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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Team ZEST 인도 IDEC 참가기(2) - 혼돈의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인도로!
작성자 : 파도(한상윤)
  수정 | 삭제
입력 : 2018-11-22 16:56:31 (5년전),  수정 : 2018-11-23 02:10:00 (5년전),  조회 : 298
11월 14일

9시에 기상. 몸이 무겁다. 6시간 반의 여행이 쉬운 건 아니었나보다. 그래도 일어나서 11시에 체크아웃을 해야만 한다. 친절한 호스트는 지속적으로 나에게 체크아웃 시간이 11시임을 상기시킨다. 너무 친절하게 알려줘 눈물나게 고맙다.
대충 아침을 빵으로 때우고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했다. 다년간의 들살이를 통해 아이들이 가장 확실하게 훈련한 것은 짐 싸는 거다. 군대나 소방관들에는 못 미치지만 중학생들이 아침 눈 뜨자마자 2시간 안에 밥 먹고 씻고 짐 챙기고 숙소 정리해서 나올 수 있다는 건 자뻑이 아니라 대단한 거라 생각한다.

숙소를 나섰다. 11월의 쿠알라룸푸르는 생각보다 덥지 않다. 습한 바람이 불면서 공기 중에 배어있는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힌다. 비가 오지만 않으면 괜찮은 날씨 같다.
KL sentral로 가서 코인락커에 짐을 맡기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여기에 밥 한끼 값이 들어갔다. 그리고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었다. 왜 말레이시아는 자기네가 만들어놓은 돈인데 큰 액수의 돈은 받지 않는 거냐. 덕분에 동전만 엄청나게 쌓이고. 정작 쌓인 동전 가지고 뭘 사려고 하면 받지는 않고. 나라마다 편한 점과 불편한 점이 있는데...말레이시아는 저렴한 항공권과 너그러운 입국절차가 우리를 편하게 해 주었다면, 돈을 바꾸고, 계산하는 것은 참으로 스트레스가 되었다. 말레이시아 링깃은 다른 나라 가서 쓸 수도 없는데.

우여곡절 끝에 짐을 맡겼더니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쌍둥이 타워와 바투동굴 둘 다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 어디를 갈까 정하라고 했더니 다들 주관없이 눈치보며 미룬다. 가장 안 좋은 모습. 결과에 책임도 지지 않고, 문제가 되면 남 탓을 할 준비가 된 그런 모습들. 결국 개입을 해서 바투 동굴을 가기로 하고 표를 끊은 뒤 식사를 했다. 기차 시간이 한시간 남아서...어딜 갈까 둘러보다 결국 버거킹을 갔다. 터미널에서 뜨내기들의 눈에 들어오는 곳은 대부분 비싼 곳 아니면 패스트푸드점이다. 우린 돈이 없었고 선택은 햄버거였다.
선택은 좋았다! 세트메뉴가 우리 돈으로 약 3700원 정도였는데, 진짜 육즙 좔좔 고기가 제대로 씹히는 치킨버거를 먹었다. 한국에서 이정도 퀄리티의 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다. 아 물론 한국에서는 싼 버거만 먹었다...;; 몰라 한국에서도 비싼 거 먹으면 이런거 나올지도. 암튼 한국의 거의 반값에 이런 버거를 먹을 수 있다니. 심지어 여기 비건용 버섯버거도 있었다! 주문하기 전에 발견했으면 주문했을 텐데. 가격도 천원 조금 넘는다! 음 다음에 말레이시아에 오면 꼭 저건 먹어봐야겠다.

배를 채우고 기차를 탔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여정은 혼돈으로 치달았다...
약 5정거장을 지나서야 우린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려서 다시 표를 끊을 필요 없이 돌아오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는 것? 아이들이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였던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다시 KL sentral로 돌아오니 2시 반...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공항으로 가긴 싫어서 빠듯하게나마 쌍둥이 타워를 보러 가기로 했다. 이번엔 지하철을 제대로 타고 내려서 쌍둥이 타워를 영접! 목이 아프게 솟아있는 타워를 바라보다 포토존으로 이동했다. 우리 같은 촌놈들이 다양한 국가에서 모여 벼라별 포즈를 잡으며 시강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그 와중에 합류해 사진을 찍고 아무 생각 없이 쇼핑몰에 들어가 30여분을 헤매다 지하철을 타고 다시 KL sentral로 돌아왔다. 정들까봐 두려웠다.
락커에 가서 짐을 찾고 공항으로 가려 했는데...웬걸, 락커가 열리지 않는다! 아무리 비번을 입력해도 뭐라뭐라 영어로 지껄이며 아니라고 한다. 아 환장. 관리자 전화번호는 있지만 우리 유심으로는 전화를 할 수 없다...같이 간 로다가 재빠르게 안내데스크로 가서 도움을 청하고 정말로 빠르게 관리자가 달려왔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공항에 늦게 도착해 비행기를 놓치고 망연자실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는데...락커 2개를 사용했는데, 내가 두 개의 비번을 똑같이 설정해서 에러가 난 거란다. 내 잘못이니 누굴 탓하리오...

