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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과 평어(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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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어린이-교사간의 별명과 평어(반말)


1. 별명의 상징성


1) 또 하나의 이름
어린이집에서 별명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부르는 이름이다. 그리고 교사 이외에도 부모가 아닌 어른으로서 어린이집에 하루 잠깐 왔다 가고 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들에게는 별명이 있다. 친구야놀자 어린이집에서 불리워지는 별명은 양배추, 다래, 코스모스, 단풍, 기차, 나비하마, 사슴, 다람쥐등이 있다.
교사나 다른 어른이 어린이집에 새로 오게 되면 별명 짓는 일이 아이, 어른(교사, 부모) 모두에게 큰 일이다. 교사들의 별명이 탄생되는 경위는 대개 두 가지이다. 교사 자신이 짓거나 아이들이 지어주는 것이다. 교사의 별명은 교사 자신이 짓기도하고, 외부인은 주로 아이들이 지어준다. 교사들이 짓는 경우 별명 안에 교사로서의 소망이 담겨져 있어 내면적이라면, 아이들이 짓는 별명은 즉흥적이면서 그 사람의 외형적 이미지와 걸맞다.
아이들은 즉흥적으로 그때의 기분을 갖고 별명을 떠올리거나 인상학적인 직관을 갖고 별명을 짓는 경향이 있다.
교사들의 별명에는 교사로서의 자신의 삶을 다지는 깊이 있는 의미작용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별명은 곧 그 자신을 표현해내는 이름값을 한다. 단풍처럼 아이들이 지어 준 별명 역시, 교사가 아이들과의 생활 속에서 별명에 대한 애정을 갖게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름의 주인이 된다는 점에서 교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이름을 대신한다. 이 특별한 이름은 어린이집과 관련된 인연 속에서는 평생 불린다. 교사들의 별명은 어린이집이 아닌 바깥에서도 또 교사생활을 그만 둔 뒤에도 언제나 불리워지는 이름이며 아이들 또한 그만 둔 선생님을 별명으로 기억하고 있다.
교사가 짓거나 아이들이 만들어 주어 사용되는 공동육아의 별명은 일반 사회에서의 이름과 등가적 가치를 가질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대신하여 개개인의 상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알고 있는 또는 교사가 표현하고 싶은 정체성을 압축해서 표현해 준다. 그리고 교사에게 별명은 선생님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또 하나의 이름이다.

 

2) 똑같은 이름
이름이 사람이나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가리키는 지시적 표상이라는 점에서 이름을 붙이는 행위 자체가 이미 상징적 표현이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불리워지는 별명은 대개가 기존의 사물에 형성되어 있는 이미지를 갖고 지은 이름이기 때문에 사물과 사람이라는 본질적으로 다른 대상에 같은 이름이 붙여진데서 오는 복합적인 상징성을 아이들은 경험하게 된다.
아이들이 상징의 다의미성을 이해하는 능력의 지속성이란 멀쩡하게 별명을 부르다가도 어느 날 불쑥 "양배추는 채소인데..."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모호성과의 연속선상에서 발달해 가는 과정이다. 이런 발달과정에는 문화적인 변인도 작용해서 어린이집 별명 문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별명이 갖는 다의미성 때문에 어리둥절한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이제 막 언어를 통해 세상과 만나기 시작하는 아이나 어린이집 별명 문화에 아직 낯선 아이가 보여주는 이런 경험은 별명이 주는 상징성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각각 사물에 해당하는 이름은 한 사회의 약속된 기호적 상징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이 그 시기에 획득하거나 경험하는 기호적 상징 이외에 어린이집이라는 자신들의 사회만이 갖는 특별한 상징을 한층 더 경험한다.
이처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불리워지는 별명에는 특별한 이름을 부른다는 호칭과 상징의 의미가 있는데 선생님을 대신하는 별명에는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과정이 있고 상징력을 갖는 별명에는 아이들이 하나의 상징이 가질 수 있는 다의적인 의미를 인식하고 그런 상황을 은유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있다.

