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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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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활동으로서의 "나들이"


1. "나들이"의 형태


나들이는 날씨가 아주 춥거나 덥지 않는 한, 그리고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매일 오전 10:00부터 12:00 까지 18개월 이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어린이집 바깥으로 나가는 활동이다.
어린이집에서 이루어지는 나들이의 형태를 결정 짓는 기본적인 두 요소는 시간과 공간이며 이 두 요소를 결합해서 볼 때, 일상적인 나들이와 특별한 나들이, 그리고 자연과 사회로의 나들이로 구분할 수 있다.
자주 가는 나들이 장소로는 무덤가, 그네산, 마분놀이터, 약수터등이 있다. 이밖에 긴 나들이(1달에 1회 어린이집 전체 어린이 참여)와 아이들이 교사들과 함께 가는 들살이(1년에 1-2회 / 4세 이상 참여)가 있다.

 

2. "나들이"의 교육과정

 

1) 자연과의 만남
공동육아 어린이들이 일상적인 나들이를 통해 가장 빈번하게 만나는 세계는 자연이고 자연과 아이들이 만날 때 발산적 체험과 침묵의 과정, 그리고 감성적 표현이 펼쳐진다.

(1) 발산적 체험
자연으로의 나들이는 아이들의 오감각적인 체험과 함께 온 몸을 놀리는 활동이다. 자연은 인간의 온 몸과 관계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들이는 아이들의 발산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활동이다. 이 발산을 호흡으로 말하자면 날숨이다.
나들이에서 아이들은 걷고 뛰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먹고 마시고 타고(칡넝쿨, 나무) 노래 부르고 풀피리도 불고 소리 지르고 떠들고 말하고 웃고 울고 논다. 이는 나들이가 배우고 가르쳐야 할 무엇이기보다는 자연 속에서의 생생한 발산이며 감각적 체험에 가깝다고 할 수가 있다.
자연을 소중히 할 것을 교육받으면서 자란 아이들에게 있어서 자연적 세계는, 무엇보다도 거기에서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의 왕국"이며 "과업에서 해방된 장소"라고 한 和田修二(1997)의 말에서 아이들의 발산적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교사들의 나들이에 대한 평가 속에는 직접체험, 경계가 없는 발산, 사물을 본 대로 느낀 대로 표현하는 능력, 교사가 아이의 관심을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은 성장의 가능성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할 때 4계절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방향을 찾는다는 것도 교사들이 판단하는 교육적 가치이다. 어떤 교육활동을 평가한다고 할 때 수량적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객관적인 평가가 보편적인데 비해, 생생하고 개운한 아이들의 표정에서 살아 있는 교육임을 확인한다는 언표는 나들이가 객관화 할 수 있는 경험 이전의 체험인 까닭이다.


(2) 침묵의 과정
자연으로의 나들이에 발산이라는 날숨의 과정이 있다면, 이 날숨은 들숨을 필요로 하고 날숨에 동적인 몸놀림이 있다면 들숨에는 정적인 몸놀림이 있다. 자연의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침묵이 여기에 해당된다.
산에서 어린이집으로 오기까지 이 두 꼬마 사이에는 한 마디 말도 오가지 않은 장면이 있다. 말 없는 침묵 속에서 처음 잡은 손을 한번도 놓지 않았을 뿐이다. 침묵의 공간 안에서도 인간의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잡을 수 있는 손이 있고, 너를 보고 있다는 각도가 있고, 기다려 주는 눈빛이 있고, 안심을 주는 표정이 있고, 우리 둘이 같이 가는 거야 라는 발걸음이 있고 이제 다왔어 라고 말하지 않아도 백일홍 나무 앞에 서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놓을 수 있는 교감이 있다. 그리고 침묵이 끝나는 자리에 말이 들어선다. 이 말은 이 아이들의 침묵의 과정을 모르는 이한테는 단순한 말에 지나지 않지만 이 과정의 소유자들한테는 의미 있는 언어이다. 이 말의 의미는 침묵과 연결되어 있고 이 침묵은 그저 텅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두 아이의 신체를 통한 교감으로 꽉 채워진 공간이므로 말이란 체험적인 신체를 통해 그 의미를 더 한층 표현 해낸다고 할 수 있다. Picard(1985)는 말은 본질적으로 침묵과 연관되어 있고 진정한 말은 침묵의 반향(反響)이라고 하였다.

 

(3) 시인이 된 아이들
오랜 동안 일상적으로 이루어진 나들이의 긴 과정에서 아이들의 몸과 정신에 접혀 들어간 자연에서의 체험은 아이들의 몸과 정신을 통해 드러나고 표현된다.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감성적 표현이 나올 때 교사들은 아이들을 시인이라 부른다.
자연의 사물과 현상을 사람의 정신생활과의 유비(Analogy)에 의하여 이해하고, 사람과 자연 사이의 내적 관련성을 나타내는 것이 의인화라고 할 때, 의인화적인 표현은 어린이의 물활론적 사고로 인하여 아이들 세계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 아이들도 눈이 오는 자연적 현상에서의 사물들을 의인화함으로써 사람과 자연을 정신적으로 관련짓고 감성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그들의 시적 언어에서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생산해 낸 시어 안에는 감성적인 인지적 과정이 충분히 들어있다는 점에 대해 Cobb(1975)은 "유아기에 가지고 있는 우리와 자연간의 선천적인 연결과 시적인 목소리는 우리가 성인이 돼서 발휘하는 창의력의 근원이다. 유아기 때는 인지적 과정이 감성적이고, 운율이 있고, 발생의 측면에서 볼 때 막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시적일 수밖에 없다. 즉, 인지적 과정은 언어적 표현을 기다리면서 자신과 환경간의 감각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아이들과 교사는 나들이를 다니면서 자연과 일상적인 관계를 맺게되고 또 친숙해진다. 나들이가 공동육아의 중요한 교육활동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명시적인 교육의도를 띤 활동이기보다는 발산적이고 신체적인 체험 그 자체인 만큼 교육적 의도는 암묵적이다. 즉 나들이는 언어로 서술하는 나열적인 지식을 축적하고 형성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손이나 발, 감각과 같은 우리의 몸에서 이루어지는 또 다른 형태의 지식을 구성하는 암묵적인 교육과정으로 물론 이 안에는 언어의 과정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 사회와의 만남


