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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조합의 구성원들의 삶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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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구성원들의 삶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1)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의 어린이들의 삶

 

어린이들에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공간이다.
사회 기관적 특성이 적은 가정 같은 집에 민감한 교사와 친구, 형, 동생들을 자유롭게 만나면서 형제같은 친근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가족적인 인간 관계가 가능한 것은 어린이 집의 전체 규모가 작고( 한 어린이집에 평균 30명 정도의 규모), 교사가 맡는 어린이의 수가 국가가 제시하는 지침보다 작기 때문이다. 한 기관에 전체 어린이 수가 75명 이상이면 교육보다는 운영중심이 된다는 연구보고는 큰 규모의 보육 및 유아교육 기관에 막연한 신뢰를 던져주고 있는 우리 사회 풍토를 다시 한 번 생각 해보게 한다.

공동육아 어린이들은 짜여진 공간과 시간 안에서 살지 않는다.
사실 교육기관에서 공간과 시간의 구조를 어떻게 구성하는가는 대단히 중요하고 본질적인 요소이다. 공동육아에서는 가능한 한 각 어린이의 개별적인 특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충분한 시간적 흐름과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하루의 일과 흐름은 일반 어린이집과 유사하나 느슨한 흐름과 융통적인 운영이 좀 다르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매일 오전 두 시간(10:00 - 12:00)에 걸쳐 이루어지는 나들이 활동이다. 어린이들은 두 시간이라는 충분한 시간 동안 자연이라는 광활한 공간 안에서 발산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체험을 한다. 나들이라는 자연 체험은 실내공간과 인간 관계 안에서는 얻을 수 없는 엄청난 교육적 경험을 어린이들에게 생생하게 제공해 준다.
공동육아 어린이들은 안전한 먹거리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자란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들이는 이를 반영한 중요한 교육활동이고 일상생활에서 중요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 유기농 먹거리 사용이다. 어린이집 영양교사는 인공 조미료나 인스턴트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김치를 직접 담그고, 되도록 고추장, 된장도 다른 교사 및 부모들과 함께 담근다. 공동육아 어린이들이 먹는 음식은 이런 재료들을 가지고 정성껏 만든 것으로 영양이 풍부하며, 우리 고유의 전통 음식이 많다. 매달 있는 생일잔치 때도 영양교사가 만든 시루떡, 오미자차, 식혜를 먹는다. 


공동육아 어린이들은 매일 싱싱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자신의 생리적 심리적 시간에 맞게 활동하며 밀접하고 민감한 인간관계를 다양하게 맺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공동육아 어린이들이 이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에서 산다고 단언 할 수  없다. 현실이 이 모든 것을 그렇게 쉽사리 내어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삶의 조건을 마련해주고자 애쓰는 어른들의 관계 망 안에서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2)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의 교사들의 삶

 

