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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베이비 2015.04.15] 공동육아어린이집 시시콜콜 궁금증
작성자 : 전나무
  수정 | 삭제
입력 : 2019-05-21 19:04:29 (5년전),  수정 : 2019-08-09 16:21:52 (5년전),  조회 : 136

Part 1. 공동육아어린이집 바로 알기

공동육아어린이집이 뭘까? 
1994년 처음 문을 연 21년이 지난 현재 전국에 68곳의 공동육아협동조합어린이집(이하 공동육아어린이집)이 운영 중이다. 공동체적 육아 방식을 지향하며 조합원 한명 한명이 어린이집 운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조직체계는 물론, 정관, 교사 채용, 어린이집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원칙과 내용을 함께 만들어나간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부모협동어린이집시설’로 분류되어 국공립·민간 어린이집과 똑같이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다. 다만 일정 보육료만 내면 되는 기존 어린이집·유치원과 달리 가구당 300만~800만원(지역 부동산 시세에 따라 차이 있음)의 출자금으로 설립되어 자치적으로 운영된다. 출자금은 공동육아어린이집 터전 마련을 위해 자발적으로 민간 역량을 동원한 것으로 각 지역의 부지 가격과 영구 터전으로 매입하느냐 전세를 얻느냐에 따라 금액 차가 크다. 아이가 졸업할 때 반환되는 자금이지만 초기에 목돈이 들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특별활동 커리큘럼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활동비는 들지 않지만 조합비를 내야 한다.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을 낮추고 아이와 교사가 밀착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조합비로 교사 처우를 개선하고자 한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부분을 어떤 면에선 부모와 교사가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공동육아어린이집 입학 과정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전국 68곳으로 적은 편이며  지역 편차도 있다. 서울 마포구를 비롯해 경기 과천, 안양, 의왕, 성남처럼 3~4곳씩 있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단 한 곳도 없는 지역도 많다. 운 좋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있다 하더라도 등·하원 시 차량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시간에 맞춰 직접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자 이사하는 경우도 꽤 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면 ‘상담 → 면접 → 수업 참관 → 가입 및 등원 시기 결정 → 출자금·가입비 납부 → 교육 참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국 사이트에 전국 공동육아어린이집 리스트가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공동육아어린이집의 누리과정 
누리과정은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유치원·어린이집 구분 없이 동일한 내용으로 아이들이 배운다는 것, 그리고 모든 계층에 보육료와 유아학비를 지원하며 보육 및 유아교육에 국가적 책임을 강화한다는 정책이다. 공동육아어린이집 역시 보건복지부의 표준 보육과정을 따르고 있기에 누리과정을 실시한다. 총론 수준에서 살펴볼 때 누리과정의 목적과 목표는 공동육아의 철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았을 때 누리과정이 교과·수업 중심이라면 공동육아는 생활·놀이 중심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공동육아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누리과정을  적절히 적용하고자 하는 논의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
 