 

2. 평어(반말)의 평등성

 

1) 평어(반말)에 적응하는 과정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의 어린이와 교사간의 반말 사용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어법과는 아주 다른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집의 반말 문화에는 어린이가 반말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과  어린이집 바깥의 언어방식인 존댓말에 적응하는 과정이 모두 들어있다. 이미 존댓말에 익숙한 어린이가 어린이집에 들어오게 되면 아이들 나름의 탐색과정을 거쳐 어린이집 문화에 적응하는데, 특히 반말로의 변화가 가장 신중하다. 그리고 어린이집의 반말 문화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경험의 폭이 점차 어린이집 바깥으로 넓어지면서 사회의 언어규범을 접하게 됨에 따라 존댓말 사용에 적응하게 된다. 그러나 어린이집 안과 밖에 따라 언어방식을 선택해서 제대로 사용하게 되기까지에는 맥락에 따른 언어사용 전환이 능숙하지 못해 상황에 상관없이 반말을 사용하는 과정을 거쳐 점차 어린이집 안과 밖의 서로 다른 상황을 구분해서 반말과 존댓말을 사용하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2) 평어(반말)의 진지함과 자유로움
어린이집 안에서의 반말 사용은 교사와 어린이의 관계를 평등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반말은 어린이와 교사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분위기를 형성함으로 해서 아이들이 거침없이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하게 한다. 반말로의 대화는 교사 입장에서도 아이에게 권위를 덜 행사하게 되어 교사 어린이 모두 자유로운 관계가 된다. 대화란 쌍방적이며 서로에게 공유된 의미가 전달되는 것이다. 반말이 대화할 때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이에게 충분한 대화의 분위기를 전제하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라고 교사는 말한다. 그래서 반말은 교사와 어린이의 관계를 평등하게 해줌으로써 어린이 교사 모두에게 자유롭고 진지한 대화의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3. 별명과 평어(반말) 문화의 교육적 의미

 

선생님의 이름을 대신하는 별명에는 교사 개개인의 다양한 정체성이 담겨 있고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별명으로 교사를 부르는 행위에는 인간에 대한 개별적인 상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래서 별명은 의미 있는 타자를 부르는 이름이며 대화 상대자를 부르는 이름이다.
별명이 갖는 복합적인 상징을 경험하고 즐기는 능력과 반말을 쓸 때 어린이집 안과 밖을 구분해서 쓸 줄 아는 능력은 아이가 자신의 언어적 표현을 전달하는 전체적인 내용 안에서 복잡스럽게 접혀있는 상황적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을 요구한다. 언어는 항상 그 말이 쓰이는 문맥과 상황까지 모두 관련을 맺고서만 확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신을 상황에 개입시키는 실험을 통해 복잡한 현실을 알아 가는 별명과 반말 문화의 적응 과정에는 언어와 사고가 뒤엉켜 분리할 수 없는 형태의 통합적인 교육과정이 들어있다.
공동육아의 반말문화는 아이와 교사간의 진정한 대화의 가능성과 상호간에 자유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교사와 아이가 공동영역을 구성할 수 있는 관계적 토대를 마련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표현된 언어에는 그 말의 내용을 둘러싸고 있는 형식이 있어서 어떤 경우에는 내용보다 형식에 더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아마도 어린이가 어른에게 쓰는 반말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집의 별명과 반말 문화가 야기하는 문제점도 있다. 어린이집 안에서 반말 사용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은, 반말이 주는 자유로움에 빠지다보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거칠고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생긴다는 점이다. 또한 교사 입장에서는 또 다른 형식의 권위를 부리는 행위가 반말의 평등성에 감추어지는 것에 둔감해진다는 점이 있다. 이것이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는 반말 사용에서 오는 문제점이다. 언제나 완벽한 의례 및 규칙은 없으므로 반말을 사용할 때 그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을 통해 문제 상황을 인식한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별명과 반말 사용, 어린이와 교사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말의 형식과 내용간의 균형을 갖추는 일이다. 다시 말해, 말의 형식만으로는 어린이와 교사의 평등한 관계가 교육적으로 유지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 형식이 갖는 내용, 즉 말의 형식과 내용간의 균형을 교육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는 공동육아 뿐만 아니라 존댓말을 쓰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어린이와 교사의 관계에서도 해당되는 교육적인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