어린이를 교육하는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은 부모와 교사인데 교육기관으로 좁혀서 보면 두말 할 것 없이 교사이다. 우리 모두는 좋은 교사를 꿈꾼다. 특히 초보교사일수록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희망은 크다. 그런 희망도 저임금과 격무와 사회적 냉대라는 벽에 부딪치면 쉽게 사그러 든다. 이러한 좌절은 스스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거나 남들과는 다른 활동을 탐색해 보려는 교사로서의 자율성에도 영향을 미쳐 어느 샌가 보면 교사는 매일 똑같은 교육적 일상을 반복해서 사는 것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진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개인의 힘으로끝까지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우리 사회 보육교사의 삶의 조건이다. 
대부분의 공동육아 교사들은 이런 사회적 조건에 회의를 느껴서 오거나 처음부터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교사를 꿈꾸어서 온 사람들이다. 공동육아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이라고 보는 것이다. 공동육아 교사들은 어린이 한 명 한 명에게 자신의 애정과 관심을 충분히 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그렇게 어린이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을 때 아이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오히려 많다고 한다. 부모들과의 일상적이고도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것도 보람이라고 한다. 가끔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리고 가장 큰 힘은 동료들과의 유대관계이다. 현재 전체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는 약 200 여명이며 한 어린이집 당  평균 교사 수는 6-7명 정도가 된다. 각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은 협력적인 관계 안에서 일한다. 대부분의 교사회는 원장 없이 순환 대표교사제로 운영되며 원장이 있는 어린이집에서도 원장의 역할은 수직적 방향이 아닌 수평적인 방향으로 수행된다. 따라서 교사들끼리의 민감한 의사소통 및 신뢰가 중요한 덕목이 된다. 중요한 교육적 판단이 교사회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이집을 넘어서 전체 공동육아 교사의 권리를 대변하는 교사협의체가 있다. 공동육아 교사들의 목소리는 일반적인 보육·유아교육기관에 비해 크고 당당하다. 그 만큼, 교사들의 성장속도도 빠르다. 공동육아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비교적 자율적으로 구성한다. 그러기 위해 어린이집 별로, 지역별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이 실험들을 서로 교류한다. 그래서 공동육아 교사들은 자율적으로 성장하는 교사들이다. 그렇다고 공동육아 교사들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율적인 것이 타율적인 것보다 더 보람있고 의미가 있는 대신 더 복잡하고 어려운 법이다. 공동육아 교사들 역시 일반 보육교사들이 겪는 저임금과 격무라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 게다가 공동육아 특유의 어려움도 있다. 거의 모든 교육적 활동을 부모들에게 보고해야 하고, 일일이 소통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관계가 꼬이기라도 하면 그 해결 과정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공동육아 교사들은 저 임금이지만 어린이집 사정을 고려한 합리적인 임금 협상을 부모들과 매년 하고, 경제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없는 부모들의 배려로 이루어지는 비교적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자신들이 공동육아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는다. 또한 교사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최대한 믿고 지지해주는 부모들의 지원 안에서 교사들의 교육적 역량은 점진적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3)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의 부모들의 삶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일반 보육기관을 비교했을 때 가장 특이한 구성원이 부모들이다. 공동육아를 같이 할 부모들을 지역에서 모으고 일정 정도 규모가 되면 조합비를 내고 조합을 구성해서 어린이집을 전세로 구하고 교사들을 채용해서 어린이집 문을 열고 나면, 이제는 어린이집 운영을 맡아서 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집 문을 열고, 어린이집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공동육아연구원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이 과정에 소요되는 부모들의 열성과 노력은 어떻게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조율하기 위해 밤새 토론을 벌이고, 서로 상처를 주어가며 싸우기도 하고, 육체적 노동, 경제적 투자까지 해야한다. 어린이집 문을 열고 나서 부모들이 하는 우스개 말이 있다.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알았으면 안 했다고...지금 까지 노력한 게 아까워서 물리지도 못한다고....어린이집 문만 열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산너머 산이라고...."
공동육아 부모들은 90%이상이 맞벌이 부모들이다. 우리 사회가 부모들에게 어린이를 양육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러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이런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공동육아 부모가 된다는 것은 결코 돈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닌 정신적 실천적 참여여야 한다. 그렇다면 공동육아 부모들은 이 살기 어려운 현대사회에서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첫째는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이 잘의 의미는 좀 색다르다. 아이의 개성이 충분히 발현되기를 바라고, 아이가 사회적인 교육 스트레스에서 좀 벗어나 마음껏 놀고 활동하면 잘 성장할 것으로 본다. 자연을 가까이한다는 공동육아의 교육철학도 부모들에게 매력을 주는 것 같다. 이런 교육현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 어려운 참여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해 본적이 별로 없는 이 특이한 작업이 어떤 부분에서 부모들을 살맛 나게 한다는 것이다. 그게 뭘까? 참여를 통한 공동작업에서 오는 보람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들의 사회적인 삶은 대단히 개별적이다. 그것이 현대 사회의 특징이다. 그런데 공동육아 부모의 역할은 사람들과의 부대낌에서 시작되는 공동작업인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찌그럭거림도 있지만 사람 사는 재미가 솔솔 난다고 한다. 그래서 공동육아에 재미를 붙인 부모들은 어린이집 마다 마실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 전통 사회의 마실과 비슷하다. 어린이집 부모들끼리 저녁에 시간이 날 때 모여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놀이문화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요일 아침마다 이루어지는 아빠들의 족구모임도 있다. 이러한 마실 문화는 개별적이고 고립적인 삶의 패턴에 지친 부모들에게 정서적 쉼터와 유대를 제공하며 어린이집의 공식적인 참여활동(총회, 청소, 각종 행사, 방 모임, 아마활동, 이사회 활동 등. 방 모임에서 방은 보통 어린이집에서 말하는 반의 개념이다. 방 모임은 한 달에 한번씩 부모들과 교사가 만나 어린이들의 한 달 생활과 교육과정을 보고하고 논의하는 자리이다. 아마 활동은 부모들의 교육 참여활동으로 교사들의 개인월차 휴가에 이루어진다. 각 가정의 부모는 1년에 적어도 2-3회 정도 아마활동에 참여해야 한다)을 더욱 활발하게 해 주는 지지체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