부모 참여는 어느 정도일까
운영 주체가 원장이 아닌 학부모와 교사이기 때문에 부모들의 참여가 일반 어린이집과 비교해 한결 강도가 센 편이다. 운영, 홍보, 교육, 재정, 시설 등의 소위가 있는데 모든 학부모는 이들 중 하나에 소속된다. 또한 조합원으로 몸담고 있는 기간 중 1년 동안 이사직을 수행해야 한다. 각 소위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학부모들의 의견이나 안건을 이사회에 전달하고 이사회에서는 이를 논의 및 의결한다. 운영비, 교사 임금, 보육료 책정, 시설 관리, 신입 원아 모집, 교육 프로그램 등 어린이집 안팎의 모든 사항을 다룬다. 소위 활동 외에도 각 방별 모임(월 1회), 총회(연 2회), 일일교사(연 2회), 어린이집 청소(연 4회), 대청소(연 2회) 등에 참여해야 한다. 물론 참여 빈도는 각 어린이집마다 차이가 있다. 이 중 일일교사를 도맡는 아마활동은 월차를 내서라도 부부 중 한 명이 꼭 참여해야 한다. 맞벌이의 경우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리고,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의 생활환경 
한마디로 생명력 넘치는 우리 아이들에게 ‘열려 있는 세계’를 만들어주고자 한다. 마음껏 자연을 탐색하고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려고 애쓰는 것. 건물 안팎은 항상 열려 있고 실내화를 신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선호하며 작더라도 텃밭을 꾸린다. 그런 만큼 산이나 공터 가까이 터전 위치를 잡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자연 놀이와 생태교육을 중요하게 여겨 세시 절기에 따른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도 특징. 그래서 공동육아 연간 계획표는 세시절기를 기반으로 짜여진다. 가령, 경칩과 춘분이 있는 3월에는 개구리 알을 관찰하고 새싹과 나무의 새순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 청명과 곡우가 있는 4월에는 쑥을 뜯고 버들피리를 불며 진달래화전을 해 먹는 식이다. 우리 삶이 자연과 맞물려 있음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텃밭 활동도 중요하게 여긴다. 마당이 있는 경우 다양한 작물을 심어 직접 수확해 먹는다. 심지어 커다란 고무대야에 벼농사를 짓는 어린이집도 있다. 수확량은 적지만 모내기도 하고, 병충해 없이 잘 자라라고 개천에서 잡아온 우렁이도 넣어주고, 누렇게 익은 벼를 추수하고 탈곡해 마침내 한 그릇의 끼니로 밥상에 오르기까지 아이들이 직접 전 과정에 참여한다. 상황이 따라주지 못하는 어린이집의 경우 가까운 곳에 주말농장을 임대해 수시로 찾아가는 방식으로 활동을 한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의 커리큘럼 
공동육아어린이집을 향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가 “거기는 인지학습을 하지 않는다면서요?”다. 정확히 말해 조기교육·선행학습을 지양하는 것이며, 인지학습은 하루 일과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책상머리에 앉아 책을 보고 연필을 쥐고 있는 것보다 놀이를 통한 자연스러운 생활교육이 더욱 중요한 배움이라고 여긴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그 자체만으로 생활이고 배움이기에 놀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인지교육을 하고자 애쓴다. 예컨대  자연 속에서 체득한 풍부한 체험을 언어·미술적 표현으로 생생하게 되살리는 식이다. 아이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어린이집 안에서 그림책을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생활 속 교육을 연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문자에는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편이다. 그래도 초등 입학을 앞둔 7세가 되면 슬슬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최소한 알림장은 받아 적어 와야 할 텐데 ‘가나다’도 모르면 과연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요즘은 굳이 글자를 가르치지 않아도 외부 자극이 많아 6~7세쯤이면 자연스레 깨치는 분위기이며, 초등 입학이 코앞인데 아직 한글을 떼지 못한 경우에는 가정 내에서 엄마표 한글교육을 준비하기도 한다. 어린이집에 따라 7세 2학기 무렵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글 배우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독특한 문화, 별칭 쓰기와 평어 사용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이름이나 직함 대신 별칭을 부른다. 교사는 물론 부모도 마찬가지. 별칭 짓기는 신입 조합원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인데 단호박·참깨 같은 먹거리군, 반달곰·거북이 같은 동물군, 눈사람·숲속햇살 같은 자연물은 조합원 사이에 늘 인기 높은 별칭으로 통한다. 선녀와 나무꾼, 평강과 온달처럼 커플 호칭을 부부가 나눠 쓰기도 한다. 처음에는 별칭을 쓰는 게 어색할 수 있지만 습관의 힘은 무서운 법. 조합 생활 한 달도 안 되어 서로의 별칭을 정겹게 부르는 분위기다. 특히 아이들이 ‘○○엄마’라는 호칭 대신 ‘달래~’ 하고 별칭을 불러줄 때면 다른 집 아이도 내 아이처럼 특별하게 여겨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별칭과 더불어 또 한 가지 독특한 문화가 있다면 평어 사용. 이렇듯 별칭을 부르고, 존댓말 대신 평어를 사용하는 것은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기 위해서다. 물론 처음부터 익숙할 순 없다. 회사에서도 후배에게 꼬박꼬박 존칭을 쓰는 상사가 있듯 개인적인 언어 성향을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본질은 존댓말·반말 사용에 있다기 보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자연스럽게 몸에 깃들인다는 사실일 것이다.  

