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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순간을 기리기 위해 여기 이곳에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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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2-25 15:10:31 (7년이상전),  수정 : 2013-02-25 15:14:08 (7년이상전),  조회 : 325
2013년 2월 15일.
아침 10시 10분.

백수로 다시 태어난 달토끼, 지원이를 택시로 바래다 준지 5일째.
힘들어, 힘들어, 하며 오는 길에 별의 전화를 받다.
헐레벌떡 뛰어 올라오니 젖먹이 채원이를 둥개둥개하며 집앞에 서있다. 예의 그 환한 미소를 짓되, 몸은 얼어있다.
우리 동은 다른 과천보다도 1도씩 더 추운데... 미안해라.;;

준비물들을 꺼내놓고 있자니, 역사의 주인공들이 하나둘씩 도착한다.
올리브, 둠벙, 꼬까신.

한시간 후, 둠벙은 사전에 준비해온 예쁜 리본 등을 펼쳐놓고, 일이 있어 애석하게 현장에서 철수하기로 한다.
우리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래, 이거 후딱 끝난다, 잘 다녀오시라~ 라랄라" 했다.
허나, 딱 1시간 후부터 "잡았어야지"하고 후회하기 시작한다.

올리브는 신의 손이다. 만삭의 그녀는 신의 영역인 펠트를 친히 인간계에 가져오셨다.
펠트를 한글자씩 - 예를 들어, 지읏, 리을, 미음.. 등등 - 다 오려서 한땀한땀 - 펠트라고 들어는 보셨는지? 천으로 가장한 진짜 두꺼운 하드보드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 뜨는거다.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울 달토끼의 느릿느릿한 손재주로는 절대 생각도 하지 못할 것으로,
올리브의 기가막히게 이쁜 샘플을 본 순간 기겁하고 말았다.
열개 파일링하는데 시간 얼마 걸리겠어? 하고 우습게 생각했던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꼬까신은 번뜩이는 멋진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는다. 회사에서 엄청나게 사랑받았을 인재다.
만약 우리에게 24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이번 졸업앨범은 소더비 경매시장 같은데에서 수백만원에 낙찰되었을꺼다.
정말이지, 우리에게 한나절 밖에 없었던 것은 지금 돌이켜보면 크나큰 위안이 된다.
어깨동무 어린이집 로고 간지, 간지를 채운 글귀들, 색지 배열, 리본 테두리 등등,
모두 아이디어 뱅크 꼬까신의 작품이다.

참말로 혼자서 툴툴거리는게 미안하게, 어깨동무 모범생 별은 너무나도 밝은 표정으로 여러가지 일을 재빠르게 한다.
젖먹이 보랴, 착착착 진행시키랴, 젖먹이 재우랴, 펠트 자르랴, 젖먹이 젖먹이랴, 한땀한땀 뜨랴, 기어가는 젖먹이 잡으러 다니랴, 기저귀 갈랴.
별은 정말 학교다닐때 완전 날렸을것 같다. 모범생에 얼굴도 먹어주고. 선생님의 이쁨을 한몸에 받는 그녀. 필기도 잘 했을것 같고. 아아, 달토끼가 꿈꾸고 싶어도 될 수 없었던. (머,,, 왕년에 안그런 엄마들 어딨냐고 반박하심 할말은 없지요,,, 흠흠)

하긴 머니머니해도 이날의 일등공신은 채원이다.
장장 9시간 동안 안보채고 엄마 일하는걸 기다려줬으니,,,
이 젖먹이는 효녀인가? 불효녀인가?

이렇듯..
9시간 기지개 한번 못펴고 가위질과 바느질에 힘썼는데,
애들 하원도 못하고 - 단체 하원 시켜준 강산아빠 이자릴 빌어 감사의 말씀을.. - 껌껌해지는데 이 집에서 못 빠져나가게 생기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모르쇠가 되었다.

느무 힘들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만삭의 올리브에게 차마 쉬어가며 하란 말 못하고,
연서 봐주는 이모와 어머님에게 계속해서 질타와 항의의 전화가 오는 꼬까신에게 전화받지 말라 하고,
낑낑거리는 채원이 달래느라 어깨 빠지는 별에게 절대 먼저 가라는 말 못하고,
그 좋아하는 콘서트장 애기낳고 처음 가는 달토끼에게 얼른 꽃단장하란 말 못하고,

하나둘씩 완성되어 가자 다들 급격히 소심해진다.
고생한거 아무도 몰라주면 어쩌나,
안 이쁘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들을 한다.

7시 넘어서까지 했는데도, 못다한 것이 있어,,
별과 나는 집에서 새벽까지 두시간 정도 더 마무리를 했다.
우린 시계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지금쯤 별도, 지금쯤 달토끼도...
그랬다. 새벽 두시. 침침한 두눈을 부릅뜨고 우린 바느질에 여념이 없었다.

...

