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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고맙습니다.
작성자 : 들국화
  수정 | 삭제
입력 : 2012-02-20 19:52:20 (7년이상전),  조회 : 168
30대초반이었나봅니다.

눈 있어도 보지 못하니 장님이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니 귀머거리일 뿐이구나,
심봉사 눈떠 광명세상 보듯, 저 또한 눈뜨기를 열망하며 치열하게 몸 부린 치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10년이 흘러 혼인하고 아이 낳아 땅에 뿌리를 내리며 더러 눈뜨기도 하고 더 큰 암흑에 갇히기를 되풀이하며 지금도 때론 장님으로, 귀머거리로 살아가고 있음을 부끄러워합니다.

기대가능수명이 90살이라면 아직 반평생도 못 산 제가, 읽은 책에 갇히고, 겪은 경험에 갇히고 조막만한 지식과 체면에 갇혀 나를 둘러싼 세계와 또는 나와 조우하지 못하고 맴도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오감 또는 육감으로 서로 경험한 세계가 다르기에 동일한 상황에서도 우리 서로가 마주치는 ‘진실’이라는 놈은 제 각기 다르게 다가옵니다. 오래전 본 영화중에 ‘오! 수정’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남녀가 연애의 기억을 회상하는데 서로 겪은 영화의 장면이 많이 달라요. 그 장면에서 소리 내어 얼마나 웃었던지 그러면서 흐르던 눈물의 기억.

우주를 하나의 생물체로 정의하면 그 기원으로부터 출발한 우리는 개체로 분리되어 나왔지만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을 때 눈이 반짝이고 귀가 열리는 게 아닐까합니다. 또 다른 반쪽을 찾았기에... 그러나 같이 있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서로 다른 자신의 영화를 찍어가는 우리이기에 아니 저이기에 상황과 상대를 불문하고 불변하는 진리를 찾기는 참 어렵다싶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니 저는 서로 유사한 사람들을 찾아 나섭니다. 또는 그 무언가를 찾아 나섭니다. 어느 지점에선가 서로 분리되었기에 그리워서 그런 것이겠지요. 그러니 서로 다름을 아는 것은 나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하튼 바람은 불고 세월은 흐르며 시간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기에 무엇을 두고 진리라 할 것인지 어떨 땐 그냥 우두커니 보고만 있어요. 그이 말도 맞고 당신 말도 맞고... 그런 상황에서 저는 선택을 하지요.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하고픔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지요. 또 다른 이는 그이가 추구하는 뭔가가 있겠지요. 만들고 싶은 길이 있겠지요. 이미 만들어진 길이 있다면 걷고 싶은 길이 있겠지요. 무수한 발자취들... 우리 모두가 같다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모두 같아야 한다고 강변하는 사회의 모습이 있긴하지요.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서로 달라 아름답고 식물은 식물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기암괴석은 또 그대로 어느 하나 같은 놈이 같은 님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름답고 또 그래서 재미나고 그냥 세상은 그렇게 빈틈이 있는것 같으면서도 빈틈없고 불안정해보이면서도 완전하고... 저 또한 그런 세상의 일부로 이젠 좀 여유부리고 살려고 합니다. 그러다가도 또 불콰해지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후엔 혼자서 피식 웃곤 하지요. 암튼 서로 다름을 귀히 여기고 그러면서 서로 그리워하고 그런 연후에야 서로 통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저와 달리 효기의 삶은 터전에서 어떨지... 저는 제가 선택해서 이러 저러 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제가 수용하면 되는 일이나 터전에서 효기의 6세는 어떨지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효기아빠의 상황도 있고...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서 고민 끝에 가족 모두에게 편안한 방향으로 종결지었습니다. 덩실방 조합원, 그리고 작년 마음고생 많으셨던 민준아빠 모두 마음써주셨는데 죄송합니다.

효기에게는 고향같은 터전인데 말입니다. 더욱이 이사활동을 하면서 아빠들과 친해진 효기아빠는 ‘우리 이제 터전 안가는 거 맞지. 하며 기분이 이상해!’ 제게 되묻는 걸 들으며 터전생활이 효기네 가족에 면면히 스며들어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네요.

