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아마일지 쓰기다. 모레에도 일일아마 활동이 남아 있지만 나는 1년에 하나씩 아마일지를 쓰니까. ^^ 함께 할 분들은 지원아빠와 하준엄마. 신입분들이시다. 그래도 선배조합원이라고 미리 만나서 계획도 함께 세우려 했고, 다른 건 몰라도 아침열기는 내가 주도해서 대충 보여드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단념했다. 대신 사계절 아이들이 안보이게 하자고 생각했다.
도글 (하준엄마) - 하준, 민솔, 민채, 하율, 지원
덩실 (지원아빠) - 태겸, 준섭, 지후
사계절 (강산아빠) - 강산, 민준, 자민, 주연, 희수
겨울에 하는 일일아마가 거의 늘 그랬지만 오늘 기상도 운이 없다. 더군다나 4일간의 연휴를 보내고 온 아이들인데 무리해서 야외 나들이를 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터전에서 노는 것은 갑갑하다. 평소보다 적은 아이들이 등원하지만 교사 없이 아마로만 운영되는 날의 풍경은 폭탄이다. 터전의 인구밀도를 낮추어야 한다. 과학관처럼 실내에서 놀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 사계절, 질릴 만도 하겠다. 나는 속으로 어디를 갈지 이미 마음 속에 정해놓고, 사계절과 둘러 앉아 귤을 먹으며 이야기를 꺼낸다. “날씨가 많이 춥잖아. 나들이는 어떻게 할까? 그래도 안에서만 노는 것은 싫지? 내가 100개의 나들이 장소를 준비해왔어. 너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가보자.” 아이들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집중한다. “1번 과학관”, “에이~”, “2번 얼음썰매장”, “나! 나!”, “3번 자전거네 집”, “와~ 좋아!”, “4번 도서관, 5번 킴스클럽, 6번 중앙공원, 7번 1단지 놀이터, 3단지 놀이터, 6단지 놀이터... ” 대충 생각나는 대로 의미 없이 15번까지 가봤다. 결국 내 계획과 아이들의 바람대로 우리집에 가기로 결정하고 준비했다. 아이들이 옷을 입는 사이 나는 도글과 덩실의 점심밥을 안쳐놓았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들이의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요약하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놀기’다. 이러한 잔소리는 특히 강산이를 위한 것이다. 자기 집이라고 텃세를 부릴 것이 예상되기에. 약발은 2시까지 먹혔다. 처음 생각은 점심까지만 먹고 터전으로 돌아와 낮잠을 재워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놀아서 시간을 더 보내기로 했다. 도글과 덩실의 낮잠을 방해하지 않으려 아예 4시까지 머물렀다.
처음에는 소꿉놀이를 한다. 온 집안의 의자를 모아놓고 각자 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누구는 엄마, 누구는 아빠, 누구는 아들 딸 역할을 하며 논다. 그리고 시장 놀이를 한다. 강산이의 장난감을 사기 위해 아이들은 가짜 돈을 열심히 만든다. 하지만 결국 물건을 사고 파는 활동보다 돈을 만드는 데만 열심이었다.
한 상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일단 시작은 자기 반찬을 앞에 놓고 먹는데, 곧 내 반찬, 네 반찬이 따로 없다. 맛있는 내 반찬을 내가 많이 먹고 싶기는 하지만 친구들이 먹어주어 맛있다고 해주면 어깨가 으쓱해지는 모양이다. 심지어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정말 화목한 가족처럼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보물찾기를 했다. 강산이가 집안 곳곳에 카드를 숨겨놓으면 나머지 친구들이 찾는 놀이다. 아이들은 매우 좋아했지만 강산이의 텃세가 보이려 해 중지시키고 보드게임으로 유도했다. 텀블링 몽키와 타워라는 게임이다. 자민이와 주연이는 조금 하더니 싫증이 났는지 나에게로 왔다. 이 두 명과 캐롤, 동요 등을 불렀다. 아이들이 슬슬 지루해할 즈음, 나는 아껴뒀던 비장의 놀이를 꺼낸다. 바로 농구다. 밑의 집이 신경 쓰여 참고 있었지만 이 시간에 짧게 하는 것은 괜찮겠다 싶어 나도 함께 했다. 10분 정도 했다. 마지막으로 과일을 먹으며 차분하게 책을 읽고 터전으로 돌아왔다.
4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혹시나 동생들이 낮잠을 자고 있을까봐 조용히 들어가자 했는데도, 우리 씩씩한 민준이 뛰어 들어간다. 다행히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낮잠을 자지 않았단다. (지후만 빼고) 이미 오후간식도 먹었고 터전을 온갖 물건들로 화려하게 수놓아 놀고 있었다. 사계절도 간식을 챙겨먹고 사계절방에서 놀이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퀴즈. 내가 문제를 내고 아이들이 답을 맞춘다. 다음은 팔씨름. 희수가 제일 힘이 센 것 같다. 그리고 돼지씨름. 재밌게 하다가 강산이가 자민이의 발에 코를 맞아 코피를 쏟고 분위기는 잠시 주춤하였다. 아이들이 제안한 귓속말 전하기 놀이와 산가지를 끝으로 오늘 아마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 5년간 10여 차례의 일일아마를 하면서 내가 집으로 아이들을 데려온 것은 처음이었다. 단점도 있겠지만 장점도 충분히 많은 것 같다. 아마로만 터전이 운영될 때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적절한 나들이나 실내 프로그램이 아니고서는 통합활동을 온전히 감당하기 힘이 든다. 그럴 수 없을 때는 인원수를 최소화해서 분산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다. 아이들에게는 어쩌다 있는 재밌는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평소 마실에 소홀했다면 나들이와 마실을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