차후 졸업앨범 준비모임에게 당부의 말씀.
이번 졸업앨범 준비한 사람들 졸업앨범은 펠트와 리본공예로 꼭 부탁드린다.

ㅎㅎㅎ
농담이고,
이쁘다는 말, 고생했다는 말,
귀가 아프도록 들었으니 되았구나 싶다!


중간중간에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참,
짬이 나질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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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민채엄마) ( 2013-02-25 15:48:52 (7년이상전)) 댓글쓰기
다른 말이 필요없네요. 최고! 쵝오!!
아침동산(엄정우빠) ( 2013-02-25 18:17:41 (7년이상전)) 댓글쓰기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웠던 최고의 졸업앨범이...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탄생했군요...
정말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꾸벅... 사진을 보니 이거 정말 미안해지네요.. ^^;
지우 때도 가끔 아마들이 만들어준 앨범을 들쳐보면서 어깨동무에서 있었던 수많은 추억들이 떠오르곤 했어요.
정우 것을 보면서도 더 많은 추억들이 떠오르겠지요.. ^^
아마 경매시장에서 수백만원이 아니라 수억원을 줘도 살수 없는 어깨동무의 소중함이 앨범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간직하고 즐겨보면서 ... 만드느라 고생하신 수고로움도 잊지 않겠습니다. ^^ 감사해요. ^^
하율이 아빠 (눈사람) ( 2013-02-25 19:37:43 (7년이상전)) 댓글쓰기
감동적입니다. 눈물이 글썽 글썽 ^^
올리브(태겸&아빈맘) ( 2013-02-25 23:49:23 (7년이상전)) 댓글쓰기
5시쯤 손들이 더더욱 빨라지고, 아이들 하원을 생각 하게될때쯤 펠트로 꾸미자고 일을 벌린게 무리였나 싶은 생각과 함께 완성된 졸업앨범을 보면서는 뿌듯한 생각이 교차되는~~~ 한명한명의 졸업생 얼굴들이 기억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졸업앨범 만든 솜씨로 인형만들기까지 걱정없다는 달토끼님!)
백두산(지후아빠) ( 2013-02-26 07:50:31 (7년이상전)) 댓글쓰기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무엇을 만든다는건 참 힘들지만 의미있는일이죠. 사진을 고르시면서도 다들 느끼셨을거라 생각됩니다.
말로만 듣던 멋진 졸업앨범 작품 탄생의 순간이 정말 감동적이네요...
함께 작업해주신 아마들,머리를 쥐어짜내며 편지쓰랴 사진고르랴 참여해주신 모든 아마들께 감사합니다~
싱글이 ( 2013-02-26 10:56:09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 사랑과 정성이 담뿍 담긴 이 앨범, 평생토록 간직하겠습니다. 민준군 장가갈 때도 꼭 챙겨 보낼 거에요. 그리고 감사의 뜻으로 인형 만들기 비법도 전수하겠습니다. ㅋㅋ 지원 엄마 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꼬까신(원준맘) ( 2013-02-26 11:51:26 (7년이상전)) 댓글쓰기
역시. 역시..멋쥔 글솜씨~~!!
달토끼덕분에 진짜 무언가를 해낸것같은 뿌듯한 맘이 드네요~
자.. 이제 우리가.할일은 인형 ?? 짜빠구리 ?? ㅎㅎ
흑기사(준섭아빠) ( 2013-02-26 14:03:06 (7년이상전)) 댓글쓰기
고생 엄청 하셨네요. 그래도 고생한 보람은 충분한 것 같네요. 지금껏 봤던 앨범 중에 최고인 것 같습니다.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해 괜시리 민망해 지네요. 졸업 가구 투어를 해서 작품들이라도 감상해야 겠습니다.
그 수고로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너무 수고하셨어요~
엄마비행기(하율엄마) ( 2013-02-28 00:07:47 (7년이상전)) 댓글쓰기
지원엄마의 글 너무 재미있어여.. 지원네의 가족소개를 다시한번 써보심이 어떨지..ㅎㅎ 암튼 그날 못도와드려 너무 미안한마음이 글을 읽는 내내 떠나질않네여^^
경쓰맘 ( 2013-03-13 02:33:18 (7년이상전)) 댓글쓰기
감사, 감사! 너무 이뻐요!

졸업식 끝나고 집에 와서 아이들 재워놓고 짐정리하면서 졸업앨범 보는데, 코끝이 시큰한 것이... 한 자 한 자 큰 깨동이와 작은 깨동이들, 아마들의 소중한 편지 읽으면서 지나간 3년 동안의 시간들이 쭈~욱 흘러가더이다. 고이 보물처럼 잘 모셔놓았어요.

고생 많이 하셨다는 말씀 들으면서 어찌나 죄송하고 감사하던지~. 올해 졸업생들이 유난히 많아 더 힘드셨을 겁니다.

그리고, 졸업식 때 선배들이 챙겨 준 선물도 한보따리여서 너무 감사했어요. 이 자리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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