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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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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교사간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날적이"
날적이란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아이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써나가는 작은 노트이다. 이 장에서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안에서 부모 교사간 소통 수단인 날적이가 어떻게 쓰여지고 있고 그 내용이 갖는 구체적인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1. "날적이"의 형태


1) 개별적 유형
부모와 교사가 쓰는 날적이의 유형은 아이의 어떤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는가하는 부모와 교사의 지각형태, 아이의 발달상황, 선호하는 표현방식, 글쓰기에 관한 습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개인적 차원의 요인들이 교차하는 만큼의 패턴들이 공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크게 보고서 유형과 일기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보고서 유형
이 유형은 아이가 보여주는 현상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기록한 것으로, 기록되는 내용을 보면 일상적인 시간 흐름에 따른 일과보고 형태, 특별히 부탁할 내용만 나열한 형태이다.
어린이집과 가정에서는 시간대, 더 정확히는 아이의 생물학적 시간대에 따른 일과보고를 통해 아이의 건강 상태 및 생활을 알 수 있는데, 아이의 활동 및 적응력에 대해 간단하게 기술되어 있는 이런 형태의 날적이는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주고받는 유형이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기본 생활에 대한 보고가 많고 아이의 언어능력 및 기타 상징능력이 발달하면서부터는 이에 대한 보고가 다양하고 풍부해진다. 그러면서 표현 방식은 일기 형태로 가는 경향을 보인다.
(2) 일기 유형
일기 유형은 아이가 보여주는 현상을 기록하되 기록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어느 정도 포함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내용상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일기유형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내용의 특성은 아이의 행동에 대한 자세한 기록, 아이의 행동을 보고 느낀 점에 대한 서술, 부모의 삶에 대한 기술 등이다. 특히 부모나 교사 자신에 관한 글에서는 사적인 관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2) 집단적 유형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날적이의 서술방식, 의미를 구성할 수 있는 조건은 달라진다. 이는 어린이집 전체적인 차원에서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은 아이의 연령이 4-5세(도란방, 동글방)일 때와 7세(백호방)가 될 때이다.
4-5세의 연령은 활동범위가 커지고 표현력이 크게 확장되는 시기로 부모로 하여금 대화하고 싶게 한다. 그리고 부모들은 아이의 개별적인 삶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또래집단 속에서의 생활도 궁금하게 생각한다. 어린이집의 5세 이상 날적이에는 기존의 공지사항을 알려주는 정도의 공동날적이 외에 아이들 하루 생활 전반을 기술하는 방 공동날적이가 가끔 쓰여지고 있다.
또한 6-7세 연령(백호방)의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의 활동욕구가 다양해진다. 그래서 6-7세 방에서는 개인날적이보다는 1주일 생활에 대한 공동날적이를 더 자주 쓰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날적이는 아이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어린이집 전체적인 차원에서 나름의 변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아이의 성장에 따른 날적이의 형태는 개별 날적이, 방 공동 날적이, 1주일간 활동 평가의 의미를 갖는 공동날적이 등이 있다. 어린이집에서는 이 세 가지 형태들이 함께 쓰여지고 있는데 연령이 높을수록 후자의 형태를 많이 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개별 날적이 형태 안에는 일기 유형과 보고서 유형이 포함되어 있다.

 

2. "날적이"의 기능


날적이가 부모-아이-교사의 세 주체를 순환하면서 어린이집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를 살펴보는 것은 어린이집에서의 날적이의 의미와 교육적 가능성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굵게

1) 의사소통
날적이가 뭐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일곱 살 난 남자 어린이가(햇살 어린이집 3년/ 바위 어린이집 8개월 째 다니는) "엄마하고 선생님이 말로 하면 기니까 글씨를 써서 얘기하는 거야."라는 대답에서 알 수 있듯이 날적이는 대화의 수단이다.
아이가 연령이 어려서 자기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문제가 생길 경우 부모들은 날적이를 통해 그 단서를 읽어내어 아이와의 대화를 플어 간다. 아이가 어린이집 상황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부모들은 날적이를 통해 정보를 읽어서 자녀와의 대화로 연결한다. 교사 역시 가정의 상황을 신속히 아는 데 날적이는 도움이 된다. 따라서 날적이는 부모-교사, 부모-아이, 아이-교사간의 대화를 위한 매개역할을 한다. 이들은 날적이가 아이의 성장 모습을 단순히 기록하거나 일방적인 요구수준에 머무는 것에서 벗어나 부모-교사간 대화가 날적이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에는 부모 교사간 대화가 교육에서 중요하고 날적이가 대화수단으로 적절하다는 것이 함축되어 있다.
이처럼 날적이는 상대의 정보를 얻는 수단이다. 이를 통해 부모, 교사, 아이들은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수단으로 날적이를 활용하고 있다. 또 부모와 교사가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아이와 관련된 문제를 신중하고 지속적으로 해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생기는 민감하거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날적이는 다른 의사소통 수단과 함께 사용되는 중요한 통로이다.