‘여행지에서는 나는 나 자신이 이방인임을 당연시한다.
그런데 삶속에서는 나는 행여라도 이방인이 될까봐 두려워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길을 잃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런데 삶속에선 길을 잃으면 낙담한다.

여행지에선 내가 누구인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삶속에선 제발 나 좀 알아봐달라고 부질없는 말을 할때가 있다.

여행지에서 나는 낯선 사람에게 포기하지 않고 친절을 베푼다.
그런데 삶속에서 나는 친절함을 기대하는 손길을 뿌리치고 타인과 소망을 나누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나는 내가 걷고 있는 길을 오래전 누군가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앉았던 식당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의 존재와 남의 존재가 연결됨을 느낀다.
그런데 삶속에서 나는 연결이 아니라 나와 남의 분리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얼마나 자주 설레고 얼마나 자주 탄성을 지르던가?
그런데 삶속에서 나는 기쁨에도 슬픔에도 고통에도 얼마나 자주 무감각하던가?‘
(정혜윤의 글 중에서 발췌-저의 마음과 꼭 같아 옮겨보았습니다.)

이제 다시 여행을 떠나며 여행자의 마음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효기 2년간 잘 보살펴주신 교사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모든 조합원들 건강하시고 효기에겐 고향같은 곳이니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어제 주연네집에서 들은 덩실방 아이들 웃음소리가 지난 밤까지도 심장 한켠에서 웅웅거렸습니다. 끝까지 같이 못해서 아쉽고 미안합니다.

효기는 효기대로 터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모두 제 공간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조합원들 모두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이제 곧 봄되면 또 꽃이 피고 여름 장마비 쏟아지겠지요. 과천 어디에서든 다시 볼때는 지난 계절은 이미 다 갔으니 꽃처럼 환하게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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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쓰맘 ( 2012-02-21 17:38:39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 이 글을 이제서야 보네요.

효기네랑 같이 들어오고, 또 효기랑 유일한 도글이*덩실이 남자였던 경남이 엄마이기에~~, 효기네의 이별은 또 다른 아림이 있답니다.

어제 집에 가는 길에 다시 덩실방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경남이를 걱정하며 조심스레 효기의 부재에 대해 물으니~, 괜챦다, 쿨하게 대답하던 경남.. 집에 와서 "효기 보고 싶다~"합니다. 전화걸어줄까 물으니~, "아냐 안 보고 싶어"하고 말하는데, 어린아이 맘 속에서도 생각이 많겠지요.

떠났다 생각마시고, 자주자주 들려 효기 커가는 모습, 효기네 사는 이야기 들려주세요.
예쁜달(희원맘) ( 2012-02-22 16:21:16 (7년이상전)) 댓글쓰기
효기랑 효기아빠랑 처음 만난날. 양재천에서 도시락 같이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두 분의 미소가 그리울 거에요. 2년동안 감사했어요. 귀여운 효기. 사랑해. 잘 지내렴~ ^^
싱글이 ( 2012-02-22 21:56:25 (7년이상전)) 댓글쓰기
글을 읽으며 효기엄마, 아빠 그리고 효기를 떠 올려 봅니다. 지금 이 마음, 한동안 잊혀지지 않겠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셔서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세요. 효기야, 재밌는 거 많이 배우면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지내~
호랑이 ( 2012-02-23 16:47:2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저는 들꽃을 아주 좋아합니다. 효기어머니께서 들국화임을 알고 그 에너지가 느껴져 멀찍이서 괜시리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메세지 외에는 진심으로 연결되어 들국화를 느낄수 있는 만남의 기회가 없었음을 애도합니다. 아쉽고 마음 한쪽이 아리기도 했습니다ㅠㅠ. 과거는 이제 흘려보내고 새길을 택한 효기가족이 좀 더 원하시는 평화와 행복이 있으시길~ 두손 모아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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