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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Team ZEST 인도 IDEC 참가기(10) - 번외편 : 폴 인 방콕
작성자 : 파도(한상윤)
  수정 | 삭제
입력 : 2018-11-28 16:31:55 (5년전),  조회 : 270
11월 22일
‘**에서 한달살기’와 같은 류의 책, 블로그 등을 엄청 많이 보았다. 내년에 아이들과 외국에 나가 살 계획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관심이 가는 내용들이라 이것저것 들여다 보았지만, 대부분은 한국 대비 얼마나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지, 얼마나 영어교육을 싸게 할 수 있는지 등 자신의 욕망을 얼마나 마음껏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뿐이라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혐오감이 들 정도. 그들이 추천하는 도시는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게 되었다. 행여 그곳에서 그런 부류의 인간들과 마주칠까봐.

반면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로 불리우는 곳들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집트의 다합, 파키스탄의 훈자, 그리고 태국의 방콕. 그리고 방콕에 온지 1박 2일만에 나는 이 도시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왜 이곳이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역에서 가깝고, 노점상과 식당들이 많으며, 호스텔들이 여러 개 몰려 있는 곳이었다.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구질구질하지 않고 오히려 정겨운 어떤 정취를 만들어내는. 모든 것을 잊고 이 동네에서 한가로이 한달쯤 지내고 싶은 마음이 정말로 들게 만드는 곳이었다. 특히 1층의 카페는...아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숙소에 오자마자 하고 싶은 것이 생겼었다. 아무도 없는 1층 카페 창가에 앉아 혼자서 음료를 마시며 창 밖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는 거다.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오토바이와 연신 무언가를 사고 파는 노점상과 손님들. 삶의 현장을 유리창 하나 사이로 바라보며 고즈넉한 카페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 그러면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오늘 오전에는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일단 충분히 천국같은 숙소에서 뒹굴고,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것을 사먹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그 소소한 욕망을 이루러 나갔다. 나도 카페에 남아 나의 욕망을 이루었다. 행복했다. 올 한해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이들이 돌아왔다. 서로 앞다투어 자신이 간 곳, 그리고 자신이 먹은 것을 이야기하며 이 곳이 얼마나 천국같은 곳인지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서로 정보를 교환한 이들은 다시 자신이 가보지 않은 천국을 찾아 떠났다. 나도 식사를 하기 위해 아이들이 알려준 국수집으로 갔다.
한 육십쯤 되어 보이는 두 내외가 운영하는 정말 허름한 집. 이런 데 좋다. 메뉴판은 애시당초 외국인이 올 거라는 가정을 하지 않고 순수 태국어로만 써 놓았다. 아무것도 알 수가 없으니 가장 저렴한 기본 메뉴를 시켜본다. 국수 한 그릇에 35바트. 우리돈 천원이다.
뭘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국물, 죽여준다. 아이들이 극찬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까 충일이가 배불리 먹고 돌아왔다가 다른 아이들이 여기 국수집 맛있다고 하자 달려나가서 바로 두그릇을 순삭하고 돌아왔었다. 로다와 같이 갔었는데 둘이 세그릇을 순삭했다. 이 거리에 있는 음식들을 모두 맛보려면 최소 열흘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관광을 하기로 했다. 다들 뭐가 어디 붙어 있고 뭐가 유명한지 모르니 순순히 일정팀이 정한 대로 따라간다. 도전정신과 주체성이 없으면 패키지가 편할 수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정한 관광코스는 왓 아룬(새벽사원)과 아시아티크(야시장). 두 곳 모두 강을 끼고 있어서 수상버스? 수상택시? 아무튼 그걸 이용해야 했다. 학생들한테 그 이야기를 하니 좋아한다. 액티비티는 언제 어디서나 진리다.

수상버스를 타려면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첫날 단돈 100바트가 없어서 걸었던 우리는 지하철 한 정거장의 거리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날은 더웠고 사원에 가기 위해 긴 바지를 입어 더 더웠지만 걸었다. 중학생이 초등학생보다 좋은 점은 이럴 때 찡찡거리지 않는 거다.