 

2) 성장일기
날적이는 연대기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여기서 매일 축적되는 날짜는 의미 없이 나열된 순서의 표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다는 삶의 흐름과 닿아 있다. 그런 면에서 날적이는 역사적인 구성력을 갖는다.
날적이 1권을 뗐을 때 부모나 교사들은 그 심정을 "이 아이가 하나의 역사를 갖는구나"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역사 기록에는 한 아이의 개인사적인 삶의 줄거리가 촘촘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부모, 교사의 성장일기로서 개별적 성장이라기보다는 더불어 함께 하는 성장이다. 날적이는 어린이, 교사, 부모 모두의 성장일기이며 이들에게 분신과 같이 소중한 존재이다.

 

3) 역사책
성장일기로서의 날적이가 개인사에 초점에 맞춘 것이라면 역사책으로서의 날적이는 집단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날적이는 한 어린이의 역사 이외에도 어린이, 부모, 교사가 구성원인 한 어린이집의 공동체적 역사를 생생히 들려준다. 그래서 여러 날적이들을 날짜순으로 읽어보면 한 어린이집이 구비구비 겪어 온 사연, 어린이집과 함께 엮어나가는 가정사도 읽힌다. 날적이는 공식적인 이야기 틀로는 담아낼 수 없는 뒷 이야기와 여운을 개인의 주관성과 느낌으로 풀어내는 야사 같은 역사책이다.

 

4) 아이를 기르고 가르치는 텍스트
날적이는 부모가 일상적으로 어린이집 교육에 참여하는 공간이다. 날적이를 통해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양육과 교육에 대해 서로 묻기도 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래서 날적이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교사에게 상호적인 텍스트가 된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날적이를 읽음으로써 아이와 부모에 대해 선이해를 갖추고 관계에 들어가게 된다. 교사들이 이렇게 날적이를 읽는 것은 동료 교사들이 쓴 날적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아이를 보는 다른 시각, 같은 내용이라도 훨씬 따뜻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 보다 세심한 관찰능력과 정확한 기술과 문장력 등을 느껴서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교사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다른 집 날적이를 읽는다. 예를 들면 조합이사를 맡았을 때 조합원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날적이를 보았다는 한 부모는 각 가정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려고 했는가를 잘 알 수 있어서 조직을 운영하는데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이와 같이 날적이는 당사자들의 개인적인 정보 교류를 넘어 타인에게까지 텍스트로 기능하고 소통 역할을 하는 점이 있다. 날적이는 부모와 교사가 아이에 대해 보고 느낀 것을 읽고 쓰는 대화적인 텍스트이며 타인의 날적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돌아보는 공유적인 텍스트이기도 하다.

 

5) 자신을 비추어 보는 거울
글을 쓰는 행위는 자기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거울을 보는 것과 유사하다. 날적이를 쓰는 부모나 교사는 아이와 자신들의 생활과 역할을 날적이를 쓰면서 되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날적이 내용을 살펴보면 부모, 교사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삶은 소소하면서 복잡하다. 그리고 가변적이다. 이러한 상황적인 특성 때문에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꾸준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모나 교사는 순간적인 판단과 결정이 요구되어 성급해지기 쉽다. 부모나 교사가 이런 상황을 되새겨봄으로써 아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고 그 경험을 통해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생활 속에서는 쉽지 않지만 날적이는 자기 반성을 일상의 삶에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다.

 

6) 사유의 공간
날적이는 아이를 키우는 문제뿐만 아니라 세상과 삶에 대해 부모와 교사가 생각을 나누는 장이기도 하다. 아이를 교육하는 문제라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세상사와 다 연결되어 있겠지만 날적이는 아이를 키우는 직접적인 상황을 한 박자 늦추는 쉼터 같은 기능을 할 때가 있다.
날적이에 시, 사진, 신문기사 등을 동원하여 세상을 재구성해서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다음과 같은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3. "날적이"의 교육적 의미

 

어린이집에서 날적이는 아이의 생활에 대한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어린이를 사이에 둔 부모와 교사의 대화체계로서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매일 기록한다는 일이 부모와 교사들에게는 일상의 긴장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해서 어느 정도 부담을 느끼게 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아이가 커감에 따라 일상의 기록이 더욱 어려워진다. 그런데 날적이는 대화체계이기 때문에 부모가 안쓰게 되면 교사 역시 풍부하게 쓰기가 어렵다.
공동육아에서 날적이 쓰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신들이 쓰고있는 날적이의 총체적인 가치를 어린이집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지 못하는 데 있고, 또 한가지는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의 기록 속에 스며있는 풍부한 생활의 의미를 나누는 가치를 찾아내지 못하는 데도 있다.
날적이는 쓰기와 읽기를 통한 대화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부모와 교사가 상호 부재중인 상황에 대한 참여의 장을 마련해 준다. 다시 말해 날적이의 공동저자와 공동독자인 부모와 교사는 아이를 직접적으로도 만나고 타자의 눈을 통해 만남으로써 아이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성찰적으로 만나 상대에 대해 이해의 깊이를 갖게 되는 상호주관적 관계를 갖게 된다. 그래서 날적이를 쓰는 과정은 곧 자신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삶의 과정이 된다.
공동육아 구성원들의 현재 삶에 대한 기록 날적이는, 지나간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물어보게 하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조금씩 대답해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