공동육아어린이집 생활의 힘든 점 
행정이나 재정은 물론 운영에 있어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는 부모들이 어린이집 전반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원장 체제로 운영되는 일반 어린이집이라면 의사 결정 과정이 심플하지만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여럿의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하나의 안건을 두고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찬반이 엇갈리는 일도 다반사.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공동육아어린이집이야말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곳이다. ‘조합원들과의 갈등’도 공동육아어린이집 생활의 힘든 점으로 꼽힌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갈등이 있게 마련이며 밀착된 관계인 만큼 부대낌도 생긴다.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원활한 소통은 필수사항. 하지만 이 번거로움을 ‘기꺼이, 즐겁게’ 내 일로 받아들일 때 얻는 것 또한 많아진다. 조합생활을 오래한 사람일수록 만족도가 높은 편인데, 그만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평생 이웃’ 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동육아어린이집 설립 방법
최근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국공립 공동육아어린이집 3곳을 제외하고는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하나 둘 설립된 것이 지금의 70여 곳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이르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현장 지원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루트가 많아져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설립하고자 할 때, 예전처럼 막막하지는 않다는 점.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직접 설립하고 싶다면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방문해 보자. 본인이 살고 있는 자치구의 홈페이지를 클릭해 ‘공동육아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찾아가는 마을 교육신청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주민 5인 이상으로 구성된 모임이면 신청 가능하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공동육아에 대해 20년 이상 먼저 고민한 선배들이 조직한 사단법인으로 방대한 양의 자료가 있으며 직접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다..
 
Part 2.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아이 보낸 부모들의 생생 인터뷰.
 
case ① 자연놀이가 주는 고마움
 
“자연을 벗삼아 뛰노니 아이가 더 건강해졌어요”
-개똥이네 어린이집 재원(7세) 엄마 김덕희
내년에 초등 입학을 앞둔 재원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동네에서 명문이라 소문난 시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곳이었다. 영어, 체육, 놀이 수업 등 남들 하는 만큼 사교육도 시켰다. 잘 적응했고 아이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빈 시간을 채우고자 각종 사교육의 늪으로 아이를 내몬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대안을 찾던 중 문득 산과 들을 누비며 즐거워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갑갑한 교실 대신 자연 속에서 뛰놀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곳을 찾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알게 되었다. 기대감을 갖고 막상 터전에 와보니 머리를 ‘쿵’ 부딪힌 것처럼 멍해졌다. 입구부터 서걱서걱 흙이 밟히고, 나들이 다녀오는 길이라는 아이들 손은 흙장난을 했는지 거무튀튀했다. 어린이집 외관은 일반 가정집처럼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남편 역시 고민인 듯했다. 내후년 초등 입학인데 어렵사리 들어간 시립유치원을 포기하는 게 맞는지, 아이가 또 다른 환경에서 잘 적응해낼지 고민이 되었지만 부부는 용기를 냈다. 
안전한 먹거리, 교사와의 소통, 열린 구조 시스템 등 공동육아어린이집의 많은 장점 중 부부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나들이 중심의 일과다. 일반 어린이집은 야외 활동이 30분 남짓 짧은 외출인 반면, 이곳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매일 2시간씩 나들이를 간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2시간의 나들이는 참으로 알차다. 아이들은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데, 동네 강아지에게도 참견하고 길바닥에 핀 꽃도 따야 한다. 개울을 건널 땐 발끝도 담근다. 기상이 나쁠 때를 제외하면 눈이 오면 눈 맞고, 비 오면 우산을 쓰고 걷고 또 걷는다. 한결 밝아진 재원이를 보니 입학 전 가졌던 걱정거리가 기우였나 싶다. 잘 먹고 잘 놀며 몸도 마음도 탄탄해진 아이의 모습에 오늘 하루치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 것 같다. 무엇보다 내일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든다.
 