수상버스 정류장(정확히는 항구) 근처에는 축제날이라 많은 노점상과 인파들이 있었다. 러이 끄라통이라고 하는, 연등을 강물에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비는 축제라서 여기저기 연등을 팔고 있었다. 방생을 위한 금붕어나 거북이도 팔고 있던 모습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우리는 허투르게 돈을 쓸 여유가 없어 바로 매표소로 갔다. 닳고 닳은 인상의 아저씨가 인당 100바트를 부른다. 당황했다. 기껏해야 인당 2~30바트면 갈 줄 알았는데. 이래서 사전 조사가 중요한 거다. 협상을 시도했지만 우리가 다른 이동수단이 없는 시점, 그리고 축제날(대목)인 시점에서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었다. 결국 100바트를 깎아 11명을 1000바트에, 그리고 전용 보트에 태워주고, 올 때는 50바트에 해 준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돈을 지불했다. 올 때 우리가 50바트에 타기로 한 걸 누가 증명해주나 싶었는데, 어쨌든 갈 길이 머니 보트에 올라탔다. 정말로 우리만 타는 전용 보트였다.

관광이 시작되었다! 배가 물살을 가르며 달려나가자 모두들 환호했다. 시원한 바람, 강 옆으로 보이는 태국의 풍경들, 그리고 우리 전용 보트니까 속도를 마음대로 줄였다 올렸다 하면서 느끼는 스릴감까지. 나쁘지 않은 즐길거리였다.
왓 아룬(새벽사원)에 내렸다. 축제날이라 인산인해였다. 태국인 50%, 중국인 49%쯤 되는 듯한 인종 구성. 딱히 사람 구경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사원으로 입장했다. 사원은...멋졌다. 이 사원의 역사와 의의를 미리 공부하고, 사람들이 좀 없을 때 한적하게 관람했으면 더 멋졌을 성 싶었다. 하지만 어느 관광지나 그렇듯 여기도 사람들에 밀려 앞으로 나아가고, 사람들을 제지하는 관리인의 호루라기 소리에 마음으로 이곳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사진빨은 정말 멋지게 나왔다. 땅 위의 어수선함과는 별개로 석양과 어우러진 사원의 모습은 탄성을 자아냈다.

아시아티크로 이동하기 위해 나섰다. 표를 끊는 곳에 갔더니 역시나 아까 50바트 얘기는 아무도 모른다. 예상은 했지만 참...알고 보니 100바트는 우리가 타고 온 전용 보트(일종의 택시?)이고 50바트는 많은 사람이 타는 수상버스 가격이다. 우린 버스를 탔다.
수상버스에서는 여러 언어의 방송이 흘러나온다. 한국어만 빼고. 어느새 해가 지고 강둑엔 화려한 불빛들이 관광객들에게 손짓한다. 식당, 술집, 쇼핑, 마사지, 그리고 짐작컨대 유흥가까지. 모두 상관없는 아이들은 피곤에 꾸벅꾸벅 졸며 종점인 아시아티크까지 간다.

도착한 아시아티크는 거대한 유원지+야시장+쇼핑몰이다. 돈을 쓰기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을까. 아이들과 팀을 나누어 돌아보고 밥 먹고 한시간 반 뒤에 만나기로 했다. 내가 원래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더더욱 이렇게 복잡하고 정신없는 곳에서는 차분히 물건을 고르지 못한다. 나와 같이 다닌 아이들도 대부분 그런 성향인지 상대적으로 소소하게 쇼핑을 했다. 헌데 한시간 반 뒤에 만난 다른 팀은 양손에 물건이 주렁주렁. 보아하니 시간이 더 있었으면 저 보따리의 수는 더 늘어났을 것이 틀림없다. 사람은 확실히 다 다르다.

돌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잠실야구장에서 야구 끝나고 모든 사람이 나와서 버스 타려고 기다리는 상황이랄까. 차도 막히고 그 와중에 버스가 아예 오질 않는다. 교통경찰 같은 사람에게 물어보니 오늘 이 정류장엔 버스 안 온단다. 다음 정류장 가서 타라고. 구글 지도로 검색해 보니 숙소까지는 2km가 좀 넘는 거리였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그랬듯 걷기였다.
걷는 길에도 사람이 많았다. 좀 더 정확히는, 아까 우리가 나왔던 아시아티크로 사람들이 속속들이 향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곳은 오늘 밤새 난리판이 벌어질 예정인 듯 했다. 우리는 빠르게 걸어 숙소로 향했다. 방콕의 도로는 횡단보도가 있어도 신호등은 얼마 없어서 눈치껏 길을 건너야 했다. 물론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책임지고.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의 저력이 드러났다. 앞뒤 살피고 서로 챙기면서 그 복잡한 길들을 문제없이 잘 건너 갔다. 결국 30여분만에 정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는 정말로 반가웠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우리는 씻고, 야식을 즐기고, 간단히 내일 일정을 나누고 잠자리에 들었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내일 무반덱에 다녀 오면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이 끝난다. 우리 모두는 아직 여행을 끝마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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