / 삼성출판사 / 2006
일본의 국영방송 NHK의 다큐멘터리와 맞물려 제작된 만화. 그만큼 풍부한 과학적 지식이 녹아들어가 있다. ‘지구’가 주인공인 작품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보편적인 학습만화의 포맷과 달라 흥행에는 실패했다.

 

 

 

 

<아빠, 가려워> 김충희 / 청년사 / 2005
일상적 경험을 옮긴 지식정보만화다. 만화가인 아빠가 아토피에 걸린 딸아이를 육아하면서 그린 만화로 아토피에 대한 지식과 고치기 위한 노력을 그려냈다. 어떤 특정한 지식이 나오지는 않지만 일상적 정보가 가득하다.

 

 

 

 

<캄펑의 개구쟁이> 라트 / 길찾기 / 근간
말레이시아의 아동만화로 여러 매체에 추천되었지만, 오월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안타깝게도 해적판이었다. 말레이시아 정글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의 삶을 그린 만화로 나와 다른 세계에 대한 보편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올드독> 정우열 / 거북이북스 / 2006
지식정보만화라고 구분하면 꼭 어린이 만화가 아니라 성인용도 포괄할 수 있다. 정우열의 만화 <올드독>은 한덩어리의 짧은 만화로 문학, 영화, 역사의 다양한 지식을 선보인다.

 

 

 

 

<해리포털의 과학마법학교> 박종규 글, 김선영 그림  / 동아사이언스 / 2006·
과학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어린이 만화잡지 <어린이과학동아>에 연재되는 만화로 스토리텔링과 과학지식이 흥미롭게 결합된 작품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과학 지식을 전달해 주는 작품으로 과학이 나열된 다른 만화보다 어린이들에게 훨씬 더 잘 읽힌다.

 

 

 

 

<만화 과학은 흐른다> 정혜용 글, 신영희 그림 / 청년사 / 2006
반면, 이 작품은 과학사를 만화로 옮겼다. ‘과학사’이기 때문에 특별한 주인공이 없고, 주인공이 없기 때문에 스토리텔링도 약하다. 대신 잘 만들어진 모양새와 ‘과학사’라는 ‘있어 보이는’ 접근으로 인해 어린이 독자의 부모들에 의해 골라지는 전형적인 만화다.

 

 

 

 

<영화를 믿지마세요> 박무직  / 거북이북스 /  2006
가장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의 방법 중 하나로 영화 자체의 과학적 오류를 지적한 작품이다. 한 회당 4쪽에 불과하지만 고박사님과 창덕이, 그리고 로봇 아다리라는 주인공을 설정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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