case ② 세 아이 모두 공동육아 중  
“불량 아빠에서 아이들의 좋은 친구가 되었어요.”  
-파란하늘 어린이집 서준(9세)·서인(6세)·서빈(4세) 아빠 이윤석
“서준이 인생에서 걱정 없이 뛰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 1년 만이라도 이곳에서 우리 어릴 때처럼 자연 속에서 신나게 놀게 해주고 싶어.” 공동육아라는 공간에 발을 들인 건 3년 전 겨울,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듯 이윤석 씨도 아내 손에 이끌려 파란하늘 어린이집을 찾았다. 첫째 서준이가 초등 입학을 1년 앞둔 시기였다. 유치원에 잘 다니던 아이를 이름도 낯선 ‘공동육아’라는 곳에 보내겠다는 아내의 말에 선뜻 ‘그러라’는 대답이 나오진 않았지만 아내의 확고한 뜻을 꺾을 수 없었고 서준이는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날마다 산과 공원에서 실컷 놀게 된 아이가 이전보다 훨씬 행복해한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아이만큼이나 윤석 씨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육아=엄마의 몫’이라 여기던 불량 아빠였다면 지금은 어린이집 문턱이 닿도록 드나드는 열혈 아빠가 된 것. 
등원 길도 아빠의 몫이 되었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 아이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간다는 윤석 씨.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 엄마는 모르는 사나이들만의 비밀도 생겼다.   
“1년에 두 번 일일교사가 되는 ‘아마활동’을 해요. 제가 종종 나서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아이들 생활도 들여다 볼 수 있고 좋은 아빠가 된 것 같아 으쓱해져요.” 일정 비용을 내고 보육 서비스를 제공받는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공동육아는 전반적인 운영과 관리, 각종 행사, 모임 등 부모의 역할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수고로움은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자 일상의 활력이 되어 돌아온다. 함께할 수 있는 이웃이 많아진 만큼 마음도 훨씬 풍요로워졌다고 말하는 이윤석 씨. 첫째와 둘째, 그리고 올해부터 등원하게 된 셋째까지 세 아이 모두 공동육아를 통해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한 뼘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case ③ 이웃과 어울려 사는 법
“서로를 보듬는 공동육아, 이웃이 가족이죠”
-참나무 어린이집 연진(7세)·연수(8세) 엄마 조윤지
연진·연수 두 자매를 둔 조윤지 씨는 큰아이가 두 돌 되던 해 처음으로 공동육아어린이집 ‘참나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맞벌이 부부인지라 출산 후 국공립·일반 어린이집 할 것 없이 대기를 걸어놓고 이곳저곳 발바닥에 땀나게 돌아다녔다. 그런데 이들 어린이집은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또 한글, 영어 등 빡빡한 커리큘럼과 음악, 발레 등 특별활동을 자랑삼는 어린이집의 실상을 막상 접하고 보니 이곳에서 내 아이가 정말 행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남들 한다고 나까지 그들의 장단에 박자를 맞추고 싶지 않았다. 그저 건강하고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라는 나름의 소신으로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이곳은 일반 어린이집과는 여러모로 다른 뭔가가 있었다. 
공동육아를 시작하고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좋은 이웃을 만나고 그들과 어울려 내 아이가 시끌벅적 외롭지 않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거다. 조윤지 씨는 아이 손잡고 놀아주기는커녕 해 있을 때 사랑하는 딸들 얼굴조차 마주하기 힘든 대한민국의 워킹맘이다. 워킹맘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웃들과 친해진다는 건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는데,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선택하면서 그녀와 아이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교사와 부모 모두가 나서요. 함께 터전을 운영해야 하는 만큼 일반 어린이집보다 부모 일이 많기는 하지만 그만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웃들을 많이 만나게 돼요. 회사 일이 많아 퇴근이 늦으면 다른 아마(아빠 엄마의 약자)가 늦은 저녁까지 아이를 맡아 보살펴주고, 무엇보다 무심했던 남편의 육아 참여가 훨씬 늘어나서 만족스러워요.” 만약 공동육아 터전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그녀의 인생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거라고 말한다. 매일 아이 맡길 곳을 알아보기 위해 전전긍긍했을 테고, 아이는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렸을 테다. 또 ‘남들도 다 이렇게 살겠지?’라며 위로와 자책을 반복했을 것 같다는 그녀에게서 예전엔 찾아볼 수 없었을 여유와 평온함이 느껴졌다.


<저작권자  (주)서울문화사, 출처: 베스트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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