말레이시아는 5시부터 퇴근시간이라 차가 막힌단다. 그래서 4시 반에는 출발하려 했는데...그래도 로다가 이리 알아보고 저리 알아본 덕분에 5시 10분에 공항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는 생각보다 막히지 않고 시원스레 달려 6시 10분쯤에 공항에 도착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다시 수하물 무게를 맞추는 것과 인도에 무사히 입국하는 것.
짐을 풀어 다시 무게를 맞춰본다. 다들 짐이 늘었다. 옷차림을 가볍게 해서 그렇다. 입고 허리에 차고 목에 걸고 머리에 쓰며 짐 무게를 줄인다. 위탁수하물도 겨우 20kg를 딱 맞추고 맡기러 간다. 해외에서 해외로 이동은 처음이라 잘 소통이 될지 걱정되었다. 역시나 뭐라뭐라 묻는데 히어링이 안되는 이 난감함. 뭐라 한참 자기들끼리 얘기하는데 영문은 모르겠고 답답했다. 일단 번역 어플까지 동원해 이해한 질문은 두가지. 인도에 처음 가냐, 돌아갈 때는 여기로 다시 오냐...짐작컨대 인도에 왜 가냐고 물었을 텐데, 대답을 못 했던 것 같다. 어찌 되었건 수하물을 맡기는데 성공! 별 것 아닌데 참 위기라고 느껴지는 상황이 많다. 얼른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정말 절실히 든다.
한시름 돌리고 밥을 먹으로 식당가로. 근데 여기서 또 환장할 노릇인게 카드를 안 받는다! 세상 천지에 카드가 안 되는 공항이라니. 그래도 되는 건가? 다른 식당에 가 봐도 짬짜미를 한 듯 다들 only cash다. 정말 이럴 때 욕 나온다. 결국 공항 환전소에 가서 거지같은 환율로 환전을 했다. 환전소에 있는 놈이나 식당에 있는 놈이나 다 도둑놈처럼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들어올 때는 관대한데 나갈 때는 엄격하다. 자국에 오래 남아 있기를 바라는 건지? 짐 검사도 두 번이나 하고, 비행기 탑승 전에 또 붙들어놓고 질문을 한다. 인도에서 어디로 돌아오냐고. 대체 그게 왜 궁금할까? 설마 인도에서 난민 신청이라도 할까봐 그러나? 결국 방콕으로 돌아오는 보딩패스를 전부 보여주고서야 통과할 수 있었다. 음 혹시나 해서 출력해 놓았던 건데. 만약 출력 안 하고 왔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으려나? 나의 준비성에 평소에 그닥 높은 점수를 주진 않는데, 오늘은 과거의 내가 정말 대견했다.

그 수선을 떨었던 덕에 출발이 늦어졌다. 말로만 듣던 연착이다. 아니 제주도 오갈 때 자주 겪었던 일이구나...암튼 한 30분 늦게 출발했다. 한국어 1도 없는 레알 외국 항공이다. 인도 사람 말레이 사람 한가득이고 한국인은 왠지 우리만 있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새나의 말. “이 중에도 아이덱 가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래. 생각해 보니 우리는 지금 아이덱을 가고 있는 중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것도 나누러. 우리가 타고 있는 비행기 안에도 우리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좀 기분 좋은 일이다.

이틀간 장거리 비행과 많은 여정으로 다들 피곤하다. 부디 인도에 잘 도착해서 아이덱 장소까지 무사히 들어가길. 아이덱에 가는 여정이 가히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 비견할 만하다. 그러고 보니 그 냥반도 인도에 갔었군. 진리를 향한 여정이라 힘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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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 ( 2018-11-22 22:07:08 (5년전)) 댓글쓰기
으악! 읽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르고 승모근이 바짝바짝 서는 것 같아요.
소풍~^^ ( 2018-11-26 00:07:43 (5년전)) 댓글쓰기
뒤늦게읽어내려가며 이 새벽 ㅋㅋㅋㅋ 푸하하하 난리났슴당!!! 신서유기보다 재미납니당!!!! ㅎㅎㅎㅎㅎㅎㅎㅎ
팅커벨(은준은성맘) ( 2018-12-02 09:02:35 (5년전)) 댓글쓰기
와.. 흥미진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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