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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공동육아는 (2): 육아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작성자 : 노루
  수정 | 삭제
입력 : 2019-02-09 13:12:58 (5년전),  조회 : 112

여전히 육아는 어렵다. 네 살 은규와 첫 등원 했던 무렵과 비교하면 너무나 수월해졌지만, 어린 둘째를 함께 키우는 엄마들과 비교하면 훨씬 편안하지만, 아직도 육아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침 피곤한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와 등원 준비를 함께 하는 것, 종일 일하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은 밤에 (혹은 새벽에) 하기 위해 짐을 싸서 서둘러 하원하러 가는 것, 하원 후 저녁을 해서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 매일의 일상이 익숙하면서도 버거운 순간들이 함께 한다. 제일 힘들다 느껴지는 순간은 이 어려움을 누가 알아줄까, 도와주는 이 없이 나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구나 싶을 때이다.

설연휴 명절 투어 후 감기에 덜컥 걸려 골골대는 몸으로 그제 어제 출근을 했는데 어제는 오후가 되니 증세가 더 심각해진 데다 해야할 일 마무리도 못다했고 급기야 집에 밥도 없는 상태로 퇴근을 했다. 하원하러 가는 길, 마음이 바닥을 치는 느낌이었다. 몸은 힘들고 하원 시간은 늘 그렇듯 늦었고 집엔 밥도 없고 (남들은 즐거울 것만 같은 금요일인데) 큰눈은 늦게서야 퇴근을 해야하고. 당장 저녁이 걱정이었는데, 뾰족한 수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암튼 하원은 해야하니 터전으로 터벅터벅.

가보니 아마들이 자투리를 하고 있었다. 다들 피곤하고 배고파보였는데, 저녁들은 어찌 하려는지 궁금했지만, 금요일 저녁 나같은 상황인 아마는 없겠지 싶어 혼자 저녁 어찌할지 머리 굴리는 중에... 어찌저찌 의기투합이 되어, 같이 김밥 사다가 터전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아이들은 놀며 먹으며 재미나보였고 아마들도 저녁 해결의 안도감으로 편안해보였다. 그리고는 번개같이 터전 정리하고 아이들과 얼른 가자~ 실갱이 하며 같이 하원했다. 잘가 월요일에 만나자, 수고 많으셨어요, 주말 잘 보내세요~ 라고 인사나누며.

조금 더 즐겁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달팽이에 왔지만, 공동육아를 한다고 육아가 쉬워지는 건 확실히 아니다. 어떨 땐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느라 더 어렵고 힘들었고, 어떤 날들은 막 후회도 했었다.

근데 신기한 건... 육아가 쉬워지는 건 분명 아닌데, 같이 그 어려운 순간들을 건너가는 재미와 묘미가 있는 것도 확실하다는 거. 지난 4년 간, 나처럼 삶이 늘 진지하고 어려운 사람에게도 히히히 힘빼고 웃는 순간을 주는 공간이 달팽이였다. 내가 경험하기로는, 공동육아를 한다고 (이 척박한 한국사회에서) 아이를 덜 힘들게 키울 수는 없지만, 힘든 순간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서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육아의 필수 요소는 체력과 정신력인데, 달팽이에서 받은 위로는 내 정신력의 소중한 에너지원이었다. 그래서 늘 고맙다.

앞으로도 육아가 쉬운 순간은 오지 않을 거다. 삶이 그런 것처럼 나날이 새롭게 어렵겠지.ㅋ 그래도 나에게 위로를 주었던 사람들과 공간이 있었다는 게 무시못할 자원이 되지 싶다. 혼자 힘들지 않고 같이 힘들었던 기억, 같이 힘들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진 않지만 묘하게 그 순간을 버티는 힘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 이게 앞으로 은규를 키우며 살아갈 나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거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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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 2019-02-10 10:56:26 (5년전)) 댓글쓰기
파이팅!! 같이 힘내요! 은규랑 7세들 곧 졸업이라니 시간 참 빠르고 아쉽고 그래요. 삶이 바쁜 와중에 아이들 키우며 애쓰는 우리들, 토닥토닥 쓰담쓰담 해봅니다.
그 4년은 어떠했을지 엄지척도 해봅니다.
7세들 다음주 졸업여행 가네요. 아마들도 7세들도 즐거운 시간 되기를. 노루 글 고마워요.
노루 (2019-02-13 08:53:14 (5년전))
산수유의 토닥토닥이 든든한 힘이 되어요. 달팽이에서 맺은 인연 내내 우리를 이어줄 거라 믿고요.^^ 고마워요, 늘.
당근 ( 2019-02-11 21:08:59 (5년전)) 댓글쓰기
지난 금요일 저녁, 저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자주 먹던 그 김밥을 먹으며 느낀 특별함. 단순히 편안함 그 이상 행복하고 고마웠습니다^^
노루 (2019-02-13 08:54:25 (5년전))
행복하고 고맙고. 실은 저도 그랬어요. 편안함만으로는 설명 안되는 푸근하고 뜨끈한. 당근이 있어서 달팽이 생활이 내내 따뜻했어요. 고마워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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