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커뮤니티 가입하기

카운터

Today : 271
Total : 1,008,655
나뭇가지들..... [아침햇살, 2005-03-08,64]
작성자 : 거인
  수정 | 삭제
입력 : 2005-03-14 17:00:47 (7년이상전),  조회 : 261
남자아이들에게 나뭇가지를 이용한 칼싸움은 제가 어릴 때나 이제나 변함이 없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잘 다듬어서 주고 해 보라고 시켜도 안 하는 것을 남자아이들은 어디서 그 많은 것들을 찾아오는지 부러지면 다시 구해오곤 합니다.
입학식이 끝난 후 아니 작년 제가 산학교에 온 후 저는 아이들의 칼싸움놀이(적절한 표현이 아니기는 하나 이렇게 쓰겠습니다)를 쭉 관찰해오고 있습니다. 아빠들이 청소를 하기 전엔 마당 곳곳에 쇠파이프같은 것이 더러 있어 아이들의 놀이를 바라보다 저건 위험하다 싶으면 뛰어나 가 "잠깐 "이라고 하며 중지를 시키거나 쇠막대기는 달라고 하면 아이들은 반항하지않고 주기도 하고 그랬죠. 지금도 막대길이가 너무 길다 싶거나 뾰족하고 너무 굵다 싶으면 다가가는데 아이들은 저의 그런 등장을 곧 수용하거나 스스로 "알았어. 다른걸로 할게"하며 다른 나뭇가지로 바꿔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은 매우 심하기도 합니다. 어제, 월요일같은 날은 아이들도 월요병이 있는지 전체적으로 산만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위험수위까지 놀이가 치닫기도 하지만 어제도 저는 여전히 지켜보는 쪽을 택하기로 마음 먹었지요.
5학년에서 시작된 이 놀이는 1학년 영태한테까지 이어졌고 우현이는 막대기놀이를 아주 즐겨하기도 합니다.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던 우현이는 책방에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이 칼싸움놀이가 무척 신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나뭇가지를 들고 땅을 치거나 나무를 치다가 슬그머니 5학년 등을 살짝 쳐보는 거지요. 그러면 형들이 반응하고 우현이는 도망을 치고 다시 형들이 따라가고. 이 놀이를 우현이는 너무 좋아합니다. 채륭이는 물론 영태도 곧잘 끼어듭니다. "형 하자, 하자"하고 달겨들기도 합니다. 형들이 끼워주는 걸 너무 좋아하면서요. 이 때 여자아이들은 주로 훌라후프를 돌리거나 줄넘기, 공놀이, 그리고 다른 1학년들은 나무에 올라가거나 개하고 놀거나 그러죠.
"위험천만한 저 놀이를 어떡해야하나"하고 마당 한구석이나 혹은 창가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제 모습을 아이들은 가끔 흘끔흘끔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이렇게 놀면 아침햇살이 어떤 반응을 보이나 두고 보자"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아이들의 놀이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 개인의 칼싸움이 편을 갈라서, 그야말로 함께 하는 놀이로 발전하기도 하고, 혹은 동생들이 긴 막대기를 들고 칼싸움을 할라치면 "그건 위험해"라고 말하며 잘라주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또 미리 와서 "아침햇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 지금 싸우는 게 아니라 잡으러 다니는 놀이를 하는 거거든"하고 미리 신고하기도 합니다. 우현이나 영태같은 동생들이 다칠까봐 걱정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동생들이 덤비면 방어만 하기도 하구요.
오늘은 아침부터 안개가 끼더니 날이 아주 포근했지요. 그래서인지 오늘은 칼싸움놀이가 거의 없어지고 아이들이 여기저기 쭈그리고 앉아 연필깎는 칼로 나무껍질을 벗기고 있었습니다.며칠 전부터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긴 했으나 오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랬지요. 연둣빛이 살짝 도는 나무의 하얀 속살이 들어나는 모습을 즐기면서 마디가 나오는 부분은 아주 공을 들여 아이들은 나무를 깎습니다. 연필깎다 손을 베었던 아이들이 오늘은 하나도 손을 베지 않았지요. 가끔 지나가다 아이들의 나무깎는 모습을 들여다 보며 "바깥쪽으로 깎아야지"하고 말하지만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습니다. 마당 곳곳에는 아이들이 벗겨놓은 나무랑 나무껍질이 눈에 띕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진짜 주머니칼을 사다주어야 하는데...."하고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른 봄 따스한 햇살이 비취면 마루끝에 앉아 주머니칼(반접어 머니에 넣고 다녀 그렇게 불렀겠지요)로 나무껍질을 벗기던 오빠들과 아직 어린 남동생이 "나도 할래"하고 떼쓰던 모습이 떠오르고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도 이 시기 아이들이 가진 욕구는 참 똑같구나 하고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에도 들판을 뛰어다니며 무수히 했던 칼싸움이지만 다쳐서 병원에 실려갔던 애들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도 기억해 봅니다.
그러면서 저는 위험하다고 느꼈던, 그래서 다 치우고 싶었던 그 나뭇가지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매우 동적인 칼싸움놀이와 아주 정교하게 접근해야만 하는 두 가지 모습을 소리없이 가르쳐주는 나뭇가지를 누가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도 스스로 찾아 해나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혼자 생각을 해 봅니다.
"너희들 위험하니까 그 놀이 하지마"라고 말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었나.
그리고 가능하면 좀더 좋은 나뭇가지들을 아이들에게 베어다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주머니칼을 제대로 구해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주머니칼을 어디서 구할 수 있지요? 아빠들이 좀 아실 것 같은데.
목공수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이들의 이 나뭇가지놀이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 앞으로도 지켜볼 생각입니다.

 
이름


비밀번호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0
꽃밭과 텃밭 [아침햇살, 2005-03-09,55] 거인 2005-03-14 192
9
나뭇가지들..... [아침햇살, 2005-03-08,64] 거인 2005-03-14 261
8
예쁘지 않은 아이들은 없다. [ohj5055, 2005-03-07,61] 거인 2005-03-14 326
7
소래산나들이- 그리고 즐거움 [아침햇살, 2005-03-05,50] 거인 2005-03-14 272
6
미술수업과 미디어수업이야기 [아침햇살, 2005-03-03,71] 거인 2005-03-14 234
5
1,2학년 주제학습 이야기 [ohj5055, 2005-03-03,44] 거인 2005-03-14 217
4
3학년 주제학습 [ohj5055, 2005-03-02,43] 거인 2005-03-14 201
3
1학년 수놀이시간 이야기 [ohj5055, 2005-03-02,42] 거인 2005-03-14 262
2
도서관나들이 [1] 아침햇살 2005-03-11 246
1
군포에 천문대가 있답니다. 2프로 2005-03-12 297