(1) 세상 구경
아이들이 어린이집 바깥으로 나갔을 때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만나게된다. 이때, 아이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은 크게 세 가지이다. 아이들에게 웃어주는 사람과 대부분의 무표정한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을 귀찮아하거나 경계하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아이들은 바깥 나들이를 오고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과 접하게 되고 또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들과는 이야기도 나누며 사회와 접촉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이런 복합적인 경험이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 사회적 규범과의 갈등
사회로의 나들이는 어린이집 문화와 사회의 문화가 만나는 지점이다. 아이들이 바깥 사회로 나갈 때 어린이집 습관이나 문화를 갖고 나가기 때문에 어디에선가는 이 습관이 드러나게 된다. 이것이 사회의 규범과 불일치할 때 아이들이나 바깥 사람들은 갈등을 맞게 된다. 여기에는 그 부딪침이 외현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와 어린이집 내부에서 갈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갈등의 정체는 아이들의 눈치보지 않는 행동과 사회적 규범 사이의 거리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린이집 문화와 바깥 사회의 문화와의 차이인 것이다. 이런 차이가 심할 때는 사회문화는 어린이집 어린이들에게 경고적인 발언을 하게 된다.
이처럼 안과 밖의 문화가 적나라하게 부딪치는 장면이 있는가하면, 이러한 상황이 어린이집 교사들 내부에서 문제가 되어 토론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는 아이들의 자유와 사회적 규범 사이의 균형을 자율적으로 짚어내고자 하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린이집에서는 자유와 공중도덕간의 갈등으로 나타나는 안과 밖의 부딪침을 경험하게 되고 이것의 타협지점을 어디서 찾아야할 지가 교육적 고민의 하나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교육적 상황에서의 자유에 대한 판단은 일상생활에서보다 훨씬 더 다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이들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확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과의 만남에서 확보하고 형성해 가는 것이다. 이것은 어린이집에 주어진 자유에 해당된 나름대로의 바깥과의 대화양식이다. Merleau-Ponty(김형효, 1996)의 말처럼 자유는 언제나 안팎의 만남인 것이다.

 

(3) 두 세계의 아이들
공동육아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들이 밖으로 나갈 때 어린이집 문화가 묻어 나가는 것처럼 보통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아이들과 교사들이 밖으로 나들이 올 때도 그들의 문화가 드러난다. 한 사회 안에 그 또래의 아이들이라 천진함과 노는 모습이 엇비슷할 것 같지만 이미 두 집단의 아이들과 교사 모두, 자신들이 속한 사회(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서의 삶의 방식을 익혀왔기 때문에 공간이 달라졌다 해도 표출 방식이 생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나들이에서 만나게 되는 이질적인 모습을 통해 그 집단의 삶의 방식과 교육의 방식을 어느 정도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들이 나들이 길에서 만나는 바깥의 교육 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공동육아 운동은 우리 아이들과 미래를 위한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도록 하기 위해 오늘의 현실 속에서 사회 문화적 환경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정병호(1995)는 말한 바 있다. 변화되어야 할 사회 문화적 환경 안에는 위 예의 교사가 진단하고 있는 과도한 교사 대 아동의 비율, 그로 인한 어린이와 교사의 관계, 놀이 문화도 포함된다.
어린이집에서 사회로 나가는 나들이에서 어린이들은 사람들과 접하게 되고 어린이집과는 다른 바깥세계의 문화를 새롭고도 다양하게 경험한다. 한편 이 문화적 차이 때문에 교사들은 어린이집의 자유와 사회의 규범간의 합의를 위한 교육적인 고민을 하게 되며, 다른 교육기관의 아이들과의 만남은 교사로서 어린이에 대한 이미지, 교육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된다.

 

3. "나들이"의 교육적 의미


나들이 교육활동의 특성은 체험을 통한 암묵적이고 통합적인 앎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육아 부모들은 나들이의 이러한 교육적 경험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아이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보다 명시적인 지식을 원하는 잠재적인 욕구가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부모들과는 좀 다른 차원에서 같은 고민을 숙고한다. 현재 어린이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통합적인 앎의 방식이 교사의 보다 깊은 생각과 고민 속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전반성적이고도 임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지를 우려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분절적인 앎의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적이고도 전체적인 앎의 방식을 추구하는 자신들의 교육방식이 완전성에서 어설프다는 자체 평가를 한다. 이러한 문제제기와 평가는 나들이의 암묵적인 교육과정의 한계를 지적한다기보다는 나들이 활동을 보다 깊이 있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나들이의 체험을 구조화시키는 반성적인 교육과정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신체를 통한 체험적 인식에 더해 반성적 사고와 이론적 경험도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삶의 경험이 풍부해지고 정신이 폭넓게 발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 구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경험 구조들을 나들이 활동 안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할 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