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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숲 편지를 공유해요~^^
작성자 : 나무나무
  수정 | 삭제
입력 : 2016-08-30 22:55:47 (7년이상전),  수정 : 2016-08-30 22:57:03 (7년이상전),  조회 : 438

이 글은 여우숲 편지를 옮겼습니다
제가 매주 받아 보는 편지거든요
숲을 사랑하는 분이죠
강의를 다니느라 엄청 바쁘신 분이지만
자신을 늘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으며
이렇게 편지를 보내 주십니다
사실 못읽을때도 많았죠
오늘은 그냥 우리 아마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옮겨 봅니다


여우숲에서 온 편지
'반대를 대하는 어느 인문주의자의 자세'

전북 순창. 군립도서관의 강연 초대는 이곳이 처음입니다. 인구가 3만 명밖에 되지 않으니 내 고장 충북 괴산보다도 작은 군입니다. 하지만 고등학교가 세 개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군에는 겨우 하나의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우리 군에는 군이 설립한 도서관은 아예 없습니다. 다 낡고 허름한 건물과 시설에 장서도 별로 없어 아이들이나 군민으로부터 사랑이라곤 전혀 받지 못하는 공공도서관이 하나 있을 뿐이지요.

군이 설립한 도서관은 크지 않았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웠고 활력이 넘쳤습니다. 약속한 저녁 식사 시간에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문화관광과를 책임지고 있는 과장과 지역 문인협회장 등이 마중을 하고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얼마나 이 도서관의 운영에 관과 민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군수는 올해를 ‘문화융성의 해’로 선포했고, 문화 융성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확충하고 활성화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했습니다. 올해 순창군은 영화관과 미술관을 건립했다고 합니다. 광주로 나가서 놀던 청소년들이 방학 동안 읍내에 머물며 영화관이 매진 행진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함께 식사한 고등학교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도서관이 활성화되면서 PC방을 전전하던 아이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었다고 했습니다.

군립도서관은 올해만 700여회의 프로그램을 계획하여 준비했고 절찬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 중의 한 프로그램으로 내게 총 3회에 걸친 강연을 부탁해 왔던 것입니다. 2층의 강연장을 둘러본 뒤 예의 그렇듯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담배 한 대를 피고 싶었습니다. 도서관 뒤 안을 거쳐 밖으로 나왔습니다. 근대를 품고 있는 양식의 가옥과 건물들이 좁고 긴 골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골목 어느 지점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오래되었지만 익숙하고 정겨운 풍경을 따라 시선을 주다가 오래된 가옥의 대문 위에 걸린 간판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금산여관’
반듯한 네모 모양의 나무 판자에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고 그 위에 검푸른 색 페인트를 써서 한글로 눌러쓴 간판이었습니다. 하얀색 배경 페인트의 일부 구석은 제멋대로 일어서 있었고 글씨의 일부도 슬며시 지워져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70년대의 풍경처럼 느껴졌습니다. 간판 아래 대문은 반쪽만 열려 있었습니다. ‘여관인가 여인숙인가?’ 호기심이 일어 슬며시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대문 안쪽 벽에 붓으로 눌러쓴 제법 긴 글이 하얀색 벽을 시처럼 채우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더욱 커져 슬며시 안쪽으로 고개를 드밀었습니다.

‘-반대-
가고싶어 / 가는 길이니

어두워도 / 돌부리에 넘어져 / 피가 흘러도
툴툴 털고 씨익 웃으며 /걸어가리라.
가고싶어 가는 길이니.

넘덜네가 안간다 / 돌아서던 길이라 / 분명 외로울 터이지만 / 난 가야지
가고싶어 / 가는 길이니
이천십사년 오월 금산여관의 반대를 겪으며 씀’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강연 시간이 급해 더는 살피지 못하고 강연장으로 들어갔고 두 시간을 기쁘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인문정신에 대한 이야기로 1강을 마무리지으며 나는 군민들에게 저 반대라는 글을 읽어주었습니다. 살고 싶은 삶의 그림을 그리고, 그 삶을 향해 자신을 투신하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인문정신인가 강조했고, 이 고장에 그런 사람들이 넘쳐나니 얼마나 자부심을 가질만한 곳인가 역설했습니다.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금산여관은 1930년대에 만들어진 여관이었고 ‘순창은 고추장보다 금산여관’이라는 어느 여행자의 글을 비롯해 많은 여행객들의 칭송이 쌓여 있었습니다. 두 번의 기회가 더 있으니 나는 금산여관을 더 깊게 느끼고 순창의 또 다른 인문주의자들을 만날 날이 있는 셈입니다.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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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발 ( 2016-08-31 08:39:42 (7년이상전)) 댓글쓰기
글을 읽다 금산여관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습니다. 오래된 한옥 여관을 고쳐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일궈낸 금산여관에서 저희 가족이 묵었던 날은 너무나 근사했습니다. 주인 언니가 들려주시던 위로의 이야기들, 행복하고 아름답던 순간들, 산책하며 느꼈던 편안함, 늘 어디서 살아야할지를 깊이 고민하며 사는 저인지라 순창에서 살아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작은 동네인데도 근사하게 자리잡고 있던 도서관도 생각나고요.
나무나무 (2016-08-31 18:42:35 (7년이상전))
까만발~
얘기를 듣고나니 상상이 가요~^^
저도 한번 그쪽 여행할때 한번 찾아봐야겠어요ㅎ
그리고 늘 응원합니다~
나뭇잎 ( 2016-08-31 15:00:27 (7년이상전)) 댓글쓰기
여관 이야기를 들으니 대학생 시절 멋도 모르고 쏘다닐 때 우연히 갔었던 수덕 여관 생각나네요.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어서 다시 가봤을 때에는 텅 빈 건물만 남아 있었습니다. 금산여관, 언젠가 한 번 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싯구절 여운이 있군요. 그저 아이들과 함께, 마음 맞는 이웃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함께 가꾸는 터전인데, 다들 힘겨운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느낌입니다. 먼 훗날 이런 시기도 있었다며 뒷풀이 자리에서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힘겨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만..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나무나무 (2016-08-31 18:40:25 (7년이상전))
그러게요
우리들이 선택한 길이 힘들겠지만
힘내보자는 의미에서 올려 봤어요
가슴뛰는 삶을 늘 살고 싶었던 또다른 저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힘내야죠~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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